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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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갤러리에서 봄직한 토끼 그림 표지가 눈길을 끄는 <컨페션>은 제시 버튼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엄마의 부재로 고통받은 로즈는 서른을 훌쩍 넘긴 어느 날 아빠로부터 놀라운 정보를 듣게 된다. 단 두 편의 소설로 거의 레전드 반열에 오른 콘스턴스 홀든(코니)이 엄마의 애인이었으며 사라진 엄마의 비밀을 알만한 유일한 사람이라는걸. 로즈는 의도와 우연이 겹쳐 코니에게 접근하게 되는데, 과연 로즈의 엄마 엘리스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두 개의 시간대에서 이야기는 평행선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2017년 이후 현재의 로즈를 따라가고, 다른 하나는 1980년대 과거의 엘리스를 따라간다. 두 이야기의 교집합은 유명 작가 코니다. 결국 '엘리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구조를 취하고 있기에, 500쪽이 넘는 벽돌 분량이지만 페이지 넘기는 속도는 빠르다.

중요한 건 '엘리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소설의 동력은 일종의 맥거핀이란 사실이다. 코니의 입으로 어느 정도 사실이 밝혀지지만, 최종적으로 물음표가 지워지진 않는다. 병렬된 두 개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결국 <컨페션>은 '로즈의 자아 찾기'였던 셈이다.

"로즈. 당신이 정말 엘리스를 찾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한 발자국 물러섰다. "엄마를 찾고 있었어요."

코니는 고개를 저었다. "어떤 개념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찾고 있었던 거죠." - 482쪽

로즈에게 '엄마'는 이게 선결되지 않으면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려운, 반드시 해결돼야 할 화두였다. 그래서 해결의 실마리, 코니의 존재를 알았을 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부딪쳐서 해법을 찾아야만 했다. 로즈가 흘리는 고통의 눈물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더욱 단단해져서 인생의 다음 항로를 준비하는 로즈의 모습이 눈부시다.


제시 버튼의 재능이 다시금 빛난다.

섬세한 심리 묘사가 뛰어나고, 페미니즘 성향이 보이지만 여성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이 새삼 돋보인다. 특히 생생한 캐릭터 구축은 동시대의 작가들 중 선두주자가 아닌가 싶다. 엘리스, 로즈, 코니 3명의 주연 외에 켈리, 조이, 바버라, 욜란다까지 모두 펄떡펄떡 살아 숨 쉰다.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은 단 세 편이지만 의심의 여지가 없다. 향후에 나올 작품도 제시 버튼의 이름은 믿고 고를만하다.

일단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독자들 몫이라고 한다. <컨페션>을 읽고 나서도 독서모임의 합평이 가능할 만큼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있을 거다. 두 개의 시간대별로 각기 다른 여성의 사회적 위상, 엘리스의 심리 분석, 엘리스의 현재...

내세울 것 하나 없고, 남들 눈에는 하찮게 보이는 인생일지라도 자신의 인생에서만큼은 누구나 주연이다. <컨페션>은 자기 인생에서 주연 자리를 찾아가는 매혹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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