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때 필독서로 어린왕자가 선정되어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나는 몇년이 더 흘러서야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 그저 동화나 우화가 아닌 내 일기처럼, 얼굴 붉히며 읽을 수 있었다.어린 왕자를 읽으면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왜 어린 왕자처럼 살지 못할까? 어쩌면 그건 살아남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내가 어린 왕자처럼 그렇게 산다면 나 역시 사막으로 떠나 어린 왕자가 만났던 뱀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생 텍쥐페리의 말처럼 조금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른이 되기를 강요받아와서 참다운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볼 수 있다. 나에게는 '마음의 눈'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가장 가까운 예로 나는 사람을 볼 때 그를 포장하고 있는 학벌을 먼저 따지고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친구들을 은근히 무시해 오지 않았던가. 나는 그전에 내 모습을 먼저 보아야 했던 것은 아닐까. 그랬다면 내 모습이 지금보다는 덜 옹졸하고 덜 우스운 모습이진 않을까. 나는 지금 소혹성 B612호를 발견했던 과학자의 양복만을 보고 있는거다. 그리고 일일이 설명해 주어야 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느끼지만 이미 굳어지기 시작한 혈액처럼 나는 정신적으로 쓸모없고 돌이킬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불안하다. 먼훗날 내 아이가 내 앞에서 '마당에 아름다운 꽃이 있고 아름다운 창에서 마음껏 내다볼 수 있는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을 했을 때, 나는 그 아이가 낙심해서 '10억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다시 말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그때 나는 내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양 '나는 바빠.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꽃을 들여다볼 시간도, 사랑할 시간도, 생각할 여유도 없어. 난 정말 바쁘다구!'라고 되뇌이며 내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가는 '버섯'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어린왕자는 내게 그런 독버섯이 되지 말고 양지로 나와서 행복하고 즐겁게 살라고 말해주는 세월이 흘러도 어리기만 할 내 일상의 반성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