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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하사는 어떻게 20살에 해군 부사관이 됐을까?
황영민 지음 / 굿웰스북스 / 2021년 3월
평점 :
부산에 사는 평범한 한 청년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 "아들, 해군 군함 타러 가볼래?" 아버지의 이 한마디는 청년의 인생 항로를 바꾼다. 색다르고 멋진 경험이 될 것 같아 흔쾌히 좋다고 대답한 고등학생은 군함의 웅장함에 매료되었고, 정복을 입은 승조원들의 멋진 자태에 온 마음을 뺏겼다.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해군사관학교를 목표로 준비했다 떨어지고, 큰맘 먹고 재수까지 했으나 해사 입시에는 실패하고, 22살의 나이에 장교와 일반 병의 중간 관리자 격인 해군 부사관이 된다. 이후 8년간 부사관으로 근무하며 꽃다운 20대의 청춘을 바다에서 보냈다. 그의 이름은 황영민이다.
황영민이 쓴 <김 하사는 어떻게 20살에 해군 부사관이 됐을까?>는 8년의 세월 동안 해군으로 전 세계 바다를 누빈 경험을 바탕으로 '수상함 2년, 잠수함 3년 복무한 해군 부사관이 알려주는 찬란한 환상부터 현실의 장벽까지 해군에 대한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 위해 쓰였다. 해사를 준비했으나 입시의 벽을 넘을 수 없었던 그가 해군 정복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차선책으로 부사관을 택하는 진로 선택 과정, 초보 어리바리 하사에서 '믿을맨' 황 중사가 되기까지 그가 겪은 고군분투, 해군 부사관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준비 요령과 팁, 부사관으로서의 힘든 복무와 높은 자긍심을 한 권에 빼곡하게 담았다.
그런데 '황 중사는 왜 김 하사를 넣어 긴 제목을 지었을까?'
"나는 해군사관학교에 도전해서 실패했다. 재수까지 했으나 그마저도 떨어졌다. 22살에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해서 30살에 전역했다. 그리고 대학교 1학년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20살에 해야 할 공부를 무려 10년 후에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31살의 나이에 외국으로 유학 준비를 하며 이렇게 책도 쓰고 있다." - 104쪽
저자는 대학 입학과 해외 생활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작년에 전역을 했지만, 본인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군복을 벗자마자 책을 썼고 '해군부사관취업진로연구소'라는 카페를 운영하며, '황중사TV'도 개설하여 해군 부사관의 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그가 아직 현역이었다면 이런 활동을 할 수 없었겠지만, 오히려 전역을 하고 나니 객관적으로 지나간 과거를 되짚어 볼 수 있었으리라. 그 시절 모두 좋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나와서 보니 거기서 배운 모든 것들은 성장의 자양분이 되었던 아름다운 시간이었고,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저자의 치열한 20대가 오롯이 담긴 이 책은 해군 부사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주 타깃이고, 현직 해군 특히 부사관들은 자신들의 생활을 다루었기에 반갑게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비단 해군 부사관 희망자가 아니라도 진로를 고민하는 10대 후반의 청소년, 해군 부사관이라는 다른 직업의 세계를 체험해 보고 싶은 모든 독자들이 읽어도 얻는 것이 있으리라 본다. 분명 누구나 읽어볼 만한 책이다.

부사관이 되었지만 그는 자신이 여러 가지로 부족한 면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어떤 일이든 배우는 속도도 느리고, 행동도 느린 편이며, 신중한 성격 탓에 빠른 행동과 일 처리를 요구하는 군대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단다. 어느 곳이나 그렇겠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망망대해에서 오랜 기간 항해하는 선상이라는 밀폐된 공간은 불편한 사람을 피할 곳조차 없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지만, 부사관 생활은 단지 몸만 써서 생존하는 게 아니다. 끊임없는 평가, 시험, 과제, 훈련 등으로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다. 오죽하면 저자도 한순간 바다에 빠져 버릴까 하는 극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대한민국의 당당한 해군 부사관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가감 없이 그려져 있어 감동을 준다. 세상에는 큰 성취만 박수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20대의 황영민은 충분히 멋있었다.
그는 해사를 꿈꾸었으나 현실적으로 입시의 높은 벽을 뛰어넘을 수 없었고, 좌절이나 한탄 대신 부사관이라는 차선책을 과감히 선택하여 '돌격 앞으로' 직진했다. 책에 묘사된 그런 어려움이 그의 앞날에 닥쳐 온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선택에 두려움이 앞설 수도 있었겠으나, 몰랐기에 그만큼 용감하게 부딪치며 나갈 수 있었다.
황영민은 부사관이 되면서 꿈꾸었던 또 다른 희망사항 UDT가 되기 위해 지원하고, 교육대에 입소하는 데까지는 성공하나 교육 과정 중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퇴교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피눈물을 삼킨다. 좌절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시도하고 최선을 다했단 점이다. 도전하지도 않고 적당히 사는 사람들에 비해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자세는 충분히 성공자의 자질이다. 20대를 바다 위에서 단련한 황영민은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 최소한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변명을 하진 않을 것이다. 내가 최선을 다했는지는 본인만이 안다.
이 책에서 황영민은 누차 강조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고민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차라리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게 100번 낫다고.' 삽질만 하다가 인생 종 친다고? 내가 열심히 땀 흘리며 삽질하는 모습을 누군가는 보기 마련이다.
"무슨 일이든 하고자 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 - 189쪽
"자신에게 꿈과 확신이 있다면 어떤 것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 가장 큰 장애물은 당신의 마음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자신의 마음에 있는 고정관념과 두려움을 걷어낸다면 인생의 도전에 늦은 때란 없다." - 104쪽
부모 세대의 가치관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빠른 변화의 시대를 살면서도, 아직도 대한민국은 전형적인 성공관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SKY를 거쳐 대기업 아니면 안정된 직장으로서 공무원?
고등학교 한 반에서 도대체 SKY 몇 명이나 가나?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잉여인간이란 말인가. 사회인이 되어서 이름만으로 상대방이 아는 회사 명함은 건네줄 때 자신감이 넘치고, 부모도 자랑하기 바쁘다. 이름만으로 알 수 없는 회사는 '뭐 하는 회사'인지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책에서도 예시되지만 큰 기업에 입사한 저자의 친구도 적성이 안 맞아, 기대와는 달라 기업체에서 퇴사한다. 반면 저자는 부사관 인력 채용 대비 평균 30%를 밑돈다는 어려운 바늘구멍을 뚫고 장기복무자로 선발되어 정년까지 보장된 군인 공무원이 되었지만 자신의 뜻에 의해 전역을 택한다. 인생에는 모범답안이 없다. 내가 만들어 가는 길이 정답이라 믿고 가는 수밖에.
인생 힘든 고비를 만날 때마다 많은 이들이 개구멍을 찾거나, 우회로가 없나 주위를 살핀다. 인생은 '정면돌파'만이 답이다.
대학을 가지 않은 젊은 저자들이 자신들의 진로와 경험에 대해서 쓴 <김 하사~> 같은 책이 많이 나오고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지나치게 많은 대학은 반드시 구조조정되고, 반드시 대학을 가지 않아도 대졸과 큰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 세상이 하루 속히 오길 바란다. 오히려 일찍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 큰 성과를 내는 성공 사례가 많아져서 사회의 물줄기가 바뀌길, 이런 작은 물결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