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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의 기술 -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판단력
이대진 지음 / 반니출판 / 2026년 9월
평점 :
[서평] 이대진의 『예측의 기술』(반니 간행)을 읽고 #이대진 #예측의기술 #서평 #황하선
이대진의 『예측의 기술』 (부제: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판단력)은 방대한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손쉽게 정답을 제시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그렇다면 인간의 생각과 판단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를 날카롭게 묻는 책이다. 알고리즘이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교한 통계적 곡선을 그려내는 동안, 인간은 그 곡선 너머의 단절과 이면의 맥락을 읽어내야 한다는 점을 12가지 실무 원칙을 통해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저자는 글로벌 해운·조선 및 원자재 시장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변동성이 크고 거친 실물경제의 최전선에서 데이터를 다뤄온 베테랑 분석가다. 그의 글이 상아탑 속 통계학자나 학술적 미래학자의 언어와 확연히 구별되는 이유는 '판단에 돈과 생존이 걸린 현장'의 무게감이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이다.책의 가장 큰 강점은 '예측'에 대한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다는 데 있다. 보통 대중은 예측을 족집게처럼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기술로 오해한다. 그러나 저자는 미래가 근본적으로 닫힌 계가 아니기에 완벽한 적중이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대신 예측의 본질을 '틀릴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품고도 살아남는 의사결정의 기술'로 재정의한다.이러한 전제 위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핵심 해법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첫째, 맥락과 인과율의 복원이다. AI는 데이터 간의 상관관계를 찾는 데 탁월하지만, 사건 이면에 얽힌 인간의 욕망, 지정학적 역학, 정책 결정권자의 숨은 동기 같은 인과관계와 맥락은 읽지 못한다. 수에즈 운하 좌초 사태 당시 복잡한 컴퓨터 시뮬레이션보다 조수의 물리적 흐름과 현장 감각을 결합한 판단이 더 주효했던 일화는 데이터 맹신의 맹점을 명확히 짚어낸다.둘째, 베이지안적 유연성과 열린 태도다. 확증 편향과 이념적 고집은 분석가의 최대 적이다. 새로운 증거가 나올 때마다 기존 신념을 수정하고 확률을 업데이트하는 '베이지안적 사고'야말로 급변하는 시장의 생존법이다. 즉, 예측은 한 번 내리고 끝나는 예언이 아니라 끊임없는 교정과 피드백의 과정이다.셋째, 불확실성을 견디는 리스크 관리다. 미래를 완벽히 맞힐 수 없다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게임에서 탈락하지 않는 복원력이 핵심이다. 저자는 예측치 자체의 정확도보다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헤지(Hedge)' 전략을 세우는 태도가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른다고 힘주어 말한다.다만 실무적 통찰이 돋보이는 만큼 몇 가지 지점에서 아쉬움과 보완의 여지도 남는다.우선 저자의 분석 기반이 해운·조선 등 중후장대 산업에 집중되어 있어, 제품 주기가 극도로 짧은 B2C 소비재나 플랫폼·콘텐츠 산업처럼 소프트한 분야로 원칙을 확장 적용하기에는 산업 간 특성에 대한 연결 고리가 다소 부족하다. 또한 베테랑의 감각이 적중했던 성공담에 비해, 전문가의 직관조차 빗나갔던 실패 사례(Post-mortem)에 대한 자성적 분석이 적어 인간 인지 편향의 함정을 경계하는 데는 아쉬움이 남는다. 베이지안 업데이트나 시나리오 플래닝을 독자의 실무에 바로 대입해볼 수 있는 구체적 템플릿과 정량적 툴킷이 생략된 점, 그리고 AI 도구의 출력값을 어느 단계에서 개입·필터링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전 워크플로가 제시되지 못한 점 역시 실용 지침서로서는 다소 선언적인 인상을 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수식 대신 현장의 생생한 서사로 빚어낸 통찰은 책의 대중성과 가독성을 한층 끌어올린다. AI의 요약본과 대중의 컨센서스에 사고를 외주 주기 쉬운 오늘날, 『예측의 기술』은 비즈니스 리더와 투자자뿐만 아니라 안개 낀 일상에서 중대한 갈림길에 선 모든 이에게 스스로 맥락을 읽고 결단에 책임을 지는 '휴먼 엣지(Human Edge)'를 되찾아주는 단단한 나침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