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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일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히가시노 게이고! 라고 외치는 나다. 그를 만난게 몇년 전이던가.... 아마도 2007년 말 경이었을 듯 싶다. 이미 <용의자 X의 헌신>을 통해 우리나라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작가였다. 평소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장르 쪽으론 쳐다도 안보던 나 였기에 아무리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도 관심 밖이었다. 그러다 친구에게 책 한권을 선물하기로 마음먹고 서점에 들렀는데, 평소 환타지장르 쪽으로만 치우쳐 독서를 하는 친구라 어떤책을 사줘야 지루해하지 않고 읽을지 고민이었다.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책이 <용의자 X의 헌신>이었다. 이 책이면 그 친구도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물했지만 몇달이 지나도록 아직 읽지 못했다는 대답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럼 나라도 먼저 그 책을 읽고 얘기해 줘야겠다 싶은 생각과 이런저런 이유들이 더해져 같은 책을 구매하게 되었고 첫 장을 펼친순간부터 무섭도록 빨려들어갔다.
추리소설하면 범인과 그 범은을 쫓는자와의 단순한 추격전이나 너무 복잡한 사건해결이 다 일것이라 생각했고, 미스터리장르는 너무 끔찍한 장면들이 나와 책장을 넘기기조차 두렵게 만들까봐 읽기를 주저했었다. 그러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는 단순함이나 복잡성을 뛰어넘어 감동과 여운을 안겨줄 수 있는 추리소설 이었다. 꼼꼼하고 치밀한 트릭과 놀랍도록 뛰어난 구성 그리고 그 속에 드라마틱한 요소들까지 잘 어우러져 정말 멋진 책 한권을 만난 느낌 이었다. 그 후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꽤 여러권 접하게 되었고 읽을때마다 한없는 만족감을 안겨주었다.(추천하자면 <백야행>이 으뜸 이었다 하겠다!^^)
이런 히가시노 게이고 였기에 이번 신간소식에 두눈을 반짝이며 기대감을 한 껏 부풀린게 사실이었다. 단편소설인줄은 책을 펼친 후에야 알았고, 장편에 비해 몰입도나 긴박함이 다소 덜한면이 없지않았다. 그러나 책을 손에든 이상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게되는 작가의 필력은 유감없이 드러났으며, 짧은 이야기속에 범인들의 속고속임과 가족간의 불화, 남녀간의 불륜, 상속을 둘러싼 음모, 어린딸을 감싸기위해 벌인 감추어진 진실 등등등... 알찬 내용이 가득했다. <탐정 클럽>은 부유층회원들만 고객으로 관리하고있는 멤버십 탐정클럽이다. 그들의 실체를 자세히 알고있는 이들은 없으며 그들의 완벽한 일처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회원들에게 신뢰를 얻고있다. 사건을 의뢰하면 미스터리한 남녀 두명이 방문하고 감정없는 목소리로 고객을 대하며 사건을 접수하고 처리한다. 그들의 뛰어난 정보망에 감탄하기도 하고 실제로는 어떤 느낌을 자아내는 인물들일지.. 상상 하기도 하면서 재밌게 읽어내려갔다. 다섯편의 단편모두 어느것하나 부족함없이 훌륭했으며 각 이야기마다 각각의 재미가 남달랐다. 특히 탐정클럽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의뢰인의 딸'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목 그대로 의뢰인의 딸이 조사를 요청했고 비용은 자신이 설날에 받은 용돈이 있다며 걱정말라하던 아이의 귀여움과 그 이야기를 듣는 탐정의 표정이 그려지면서 웃음이 났다. 그다지 많은 등장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탐정들 이지만 그들의 존재가치는 크게 각인됐으며, 조사한 내용을 멋지게 보고하는 그들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앞으로도 탐정클럽의 멋진활약을 계속 지켜보고싶은 마음이다.
쫓아가기가 벅찰정도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벌이는 작가라 그의 신작이 발표될때마다 기쁨의 탄성을 지르면서도 그의 책들을 언제 다 읽을지 고민에 빠지곤한다. 이렇게 멋진 글을 써내는 작가와 동시대에 살고있다는 행복감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