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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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에도 어느 나라 못지않게 무수히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다. 무슨 무슨 '스캔들'이니 '게이트'니 하는 것들 말이다. 내 기억에는 언제 한번 제대로 생선 뼈 발리듯 사건의 실체가 속시원히 드러난 적이 없었다. 사건이 발생하면 온갖 지면과 방송에서 다루지만, 대부분 추측 기사로 마무리되기 십상이고 사건의 해결은 소위 말하는 '몸통'을 건드리진 못하고 '꼬리 자르기'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와중에 자살을 했다는 누군가가 나오기도 하고, 거물급들이 법정에 나올 때는 멀쩡하던 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휠체어에 앉아 (코로나 이전에도)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등장하는 광경 또한 지나치게 익숙하다.

조완선의 소설 <집행관들>은 별도 명칭도 없는 조직 '집행관들'이 사회에 널리 알려진 공공의 적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처단하는 이야기다.

 

"법으로 심판을 받을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주고 싶었지." - 390쪽

'집행관들'은 물론 사연이 많다. '꼬리'에 걸려 희생양이 된 경우도 있고 직간접적으로 몸통들에게 피해를 받았다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나름 정연한 논리와 각자의 전문성으로 무장되어 있고 결코 사적인 원한에 함몰되지 않으며 대상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다. 여기서 목표 타깃이 되는 자들은 모두 사법의 힘으로는 건드릴 수 없는 인물들이므로, 이 정도 거물들에게 접근해 목적을 달성하려면 '집행관들'의 역량과 조직력 역시 보통의 힘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홍길동이 절대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백성이 된다. 어찌 되었든 이들이 하는 응징은 그 대의명분이 무엇이든 사법체계의 심판을 벗어난 사적인 단죄(斷罪)이므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 잡히면 중죄를 피할 수 없단 얘기다. 결국 <집행관들> 내러티브의 핵심은 '집행관들'은 누구이며 무슨 울분이 있어 이런 행동을 하는가'로 귀결된다.

현실에서 정의가 제대로 구현되는 걸 보긴 매우 힘들다. '정의는 이긴다'라는 진리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나 찾아볼 말이고, '법은 만인에게 공정하다'라는 의미 또한 세상을 알아가다 보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진실을 알게 된다.

나름 민주시민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울화가 많다. <내부자들>이란 영화가 19금임에도 불구하고 공전의 히트를 친 까닭도 현실에선 벌어지기 힘든 정의 구현을 화면 상에서나마 잠시 이루었기 때문 아니겠는가? 그나마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담이 덜한 정치 깡패와 꼴통 검사를 앞세우고 나서야 가능했다.

 

'이들의 행위가 용서받을 수 있냐 없냐'를 떠나서 일단 통쾌하게 페이지는 넘어간다.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이들도 추적하는 자들에 의해 단서가 잡히기 시작하는데, 슬슬 결말이 궁금해진다. 과연 작가는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계속 집행만 하다가는 밑도 끝도 없을 테고, 그렇다고 일망타진되면 그 또한 허무한 일일 테고...

소설의 결말은 작가의 염원을 담았다.

<집행관들>은 조완선의 성실한 자료 조사와 탄탄한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성긴 구멍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만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등장인물 관계도'는 너무 상세한 설계도라 아쉽게 느껴졌다. 모범답안을 먼저 제시하고 문제를 풀라고 하는 격이다.

책의 뒤표지에서 이 책을 "본격 사회 미스터리 소설"로 소개한다.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아니 어쩌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장춘몽이리라. 소설 분류할 때 <집행관들>은 추미스가 아닌 판타지로 분류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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