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의 무덤 모중석 스릴러 클럽 50
로버트 두고니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참 작가는 많다. 한국에 연간 대략 250여 권 내외의 추미스 계열 책이 출간되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미처 소개되지 못하는 세계 각국에 존재하는 유수(有數)의 작가들이 많다. 이번에 <내 동생의 무덤>으로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로버트 두고니'라는 미국 작가도 그렇다. 보통 작가들은 뚜렷한 한 명의 캐릭터 시리즈도 성공적으로 이어가기 쉽지 않은 레드 오션이 장르물 시장이건만, 두고니는 '데이비드 슬로언' 시리즈, '찰스 젠킨슨' 시리즈를 인기리에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내 동생의 무덤>은 '데이비드 슬로언' 시리즈에 잠시 등장한 시애틀 최초의 여성 강력계 형사 트레이시 크로스로드를 독립시킨 또 다른 '형사 트레이시' 시리즈의 서막이다. 형사 트레이시의 전사(前史)를 밝히는 시리즈의 기원인 것.

「우애가 너무 좋은 트레이시와 세라 자매. 트레이시가 벤에게 청혼을 받은 세상에서 가장 기쁜 날 세라는 행방불명이 돼버리고,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정황 증거만으로 성범죄 전과자 에드먼드는 1급 살인 유죄를 받아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짜 맞춘 듯한 증거와 믿을 수 없는 지각 목격자, 석연치 않은 재판 과정에 강한 의구심을 가진 트레이시는 결국 고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그날의 진실을 몸소 밝히기 위해서 경찰에 투신한다. 20년의 세월이 흘러 동생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닫혀 있던 진실의 문은 열리는데... 」

490쪽의 책에서 354쪽에 이르러, 과거의 미심쩍은 판결이 뒤집히면서 누명을 쓴 에드먼드가 석방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첫 번째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면, 남은 140쪽에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새로운 인물이 갑자기 튀어나올 수는 없고, 그렇다면 앞서 진술된 인물들 중에 누군가는 결정적인 카드 한 장을 들고 있단 소리인데, 트레이시가 추적을 하면 할수록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자매의 아빠로 밝혀지는데...

소설의 결말을 중반 이후까지 종잡지 못했다. 중간중간 작가가 흘리는 떡밥에 투척되어 나만의 시나리오를 그리기도 했건만, 결말은 나의 그것과는 달랐다. 미스터리를 읽다 보면 독자의 짐작과 결말이 동일할 때 생기는 자긍심도 있지만, 그보다는 역시 짐작을 배반하는 결말이 짜릿하다. 짐작과 간격이 크면 클수록 묵직한 타격감이 크다. 흔히 말하는 반전의 쾌감이다.

최근 무수히 쏟아지는 반전을 위한 작품으로 <내 동생의 무덤>은 쓰이지 않았지만, 소설의 결말에서 다시 한번 만나는 뜨거운 가족애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미스터리에서 만나는 이런 감동은 사뭇 신선하다.


두 개의 축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하나는 트레이시의 친구 변호사 댄의 활약으로 과거 재판의 불합리를 뒤집는 법정 스릴러이고, 다른 하나는 형사 트레이시의 수사 과정이다. 13년간 변호사 생활을 한 로버트 두고니가 그려내는 법정 신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자신감이 넘친다.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데, 여기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과학수사다. 과거엔 의미를 밝혀낼 수 없던 증거물들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고, 이는 에드먼드의 무죄 입증에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법정 스릴러로도, 형사물로도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는 잘 쓰인 깔끔한 스릴러다. 미국에서 그리 큰 사랑을 받았다는 두고니의 작품이 왜 이제서야 소개되었는지 한탄하기 보다, 2014년 작품이지만 이제라도 선을 보이게 돼서 다행이란 생각이다. 이미 '형사 트레이시' 시리즈는 8권이 출간되었고, 현재도 집필 중이라고 전한다. '형사 트레이시'의 다른 작품, 아니면 두고니의 다른 작품을 또 만날 수 있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