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글 쓰는 기술뿐만이 아니라 나에 대한 "솔직함"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진지하고 깊이 있는 글이라도 써볼라치면 쉽지 않은 이유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몇 년간 우울증을 앓아가며 겪은 이야기들과 생각들을 이 에세이에 솔직 담백하게 남았다. 볼펜과 파우치처럼 자잘하고 몇 개 이상은 필요 없는 물건들을 계속해서 사는 얼룩덜룩한 소비, 애착 인형에 대한 애착? 집착?,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한국에서 또 다른 이방인으로 보냈던 어린 시절의 상처들, 우울과 싸우거나 굴복하는 하루의 일상 등.
은수저는 우울할 자격이 있을까? 명문대 출신의 고학력 엄마와 거기에다가 대기업에 다니시는 아빠, 괜찮은 학력에 괜찮은 환경에 주위 누군가는 "은수저"라고 쑥덕거릴만한데도 우울해도 될까? 평범한 나로서도 좀 공감되는, 소위 뼈 때리는 의문을 저자가 스스로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