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시대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들녘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쿳시는 지독한 관념을 다루는 작가이다. 그것이 어떠한 종류의 관념이든 언제나 당신을 즉각적으로 직면케 만들고 당황스럽게 때로는 무지할 정도로 무모하게 때로는 혀가 얼얼할 정도로 호되게 후려치고 간다. 그것은 회색시대를 사는 우리들을 대신해  진실에 관해 - 만약 어떤 종류의 진실이 있다라면 - 엄격하게 탐문하는 쿳시만의 절차인 것이다. 그의 언어가 간결하고 묘사가 엄격하며 서정은 매우 뜸하게 등장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가 필요로 하는 언어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말의 한도 내에서 용인되기 때문이다. 카프카를 읽고 나면 왠만한 작가라도 글을 쓸 엄두조차 못낸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말은 오늘날에와선 쿳시에게 적용되리라 생각한다. <철의 시대>는, 결코 알 수 없는 한 타자의 내면을 최대한의 언어적 탐구를 통해 탐문해 가는 <마이클 K>나,  disgrace란 어떻게 완성되는가를 보여주는 <추락> 처럼 개인의 내면에서 직접 파생되는 고통과 치욕의 수치스러운 세계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야만인을 기다리며>에서 보여주었던 어떤 사회의 말기 부르주아 계급,  한 평온한 자유주의자의 내부에 싹트는 공모성과 연결되면서 그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사회적 발언을 시도하는 축에 속한다.  덧붙여 그의 주된 번역자인 역자의 깔끔한 번역 솜씨는 언제나 믿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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