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이라가 주장하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2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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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작가 #안토니오타부키 의 또다른 대표작 #페레이라가주장하다 를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에 이어 읽다. 
이 시절 타부키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평이한 문체, 다채롭고 효과적인 인물들, 고유의 유머와 섬세한 정치적 함의, 깔끔한 철학적 간결성으로 장점이 많은 소설이다.

94년도에 발표된 이 작품은 당시 우파정권의 수장이자 언론재벌인 총리를 겨냥해 쓰여진 듯하다. 매스컴은 국민의 귀를 막고, 그 뒤에서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른 민주주의의 후퇴를 이 작품을 통해 고발한것이다.

소설의 무대는 1938년 여름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리스보아>라는 가톨릭 신문의 문화면을 맡고 있는 페레이라 박사는 30여년간 보도 기자 생활을 하다 얼마전 아내를 패결핵으로 잃고, 삶에 더이상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서서히 악화되는 심장병과 죽음에 대한 생각에 골몰해 있는 과거지향적 인간이다.

그런 그가 문화면의 유명 작가의 부고를 다룰 수습기자를 선발하게 된다. 그의 이름은 잃어버린 머리의 주인공이자 이 작품에서 다시 등장하는 몬테이루 로시, 그는 양심과 마음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젊은 대학생으로 그의 여자친구 마르타 역시 마르크스주의에 경도된 인물로, 살라자르 독재정권 치하에서, 프랑코파를 지지하는 포르투갈의 기조상 위험분자로 분류될 게 뻔하다.

가톨릭 교회를 믿지만 가톨릭에서 말하는 육신의 부활은 인정하지 않는 개인주의적 무정부주의자인 페레이라는 몬테이루가 보내온 과격한 정치적 성격을 띤 기사는 싣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버리지도 않고 기사를 간직하며 그러면서도 몬테이루에게 원고료를 자비로 주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인다. 그러면서 그가 인정하지 않았던 현실의 의미를 차차 깨닫게 되고, 페레이라의 오딧세우스적 여정은 요양차 들렸던 요양원의 치료요법 강사인 카르도주 박사와의 만남을 통해 철학적인 확신을 갖게 된다.

우화적이며 다분히 연극적이며, 시종 무능력하여 비난받을 소지가 농후한 우리의 힘없는 페레이라는 결국 진실을 밝히는 언론인의 자세로 돌아와 용기있는 행동을 한다. 그가 변모하는 양상은 잔잔하게 감동을 준다. 2차대전의 전초전 겪이었던 스페인내전은 20세기 강경한 정치이론의 경합의 장이자, 새로운 지평의 가능성을 무력에 잠식당한 비극이기도 하다. 포루투갈 내부에서는 언론은 물론 가톨릭 교회 역시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무능과 불만이 팽팽하던 독재의 시기였다.

타부키가 몬테이루를 빌어 등장시킨 모리아크, 베르나노스, 로르카, 마야코프스키, 단눈치오 등은 모두 위대한 작가이자, 체제의 관점에서는 반격자들이었다. 타부키는 쉽고 평이한 문체로 요약된 이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언론과 문학의 공정성과 힘을 잔잔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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