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프랑스 - 당신을 위한 특별한 초대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창용 지음 / 더블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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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읽어주는 책은 끊임없이 나온다. '그림 읽어주는 남자'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도 많다.

jtbc '특파원 25시'를 통해 이름과 얼굴을 널리 알린 이창용 도슨트의 이력은 돋보인다. 그는 2006년부터 2년여간 로마 바티칸 박물관에서, 2012년부터 6년간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에서 도슨트로 활약했다.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이런 경력을 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본토 박물관/미술관에서 근무한 경험은 남들과 차별되는 경쟁력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그가 본인의 전공을 십분 살린 첫 번째 책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를 출간했다. 첫 번째 방문지는 이창용의 손바닥이라 할 프랑스이고, 루브르 박물관부터 오르세, 오랑주리, 로댕 미술관까지 네 곳을 집중 소개한다. 분량은 루브르와 오르세가 상당하고, 나머지 두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흔히 유럽 여행은 미술관(박물관) 아니면 성당(교회)이라고들 한다.

프랑스 여행에서 루브르 박물관이 포함되지 않는 일정을 상상할 수 있나? 거기서 얼마큼 시간을 보내느냐는 패키지 일정 혹은 개인의 선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박물관이자 인류의 보고인 루브르 박물관에서 투어는 시작한다.

현지 도슨트로 몇 년간 활약한 이창용은 이미 정확한 동선이 머리에 있고, 도슨트 투어를 하는 것처럼 독자들을 박물관으로 안내하고 해설한다. 방대한 미술관에서 길을 잃지 않고 시간 절약을 위해 꼭 관람해야 할 작품 소개는 물론,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를 적확하게 짚어낸다. 돈 주고 대여하는 도슨트 안내 녹음을 활자로 옮긴 듯하다. 훨씬 자세하게 말이다. 이창용은 내용 하나도 허투루 쓴 게 없이, 방대한 참고서적을 인용하고 페이지 하단에 각주를 꼼꼼히 달아 놓았다.

이런 책의 집필 방식은 인상주의의 본거지 아름다운 기차역 오르세 미술관을 거쳐, 모네의 안식처가 된 지베르니 정원이 유명한 오랑주리 미술관, 신의 손을 훔친 조각가 로댕의 이름을 딴 세계 유일의 로댕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유지된다. 글로 읽는 도슨트 원고로 부족함이 없다.

다빈치의 「모나리자」, 다비드의 「생베르나르 고개를 넘는 보나파르트」,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 모네의 「인상, 해돋이」,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마네의 「올랭피아」,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드가의 「에뚜왈」, 로댕의 「칼레의 시민들」...

미술 문외한이라도 한 번은 들어보고, 그림은 보았을 유명 작품들이 한 페이지, 혹은 두 페이지에 걸쳐 시원하게 소개된다. 덧붙여 만화 주인공 스머프도 쓰고 있는 자유를 상징하는 모자 프리기아, 원제목은 '삼종기도'지만 일본을 통해 우리에게도 '만종'이란 이름으로 굳어진 밀레의 「만종」, 작품이 하나가 아니라 총 28개가 제작되었다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등 읽다 보면 미술에 관련된 지식이 차곡차곡 쌓인다.

믿을만한 도슨트가 공들여 쓴 책이라, 내용은 물론 편집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데가 없다. 프랑스 미술관에서 매혹적인 명작들에 담긴 비밀스러운 의미와 가치를 파악하려는 당신에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동반자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는 프랑스에 이어 스페인·네덜란드 / 이탈리아·오스트리아를 거쳐 한국까지 전 4권으로 마무리된다고 한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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