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삽질여행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서지선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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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의 당황스러움과 그를 극복하고 돌아온 그때의 나의 이야기들.
24개국 100개 도시를 여행한 작가가 말하는 여행이란 느닷없는 변수와 그 변수가 만들어주는 추억을 적립하는 것 아닐까_

공감한다.
“시간이 지나 보면 여행에서 삽질만큼 기억에 남는 게 또 없다. 해당 지역의 유명한 랜드 마크를 만난 감동은 서서히 잊히지만, 애써 고생한 이야기만큼은 오래도록 남아있다. 심지어 미화되어 추억으로 포장된다. 온갖 삽질이 또 어떻겐든 해결되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지금도 나의 평생의 여행자랑 중 세 손가락에 꼽히는 에피소드중 하나는 대형 삽질이 만들어준 추억이다.
중국대륙 남에서 북을 2박 3일간 기차로 종단했던 추억 _ ( 중간 중간 내리거나 한거 없이 정말 남 광저우에서 북 장춘까지 2박 3일간 이동만했다.

대학교 2학년 중국유학중 동기와 함께 중국의 북부지역인 장춘에서부터 북경-상하이-광주를 거쳐 심천 홍콩 , 최남단의 섬 마카오까지 한달을 여행했다.
그때만해도 모바일환경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서 (되게 오래된 사람같지만.. 04학번입니다;;) 새로운 지역에 도착하면 종이지도를 사서 빨간펜으로 랜드마크에 동그라미를 쳐서 미션하듯 들러보고, 맛집도 다 갔다.
그러나 내 기억에 그 한달 중, 그 어느 도시의 랜드마크도 없다. 북경에서 늦게까지 신나게 놀다가 숙소로 가는 버스를 역방향에서 타서 버스가 끊겼고 공포에 둘이 덜덜 떨던 기억. 상하이 한 바에서 느닷없이 말을 걸어온 이탈리안들과 맥주마시며 이야기나누다가 나중에 메일도 두어번 주고 받은 기억ㅎ

한달여의 일정을 마치고 그 해 쓸 체력은 다 소진하고, 판단력도 흐릿해져 장춘으로 돌아가기로 한 날, 그날 탈 수 있는 마지막 교통편의 시간이 임박했다. 비행기를 타냐, 기차를 타냐 둘다 정신못차린 채 어쩌지어쩌지 하다가 공항보다 좀 더 가깝던 기차역으로 뛰어갔다. 비행기와 기차표의 “가격”에는 차이가 없었으나 “시간”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음을 간과했다는 걸 손에 기차표를 쥐고서야 깨달았다. 비행기로 몇시간이면 갈 것을, 기차로 2박 3일을 실려갔다.
그 정신흐린 와중에도 생존본능으로(중국기차는 좁고 불편한 좌석=대략 89’쯤의 각도?, 조금 넓고 편한 좌석, 층고도 너비도 좁고 6인이 함께 쓰는 침대칸, 층고도 너비도 여유있는 4인 침대칸 으로 등급이 존재했다.) 가장 비쌌던 침대칸 ( 4인이 함께 쓰는 칸 )표를 샀다. 기차칸에 들어갈 때까지는 어쨌거나 잘못된(?)선택에 서로 침묵을 유지했는데, 자리를 찾고보니 이건 무슨 행운인가!
그 해 첫 운영을 시작한 무려 !! 새기차에 그 때만해도 가장 비싼 침대칸은 이용객이 적었던 탓에 아주 새것처럼 쾌적한 게다가 침대커버도 , 베게커버도 바스락바스락 뽀송한걸로 교환해주는 침대칸을 2박 3일 내내 거의 우리 둘이 사용했다. 한달간의 누적된 피로에 길게 잠도 들었다가 끝이 없을 것 같은 시골벌판을 달릴 땐 센치해져서 일기도 쓰고, 한달여의 여행을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이 됐다.

지금도 나의 평생의 여행자랑 중 세 손가락에 꼽히는 에피소드이다.
홍콩 스타의거리도, 상하이 와이탄도, 마카오의 세나도 광장도 아니고 _
나는 중국남쪽에서 북쪽까지 2박 3일 기차표를 샀던 그 때의 추억. 그 때 그 삽질을 해줘서 내가 내 젊은 시절에 고맙다고 _

100개 도시를 여행하며 맞아맞아! 꼭 그래 , 꼭 그래! 박수치며 낄낄 웃게하는 에피소드들 덕분에 _ 나도 나의 삽질추억여행하며 오랜만에 즐거웠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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