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우울증 영수증
류정인 지음 / 라브리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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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글 쓰는 기술뿐만이 아니라 나에 대한 "솔직함"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진지하고 깊이 있는 글이라도 써볼라치면 쉽지 않은 이유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몇 년간 우울증을 앓아가며 겪은 이야기들과 생각들을 이 에세이에 솔직 담백하게 남았다. 볼펜과 파우치처럼 자잘하고 몇 개 이상은 필요 없는 물건들을 계속해서 사는 얼룩덜룩한 소비, 애착 인형에 대한 애착? 집착?,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한국에서 또 다른 이방인으로 보냈던 어린 시절의 상처들, 우울과 싸우거나 굴복하는 하루의 일상 등.

은수저는 우울할 자격이 있을까? 명문대 출신의 고학력 엄마와 거기에다가 대기업에 다니시는 아빠, 괜찮은 학력에 괜찮은 환경에 주위 누군가는 "은수저"라고 쑥덕거릴만한데도 우울해도 될까? 평범한 나로서도 좀 공감되는, 소위 뼈 때리는 의문을 저자가 스스로 던진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나보다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들처럼

삶을 살아내지 못하고 삶이 억지로 살아지는 것 같은지.

외부에 탓을 돌릴만한 이유가 나오지 않자

나는 나약하고 게으른 자신의 탓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우울증은 맘 편한 사람들이 걸리는 병 아니냐고 생각해 왔던 내 가슴이 빠직하면서 콧등이 시큰거렸다. 우울증에 빠지며 우울할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하면서 꾸역꾸역 내린 결론은 (치료 끝에) 삐뚤어진 능력주의와 엘리트주의. 바보 같고 멍청하고 괜한 시샘 같았던 못난 마음이 참 부끄러워졌다.

이 책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과정을 담았다기보다, 우울증과 함께해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힘들었던 나를 인정하고, 해방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랄까? 그제 주문한 택배 상자가 도착하여 언박싱 하듯 우울증도 그렇게 언박싱 한다는 표현이 꽤 그럴듯하다. 담담한 저자의 글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과 힘이 되어 주길 바란다.

* 출판사로부터 본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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