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틀비와 바틀비들
엔리께 빌라―마따스 지음, 조구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1월
평점 :

[바틀비 증후군 : 결코 글을 쓰지 못하거나, 절대 글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 부정적인 충동 또는 無에 대한 이끌림]
글을 잘 쓴다는 것과 못쓴다는 것의 차이는? 또한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지않는 것에대한 이유는? 이 책을 읽다보니 글쓰기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가져보게된다. 나는 책 읽기, 혹은 설명서나 기타 잡스러운 것들도 읽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결코 내가 직접 글을 쓰고싶단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나만의 글을 써보고싶단 생각이 조금씩 생겨난다. 내 생각과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낸 글을 다른이들이 읽고 공감해준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라는 막연한 생각. 작가들에 대한 존경과 더불어 그들이 글을 쓰면서 느낄 고통과 즐거움을 상상해본다. 그런데 익히 들어 귀에 익숙한 작가들이 글쓰기를 거부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책 속에는 유명한 작가부터 생소한 작가들까지 수십명의 작가가 그들 나름의 이유로 바틀비가 되고자 했던 이야기가 담겨있다. 글쓰기에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내게 바틀비들의 야이기는 실로 놀랍고 흥미로웠다.
『바틀비와 비틀비들』은 소설이면서도 전혀 소설같지 않다. 86개의 각주 형태로 이루어진 내용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그 독창성에 매료되게 만든다. 한 명 한 명 등장하는 작가들을 만나며, 조금은 우습기도하고 나름의 분명한 이유들로 글 쓰기를 중단한 모습에 놀라기도 여러번 이었다. 또 한 본명을 숨기고 수십개의 가명으로 작가활동을 해온 인물을 만나기도 하고, 단 한 두권의 대단한 책을 출간한뒤 돌연 절필을 선언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책을 읽으며 정말 이들이 모두 글쓰기를 거부한 작가들이란 말인가? 이렇게나 많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허구의 인물도 있을 수 있고, 우리가 아는 유명한 작가의 실제 이야기에 상상력과 소설적 의미를 부여해 더욱 진실처럼 느껴지게 만든 인물도 있는 듯하다.
내가 그동안 읽어온 책의 권 수 만큼이나 정말 수 많은 작가들을 만났다. 그 중엔 다음 책이 빨리 출간되길 오매불망 기다리게 만들어놓고 몇년씩이나 깜깜 무소식인 작가도 있다. 단 한권의 책으로 독자를 사로잡아놓고 왜 다음 책을 쓰지 않는것일까, 궁금증과 함께 슬그머니 원망도 해본다.
책의 저자 엔리께 빌라-마따스 는 '아니오'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 쓰기를 포기하고 침묵으로 일관한 작가들에 대해 이야기한 글을 읽으며 작가의 방대한 독서량과 지식, 그리고 작가들에 대한 애정에 감동했다. 이렇게 독창적인 글쓰기를 하는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고싶어졌다. 이렇듯 언제나 새로운 작가의 첫 글은 설렘과 함께 신선한 만족감을 안겨준다. 내가 사랑하는 작가가 그리고 독자들이 사랑하는 수 많은 작가들이 절대 바틀비가 되지않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