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오래된 농담'을 읽으면서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이 책의 모든 부분이 어처구니 없는, 말 그대로의 농담이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듣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다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들어서 즐거운 것'이 농담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농담>들이 즐겁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수동적으로 자본에 끌려가면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등장인물들도 전혀 즐겁지 않았다.

대체 무엇을 꼬집고, 무엇을 비판한 것인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를 얘기하고 싶었다고? 그렇다면 그것들을 비판하는 것과, 그것들이 그렇게 존재한다는 것을 용인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작가는 그것들이 그렇게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듯해서 나는 이 소설을 용인할 수 없다. 씁쓸한 현실을 볼 수 있지만, 그 현실을 풀어내는 방법 역시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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