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하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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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지도 않는 남성들이 테러한 책은 나는 다 읽을 만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주의는 현대 여성 및 여성 작가들과 결코 떼놓을 수 없는 ‘뉴웨이브‘이자, 남성 작가들도 지향해야만 하는 가치다. 남성들은 여성의 젖가슴과 처녀막을 논할 때는 아무렇지 않다가 여성주의에서 편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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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
조애나 러스 지음, 박이은실 옮김 / 낮은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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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평점이 낮은가 했더니 책을 사지도 않는 그남(이라 하고 남성이라 읽는)들이 또 테러했다. 이 책은 제목과 추천사, 목차만으로 살 가치가 읽고 두고두고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여성이 글을 쓰지 못하게, 기록하지 못하게 하는 그릇된 전통이 있었음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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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 죽음에 이르는 가정폭력을 어떻게 예견하고 막을 것인가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시공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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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가정폭력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가정폭력 피해 유족 및 주변인들을 좇으며 가정폭력이라는 거대하지만 일상적인 폭력의 실체를 낱낱이 분석하고, 밝혀낸다. 



흔히들, 미국은 한국보다 사법체계가 엄격하기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나 가정폭력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2000년에서 2006년까지 미국 내에서만 만 육천 명의 사람(압도적 다수가 여성일 것으로 감히 추측할 수 있다)이 죽었다고 하는 통계와 매년 미국에서 1200명의 학대당하는 여성이 죽는다는 통계를 보고, 으레 선진국에 가졌던 환상이 무너졌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여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았다. 이 책에 나오는 미셸, 루시도 모두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와 경찰/법의 가정폭력에 대한 가벼운 인식 속에서 죽어야만 했던 여성이다. 집이 여자에게 가장 위험한 장소라는 유엔의 보고서가 2021년이 된 현재에 모든 국가에 유효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다만 이 책은 가정폭력의 실태에 대한 분노에서 끝나지 않는다. 분노를 넘어, 가정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많은 장치들과 새로 생겨나는 제도들, 변화하는 인식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보호 시스템 구축과 함께 가정폭력의 예방 체계 마련에도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기한 것은, 사법적 정의뿐만 아니라 저자는 회복적 정의에도 상당한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저자는 학대자개입프로그램과 같은 교육적 측면을 굉장히 강조한다. 나도 어린 시절부터, 페미니즘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입시켜 교육한다면, 가정폭력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체계는 엄하게 다스려져야 한다. 한 여성을, 혹은 그의 아이들까지 모두 해치는 가정폭력은 주변 지인, 나아가 지역공동체 및 사회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제껏 사소한 일로 치부되었던 가정폭력이 의처/의부증, 스토킹, 성범죄, 가스라이팅, 각종 상해 및 폭력, 살인 등 사실상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범죄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게 될 때, 가정폭력의 가시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헤어나올 수 없는 충격을 준다. 


가정폭력은 사건이 아닌 과정이라는 저자의 주장처럼, 반려자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가정폭력을 고발하는 것이 어렵다. 다른 사람들이 가정폭력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다. 겉으로 티가 안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피해 여성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그 여성의 미묘한 변화를 확인하는 세심함을 발휘하는 것만이 가장 쉽게 가정폭력을 알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가 그 여성의 의료기록을 다 들춰보지 않는 한. 이 책을 읽으며 주변 여성들에게 많이 연락을 하고, 안부를 물어보며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여성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잃을 수 없다. 더 이상 도러시처럼 예방할 수 있는 여성의 죽음을 방치하는 사태는 발생하면 안 된다. 우리는 너무 많은 여성을 잃었다. 오죽하면, 책 제목도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일까. 이 책은 여성을 살리고자 하는 데에 진심이다. 더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고립되어 여성이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책 내내 담겨 있다. 나는 이 집요한 기록에서, 기록에서 보이는 법과 인프라와 인식의 변화에서, 희망을 본다. 


나는 그 희망을 믿으며,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2021년에 여전히 유효한 소망을 빌며, 오늘을 살아간다. 내일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세상이 여자를 억압한다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이 현실을 살아내리라. 이 사회가 제대로 변화하는 것을 보고 죽을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가 발표한 한 연구에서는 전 세계에서 2017년 한 해에만 여성 5만 명이 반려자나 가족에게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의 보고서는 집을 "여자에게 가장 위험한 장소"라고 불렀다. - P28

법적으로 가족 살해 또는 존비속 살해에는 친밀한 반려자와최소한 자녀 한 명의 살해가 포함된다. (일부 연구자들은 그것을 가족 몰살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것이 범죄로 다뤄지는 경우는 확실히 드물고 사회과학자들의 연구 주제로 다뤄지는 경우는 훨씬 더 드물다. 나는 공개 출판물에서 이 문제를 건드리기라도 하는 연구자를 정말 극소수밖에 찾지 못했다. - P259

