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의 나라 - 상 - 북리 군왕부 살인 사건
김유인 지음 / 오두막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소설을 좋아라 하는 나.

현실감 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저 앞선 시간 속에서도

사람들이 울고 웃고 알콩달콩 살았었다... 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이 책은

중국 남송시대를 배경으로

인피면구를 쓴 황제'인종'과

그가 따라다니면서 '천자 정체성'을 깨닫게 해준, 호위무사 '전조'가 주인공이다.

팬픽, 역사, 무협, 추리물이 적당히 얽혀있다.... 고 소개되어있는데,

다른 건 몰라도 팬픽? 누구의? 모르겠다.

 

그럴 법한 이야기.

그래도 마지막에 총정리를 하면서 주제를 반복하는 장면은 사족 같은 느낌이었다.

정치란 민중을 위한 것이라고 말로 얘기하긴 쉽겠지만,

실현되기도 어렵고,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과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한 것일텐데.

그리고 어디 지도자의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던가?

신실한 신하도 많아야 하고, 국제정세도 도와야 하고, 백성들의 문화도 따라줘야 하고...

뭐 지도자가 제일 중요하다 하면 긍정할 수밖에 없지만. ^^;

 

 

저는 그저 평범하고 단순한 무인. 제가 익힌 것은 그저 한 자루의 검.

베면 잘리고, 내리치면 꽂히는 지극히 정직하고 투박한 이 한 자루의 검.

그러나 이 검은 살인자의 손에 들리면 살검이 되고, 협객의 손에 들리면 활검이 되더이다.

검이 아니라 검을 든 사람의 마음이 살검도 만들고 활검도 만듭니다.



 

천자 또한 마찬가지가 아니더이까.

자신을 위해 남을 죽이는 살검처럼 황제가 자신을 위해 백성을 억누른다면 폭군이 될 것이요.

자신보다 남을 위하는 활검처럼 황제가 자신의 안위보다 백성의 평안을 먼저 생각한다면 현군이 되겠지요.

황제는 검을 든자, 그러므로 힘을 갖고 있는 사람,

따라서 그 검을 누구를 위해 쓰느냐에 따라 활검도, 살검도, 폭군도, 현군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바라건대 진실로, 그 검조차 없기를 소원합니다.

아무리 활검이라 한들 검은 곧 검.

강즉정, 강자가 정의인 세상에서 언제 살검으로 변해 피바람을 일으킬지 모르는 무서운 무기.

그러므로 그 검조차 없어지기를,

그 검이 녹아 땅을 일구는 호미와 낫이 만들어지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진실로 저는 바랍니다.

 

천자 또한 마찬가지. 

아무리 현군이더라도 그분조차 잊혀지기를, 그래서 황제의 이름조차 모르는 채

농부들은 즐거이 땅 일구고 씨뿌리고, 어부들은 즐거이 그물 던지고, 아낙은 길쌈하고 사내는 장작 패고,

귀천이 따로 없이 모두 그렇게 다, 황제든 귀족이든 백성이든 천민이든 다, 

똑같은 하늘의 자식으로 평화로이 살기를 진심으로 저는 바랍니다.

 

그러므로 선생, 저는 이 세상이 진정으로 천자의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강자의 세상도 법의 세상도 아닌, 그렇다고 약자의 세상이나 정리의 세상도 아닌,

강자도 약자도 따로 없고 법도 정리도 따로 없는 모두가 다 똑같은 '하늘의 자식[天子]'으로

저 하늘이 내려 주는 햇빛과 바람, 빗물과 솜눈을 함께 받으며

평화로이 행복하게 사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제가 꿈꾸는 '천자의 나라'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김용의 <영웅문>이 생각났다.

고딩 시절, 아빠 책장에 꽃힌 제1권을 심심하다는 이유로 들쳐본 이래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이동식 책대여점에서 왕창 빌려다가

밤을 새고도 모자라

수업시간에도 교과서 사이에 끼고 읽어댔었다.

<영웅문>을 끝내고서도 김용의 다른 책, 다른 작가들의 무협책을 찾아 읽었더랬다.

주인공의 심오한 내공과 경공술을 무척 부러워했었는데...ㅋㅋ

아직도 남의 책꽃이에 꽃힌 책에 관심있어 하는 건 여전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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