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청포도 - 이육사 이야기 역사인물도서관 4
강영준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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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이육사님의 시는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로 시작하는 시가 거의 전부였다. 학창시절 암기로 외운 저항시인 정도. 그때 청포도라는 시의 해석을 들으면서도 이렇게 말랑말랑한 느낌 밝고 환한 느낌의 시가 저항의 상징일 수 있는가 의문이 있었다. 

칠월의 청포도를 읽으면서 이육사님은 내게 완전한 독립운동가로 그리고 그의 시가 어떤 의미인지도 명확해졌다. 본명 이원록의 집안은 종도 여럿 거느릴 만큼 넉넉한 집안이었으나,경술 국치의 해에 그의 할아버지는 손수 노비문서를 불태우고 종들을 풀어주었다. 농지도 줄여 식구들을 부양할 만큼만 남겼다. 그의 조부는 지역 학교인 보문의숙을 세우는 데 앞장서 집안의 재산을 거의 학교 건립에 쏟아부은 의식있는 분이셨다. 외가 또한 독립운동가 집안으로 양가 모두 나라를 위해 자신들의 재산과 자손들의 안위도 모두 내어놓는 대단한 결기를 가진 어른들 사이에서 원록은 자랐고 원록이 걸었던 삶은 어쩌면 그 때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된다. 

그가 독립운동가로서 스스로 각인하게 된 계기는 첫 번째 투옥 때로 생각된다. 그 때 수형번호 264번으로 불리면서 일본인들 너희가 부르는 이육사 모멸과 경멸의 이름으로 그렇게 살아보리라 마음 먹는다. 일본 유학 시절 불령선인으로 일본인에게 불리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던 김묵을 떠올리며.

그리고 그는 그 시절 독립운동의 한 형태이던 게릴라 전술의 한계를 깨닫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후 그가 써낸 시들은 내가 알고 있던 청포도와는 많이 다르다. 소위 남성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시들이 대부분이다. 강한 표현과 단호한 어조의 시가 많다. 대부분의 시가 그러한데 청포도가 가장 널리 알려진 시라니 참 이상하다. 시인 자신은 이런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이육사님은 아나키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본적으로 일본의 압제에서 벗어나 자주 독립을 이루어야 하지만 그 이후 모든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일을 결정하고 자신의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는 평등한 사회를 이육사님은 꿈꾸었다. 현재의 우리 사회는 이육사님이 꿈꾸던 사회인가 생각해 본다. 어떤 모습을 보면 일본을 훨씬 앞지른 발전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또 어떤 모습에서는 계층간의 엄청난 차이와 지배층의 존재들.

오히려 현재의 우리 사회를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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