나는 만일 상황이 반대였다면, 여성이 엄청난 수로 남성을 구타하고 살해했더라면 - 미국에서는 친밀한 반려자에게 총 한 가지로 살해되는 여성만 매달 50명이다 - 이 문제가 이 나라의 모든 신문 1면을 장식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오늘날의 여성에게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지 연구자들이 알아내도록 막대한 자금이 모일 것이다. - P36

미셸을 비롯한 숱한 사례에서 우리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그녀가 가해자와 같이 지내기로 선택한 것이라고 오해한다. 사실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가해자에게서 벗어나고 있는 피해자의 모습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건 우리 자신인데 말이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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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 청춘의 아름다운 방황과 불안에 대하여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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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토록 꿈꾸었던 것들이 눈앞에서 산산조각날 때의 그 심정. 나는 입시를 실패한 후, 꽤 오랫동안 미래에 대한 불안함 속에서 방황했다. 거짓의 세계 속으로, 타인의 관점 속으로, 안락한 군중 속으로 도망쳤다. 그럴수록 더 불안해졌고, 우울해졌고, 고립되었음에도 이를 깰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만난 것은 다행이었다. 방황을 사랑해서 26개국을 여행하고, 방황 후에 깨달은 세계를 남기기 위해 시를 쓰게 된 사람이 쓴 시집은 내게 상상 이상으로 와닿았다. 시 속에서 화자는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며, 그리워하고, 슬퍼하지만, 존재하는 순간을 명확히 응시하며, 당당하게 세계에 의문을 던지며, 쓸모없는 미사여구 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그런 솔직담백한 작가의 고백에 나는 취했다. 방황하고 불안해서 아름다워진 글에 흠뻑 빠져 버렸다. 솔직함이 아름다워지는 마술을 나는 이 책을 통해 경험했다. 대면하기에 기록할 수 있는 것들의 경이로움을 체감했다. 나는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느꼈다. 이런 글을 남길 수 있다면, 가끔씩은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도 괜찮을 수 있겠다.

제게 남겨진 것은 피로와 상처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방황이 아름다웠던 것은 왜일까요. 그것은 참으로 위대한 방황이었습니다. - P103

가족도, 친구도, 사랑도, 심지어 국적조차도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졌다. 그리하여 나의 정신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세상을 찾아 세상을 방황했다. 개척자가 된 것처럼 홀로 세상을 떠돌며 마음의 고향을 갈망했다. 그곳이 있다면 뿌리를 내리고 싶었다. 그곳에 가기 위해 사랑도 사람도 쉬이 버릴 자신이 있었고, 정말 그렇게 했다. 방황만이 중요했다. 하지만 머나먼 이방의 끝, 방황의 끝자리에서 마주한 것은 마음의 고향이 아니었다. 온전히 나를 반겨주는 마음의 고향은 어디에도 없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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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 신비한 원소 사전
김병민 지음, 장홍제 감수 / 동아시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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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내게 '생각의 범위'란 상당히 좁은 것이었다. 나의 의문이 철학적이라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사실 그것은 매우 모순적인 말이었다. 철학이란 모든 학문을 통찰하는 논리적 사고이므로, 결국 철학도 증거주의와 이성에 기반한 과학을 바탕에 두고 있는 것이다. 즉 21년을 살아온 내가 가진 의문들은 철학이라는 가면을 쓴 피상적인 껍데기였다. 


그런 내게, 중학교 이후로 본 적이 없었던 주기율표는 새롭게 생각할 힘을 가져다 주었다. 정확히 말하면, 보다 과학에 기반하여 넓게 생각할 힘을 주었다. 그간 재미없다는 이유로 과학을 등한시했지만, 세상의 곳곳에 다양한 쓰임으로 존재하는 많은 원소들이 있다는 사실을, 이 세상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각자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나는 이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비슷해 보여도 천차만별인 원소 각각이 가진 고유함은, 흡사 인간을 떠올리게 했다. 이게 그리 틀린 것도 아닌 게, 결국 인간의 뼈도 수많은 원소들의 집합체이지 않은가. 결국 우리에게 보이는,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은 모두 '원소의 결합'의 산실인 것이었다. 그리고 결합되는 원소에 따라 결과물은 천차만별이 된다. 


내게 과학 교과서같은 책은 많이 있지만, 진정으로 내가 과학에 눈을 떠야 하는 이유를 가르쳐준 것은 이 책이 유잃하다. 옹골차지만, 오만적이지 않고(간간이 있는 구어체적인 설명은 친근해서 이 책을 소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노란색 밑줄도 마찬가지!), 많은 지식이 있지만, 그 지식에 다가감에 있어 겁이 나지 않게 만든다. 주기율표를 본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한 사람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같이 원소로 세상을 이해하자고 속삭여주는 이 책과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 

어느 의견이 받아들여질지 또는 제안 자체가 무시될지 모르겠지만 주기율표가 꼭 한 가지 모습일 필요는 없습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주기율표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고 실제 수백 종의 주기율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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