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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만나요 - 책으로 인연을 만드는 남자
다케우치 마코토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그래도 빛 한 줄기 없는 게 아쉽기는 했다. 이 다정한 어둠을 쫓아버리고 싶지는 않지만 많은 책을 앞에 두고 글 한 줄 읽을 수 없는 게 안타까웠다. 책을 읽기에 달빛은 너무 미약했다. (........) 얼마나 많은 책과 얼마나 무궁무진하게 많은 이야기가 있을까. 또 얼마나 깨알 같은 단어들이 넘쳐흐르고 있을까. 페이지 수와 활자의 수까지 헤아리자면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가 나오겠지? p.43~44]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 하는 이들이 여럿 등장해서인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읽으며 끄덕 끄덕, 빙그레 미소를 짓기도 하며 재밌게 읽었다. 『도서관에서 만나요』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유명 작품인 『해변의 카프카』에 대한 오마주 이다. 하루키의 책 속에 등장하는 지명과 음식을 찾아나서고 여행지에서 반가운 인연을 만들어나간다.
젊은 시절 가난한 여행자였던 남자는 우연히 도서관에서 밤을 보내게된다. 그 때 그가 느꼈을 그 생경함과 익숙함이 어떤 느낌이었을지 어렴풋이 짐작해보니 따듯한 느낌이 솔솔 밀려온다. 한창 도서관에 다닌적이 있었다. 평소 읽고싶은 책은 무조건 소장해 읽자는 주의였던 내가 데이트를 핑계삼아 도서관에 다니게 되었고, 짧은 기간동안 참 여러권의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도서관 사서 라는 직업이 참 매력적이란 생각도 잠시 가져보며.... 책 속에 등장하는 남자는 아무도 없는 깊은 밤 도서관에서 수 많은 책들에 둘러싸여 얼마나 즐거웠을까? 그 때의 경험과 그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게된 책 으로인하여 작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게 되었으니 분명 깊은 인상과 크나큰 만족감을 느꼈으리라.
[읽을 책이 두 권이나 있으니 서점이야 딱히 들어가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나는 볼 것이 없어도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쾌적한 실내에서 서점 특유의 냄새를 맡으며 선반에 진열된 새 책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속이 뿌듯하다. p.52]
친구와의 약속이 있는 날 대형서점이 근처에 위치한 곳이라면 일찌감치 길을 나서 미리 약속장소에 도착하곤한다. 그러곤 친구가 올 때 까지 서점으로 직행해 새 책들과의 반가운 만남을 갖는다. 반짝 반짝 고운 자태를 뽐내는 새책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즐거워진다. 요즘엔 서점에서 직접 책을 사는일 보단 온라인 서점을 이용해 간편히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지만 서점은 여전히 내게 보물창고같은 곳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책 속에 등장하는 작가는 서점에 들어가 조금은 다른 느낌과 경험을 한다. 자신의 책이 꽂혀있는지 궁금할 것이고, 책이 있어도, 없어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교차한다고 말한다. 내가 쓴 책이 서점에 진열되어있는 상상만해도 가슴이 두근 거린다.
이 책에는 하루키의 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책들이 여럿 소개된다.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책들은 익숙한 제목이기도 하고 아주 새로운 책 이기도 하다. 나도 그 책들을 읽고 그들과 어울려 이야기 하고픈 충동이 들기도 한다. 주변을 휘휘 둘러보다 책에대해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에 적잖은 실망을 하곤한다. 깊이있는 대화가 아니더라도 평소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을 이야기하고 최근 읽은 책에대해 들려주고 대형서점이나 헌책방에 들러 눈으로 코로 마음으로 즐기고픈 열망으로 가득하다. 그러니 책 속에 등장하는 연인의 모습이 한 없이 부러우면서 어여뻐 보였다. 서로가 읽은 책을 빌려주며 공유하고 작가에대한 깊은 애정으로 비롯된 여행과 데이트들을 함께 하다보니 젊은 연인의 발랄함과 생동감이 나에게까지 전염되어 즐거웠다. 연인이 여행지에서 작가인 남자와 만나게되는 장면에선 '앗, 드디어 이들이 하루키를 통해 만났구나!'하며 엄청 반가웠더랬다. 그 우동집에 내 자리 하나쯤 더 마련하고픈 소망을 품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