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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신해철! - 그에 대한 소박한 앤솔러지
지승호 지음 / 목선재 / 2019년 10월
평점 :
고등학교 때 라디오를 즐겨 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신해철이 있었다. 그는 넥스트라는 당대 최고의 밴드 리더이자 보컬이었고 보기드문 대중 철학자였고 누구보다 따뜻한 형이었다. 그가 있어 암울했던 청소년기를 버틸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나만 그런게 아니라 꽤 많은 내 또래들의 증언이기도 하다. 그에게 교주라는 별명은 그래서 너무 안성맞춤인 것이었고 그를 향한 애정과 존경 너머의 질투와 비난의 시선도 그는 기꺼이 자기가 감당해야할 숙명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책을 처음 봤을 때 사실 제목과 책의 표지가 투박하긴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고로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나 머나먼 곳으로 간 우리 대장님. 신해철님에 대한 책이 쓰여졌단 이유만으로 이 책은 의미있고 또 소중한 책이다. 책을 쓴 지승호님은 우리나라의 인터뷰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신 분이다. 따라서 지승호의 인터뷰하면 어느 정도 그 퀄리티가 보장된다. 이 책도 순전히 신해철이란 사람에 대한 애정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쓴 책이다. 그래서 곳곳에 개인적인 팬심도 보인다. 어쨌든 고인이 생전에 책 한권을 남긴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죄의 차원에서 책을 쓰셨다고 한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신해철과의 가상 인터뷰 – 키워드로 알아보는 신해철 – 저자가 기억하는 신해철에 대한 추억 - 두 번의 인터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얘기들과 또 그렇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아주 적절하게 잘 배치되어 있고 특히 팬이라면 한번쯤 책을 읽다가 유투브를 켜서 그의 노래를 듣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내가 그랬기에)
특이한 점은 책을 읽으며 대중문화평론가 강헌씨가 많이 등장하신다는 점이다. 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강헌이라는 음악 평론가가 가지는 독특하면서도 남다른 평이 있었다. 그만큼 나도 좋아했던 분인데 그가 신해철에 대해 곳곳에 큰 애정과 업적을 담아두었다.
그는 갔지만 여전히 그의 노래는 울려 퍼진다. 특히 학교나 기업 응원가로 쓰여지는 ‘그대에게’는 세월이 지날수록 더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고 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