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자연스러운 젠더-분리는 여러모로 해롭다고 말한다. 첫째, 아이들의 교육에 해롭고, 둘째, 여성의 채용에 해로우며, 셋째, 성인들의 감정적 관계에 해롭다.31 한 인간을 이루는 구성요소는 셀 수 없이 많다. 복잡성을 지닌 인간을 그렇게 두 젠더로만 나눌 수는 없다.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규정하는 데 얼마나 많은 ‘모자’를 써야 하는 것인가. 젠더 모자, 인종 모자, 수저 모자금수저·은수저·흙수저, 장애 모자, 성적 지향 모자, 외모 모자, 학력 모자, 지역 모자호남·영남 등 다양한 ‘정체성의 모자들’이 있다고 하자. 이 중에서 우리는 평생 그 균질화된 젠더 모자만 사용해서 ‘나’라는 사람이 지닌 다층성과 복합성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은 심각한 억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