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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학교 어떻게 만들까 - 아이들도 선생님도 다니고 싶은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지음, 조응주 옮김 / 민들레 / 2018년 6월
평점 :
이 책은 미국의 대안학교 알비니 스쿨 교사인 크리스 메리코글리아노가 쓴 책이다.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는 책의 저자로도 잘 알려져있다.
올해 나는 ‘NVC 의식으로 살아가는 학교 만들기’라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고, 고3 아들을 둔 학부모이기도 하며,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기도 하다.
교직경력이 20년 넘어가다보니 학교에서도 어느덧 나이가 많은 쪽에 속하게 되었고, 그동안 지켜본 학교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소외와 무기력, 체념, 순응, 자포자기 등의 현상에 대해 안타까움과 함께 대안을 찾고자하는 열망이 스스로 커지는 것을 발견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 얼른 읽고 싶어졌던 것 같다.
어떤 학교가 살아있는 학교인가? 좋은 학교는 유기적이며, 학생들 간의 교류가 지닌 가치를 인정하고, 실존하는 공동체이다.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허용하며, 갈등을 억제하지 않고, 그 해결과정에 모두가 참여한다.(이 부분에선 회복적 서클과 NVC가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반가웠다), 이 외에도 민주주의, 융통성, 자유, 신뢰, 책임, 사랑 등이 중요한 원칙이다.
먼저 살아있는 학교의 뿌리를 알기 위해, 루소, 페스틸로치, 프뢰벨, 톨스토이, 페레, 몬테소리, 슈타이너, 니일, 홀트, 로저스 등의 교육사상을 설명하고 있다. 간략하지만 핵심을 잘 제시하고 있어서 이 부분은 교사인 나에게 다양한 교육철학을 간략히 훑어보는 기회가 되어서 의미있었다.
다음으로, 이 책은 학교 만들기의 과정을 농사에 비유하여 ‘밭 일구기, 씨 뿌리기, 싹 틔우기, 가꾸기, 수확하기’로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실제 학교 하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접체험하는 듯 했고, 우리 모임(NVC 의식으로 학교 만들기)에서 학교를 만든다면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었다. 대안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은 꼭 미리 읽어봤으면 한다.
그 뒤에는 실제 대안학교들의 사례가 나온다. 14개의 미국 대안학교의 설립자, 혹은 운영자를 직접 인터뷰해서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좀더 자세한 커리큘럼과 운영과정이 나는 궁금했지만, 그보다는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극복하고 학교를 설립하게 되었고 운영 중에 겪었던 갈등과 극복과정 등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읽어가는 내내 ‘학교를 만들어서 운영한다는 것은 정말 고난과 인내, 열정의 길이로구나’하고 생각했고, ‘이것이 우리나라 현실에선 또 어떠할 것인가?’라는 걱정도 생겼다. 그런데도 신기한 것은 학교를 바꾸고 싶고, 그런 학교를 현실에서 보고싶다는 열망은 더욱 커져간다는 것이다.
나에게 인상깊은 이 학교들의 공통점, 성적을 매기지 않는다! 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거나, 학생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운다. 교사는 관찰보고서를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학부모와 상담을 하는 것으로 피드백을 한다.
요즘 내가 고민하는 ‘과정 중심 평가’에 이런 정신을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해보고 싶다. 피드백이 젤로 문젠데.. 프로젝트 수업 마치고 아이들 성찰일지를 부모님께 보내서 답장을 받아보면 어떨지? 교사의 피드백은 어떤 식으로 하면 효율적일지?(중1 전체를 맡고 있어서 인원이 250명이 넘으니 그것이 가장 문제로다)
사례 중에서,방과후 학교를 통해 대안학교를 시작하는 방법도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 어떤 판을 벌려볼지는 좀더 생각해봐야겠다. NVC학교 만들기 모임에선, 내년에 자신의 욕구에 기반한 진로찾기 프로그램을 주말학교 형식으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일단, 이렇게 무엇이든 우리의 정체성과 철학을 녹여낼 활동을 개발해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할 듯 싶다. 실천하지 않는 아이디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하므로..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을 적어본다.
‘우리가 길러내고자 하는 젊은이는 비판적 사고력과 탁월한 문제 해결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또한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부딪히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내면의 뚜렷한 방향감각에 따라 다른 사람의 기대가 아닌 자신의 관심과 목적에 따라 의미있는 삶을 살아간다. 인생에 끌려다니지 않고 인생을 주도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이러한 어른인가’하고 자문해보았다. 이것으로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