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버 보이 - 당신의 혀를 매혹시키는 바람난 맛[風味]에 관하여
장준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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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 부모님께서 지방으로 내려가시고 홀로 서울에 남아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외롭고 쓸쓸한 하루하루였지만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요리이다. 혼자 사는 것도 서러운데 밥은 제대로 차려 먹자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으로 시작된 요리에 대한 열정은 한두가지씩 요리의 종류가 늘어날수록 맛난 음식에 대한 사랑은 커져만 갔다. 내 좁은 자취방은 늘 친구들과 지인들로 넘쳐났고 그럴수록 괜히 뿌듯하고 풍요로운 마음이 들곤 했다. 지금은 결혼을 하고 아이들도 있지만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자주 아이들과 아내를 먹일 요리를 만들고 있다. 물론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무조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식에 대한 책이자 인문학책이었고 무엇보다 저자의 이력이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저자인 장준우는 역사와 철학에 관심이 많은 신문방송학도이자 기자출신으로 뜻밖에 음식과 요리에 매료되어 유럽으로 떠난다. 이탈리아 요리학교에서 수학하고 현재 글을 쓰고 요리를 하며 살고 있다. 단순히 겉으로 보는 그의 이력이 재밌기도 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어하는 일에 청춘을 바칠 수 있었다는 그 사실이 무척 내게 자극이 되었다. 또한 음식과 요리에 담긴 인문학적 스토리를 글로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도 내겐 흥미로운 일이었다.

 

이 책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들과 식재료, 그리고 그 요리들의 배경이 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얼마나 음식과 요리, 식재료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가득한지 느낄 수 있으며 그가 경험한 요리와 지식들을 보고 읽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풍요롭고 황홀한 일인지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이토록 초라한 나의 필력이라니..)

 

개인적으로 지금은 두 나라의 관계가 좋지 않아 어색하지만 일본의 거리와 음식, 요리에 대한 부분이 치근하고 인상적이었다. 일본을 몇 번 갔다 왔기에 더욱 친근하기도 하고 그때 갔던 거리와 풍경들이 생각나서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다.

 

또 식사의 목적이란 챕터에서 먹기란 기본적으로 배를 채우고 살아갈 힘을 얻는 행위이지만, 이것은 먹는다는 행위가 갖고 있는 여러 의미 중 하나일 뿐이다. 배울 채우는 일은 전적으로 개인 차원의 일이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건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다.’라는 부분이 특히 공감이 되었다. 정말이지 누군가와 식사를 함으로써 그와 새로운 유대관계가 형성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도 많이 밥 한번 먹자.”를 외치지만 정작 식사는 정말 친하거나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세상은 정말 넓고 다양한 문화들이 공존한다. 그리고 그 속에 음식과 요리는 단연 중심에 서있다.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음식과 요리라는 취미가 인문학과 연결되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나 역시 틈틈이 음식에 대한 짧은 칼럼이라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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