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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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유시민 작가님의 [청춘의 독서]라는 책에 대해서 말해 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 신선한 인문학 예능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성황리에 종영한 <알쓸신잡>을 굉장히 즐겁게 본 터라, 이 책이 몹시도 궁금했습니다. 사실, 지난 봄께에 이 책을 처음 접했지만, 시간적 여유의 부족으로 완독하지 못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좋은 기회로 리커버 에디션을 받게 되었고, 기쁜 마음으로 :) 다시 책을 펼쳐볼 수 있었습니다. [청춘의 독서]에는 지식 소매상유시민을 만든 14권의 고전이 실려 있는데요, 이는 감히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모든 청춘에게 권하는 지혜의 목록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00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의 반절을 읽어 내리는 데만 해도 꼬박 삼일 정도가 걸렸습니다. 본문에 실린 말을 빌리자면, 저는 지성의 키가 너무 작았고, 축적된 삶의 경험이 제공하는 성찰의 능력이 현저히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청춘의 독서]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과연 나는 청춘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2017, 청년의 삶을 살고 있는 저에게 지식 소매상유시민 작가님이 청년 시절 읽었다던 고전에 대한 이야기들은 쉽게 체화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에게 고전이라 함은, 기껏 해봐야 프랑스 문학 입문 수업에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접했던 [목로주점]이나 [적과 흑] 정도가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 무지함과 그다지 축적되지 않은 것 같은 삶의 경험이 가진 한계를 탓하면서도, 이곳에 실린 이야기들은 모두 알아두면 쓸데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천천히 책장을 넘겼습니다. 읽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검색을 했고 (멈칫하는 순간이 굉장히 많았지만) 그렇게 파악한 개념이나 정보에 대해선 그것들을 잘 조리해내시는 작가님의 필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앞서 그분이 가지고 계신 방대한 지식의 양에 압도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여성 장의 챕터에 실린 여섯 개의 고전을 만나고 마주한 일곱 번째 챕터,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 저는 최인훈의 [광장]이 실린 이 챕터를 읽고서야 비로소 작가님이 [청춘의 독서]라는 지혜의 목록을 써내려 가신 이유를, 그리고 제가 왜 을 읽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14개의 고전 중 최인훈의 [광장]이라는 - ‘우리 민족의 현대사를 압축한’ - 소설에 매료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이 소설을 처음 접했습니다. 아마 점수를 위한 공부를 했던 사람이라면 이 소설에서 주인공 이명준의 자살이 의미하는 바를 마치 공식 외우듯 암기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남도 북도 아닌 제삼국을 택한 주인공 이명준. 주입식 교육의 피해자인 저는 당시, 이명준을 자살에 이르게 한 배경과 조국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일부만 발췌된 [광장]의 지문을 빌려 시험을 치르고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대략 4-5년의 시간이 흐르고 저는 [청춘의 독서]를 통해 [광장]이라는, 이 어이 책을 읽고 나니, 제 청춘이 질 때쯤 제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 있을 책은 무엇일지, 그리고 그 책을 다시 꺼내 읽을 때 어떤 생각이 제 머릿속을 스칠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그 때의 저에게도 작가님처럼 부디 마음에 가닿았던 글들을 읽으며 눈물을 흘릴만한 감성이 온전히 남아 있으면 좋겠습니다.마어마한 역사 소설을 다시 만났습니다. 물론 이 책에서도 [광장]의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에겐 그저 암기의 대상이었고, 또 대학에 와서까지도 그저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이야기로만 다가왔던 작품들 속에서 이제는 어느 정도의 유연한 사고를 펼치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때는 무엇을 몰랐는지, 또 어떤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는지 아주 조금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책의 후기부분에 작가님께선 독서는 책과의 대화다라고 말씀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과거, 읽기를 멀리하고 점수와 숫자에 연연하던 저는 책의 물음에 대답조차 하지 못하는 어린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이 저에게 물어온다면 적어도 나는 말이야라며 입이라도 뻥긋 할 수 있는 청년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본인의 아내와 딸에게 헌정하신 작가님의 말마따나, 세상은 죽을 때까지도 전체를 다 볼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으며, 인생에는 가치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길에서라도 스스로 인간다움을 잘 가꾸기만 하면 기쁨과 보람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춘의 독서]를 통해 14권의 고전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분명 오늘을 사는 지혜를 배우고, 또 더 나은 내일을 그리는 가슴 벅찬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역경에 부딪힐 때마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지혜의 목록은 우리에게 삶의 방향을 알려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선한 목적도 악한 수단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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