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든 것 - 디지털 뉴노멀 시대를 지배하는
마이클 쿠수마노.데이비드 요피.애너벨 가우어 지음, 오수원 옮김 / 부키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과거 '배달'하면 가장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철가방, 짜장면... 이런 정도일 거다.

배달은 필요하긴 하지만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일거리였고, 디지털하고는 은하수만큼 먼 아날로그 3D 직종 아니던가. 그런 낙후된 영역이 특별한 사업이 되리라고는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다.

배달을 플랫폼화(化) 시키자 그 사업성은 놀라웠다. 김봉진 의장이 창업한 배달의 민족은 신화가 됐다.

창업 이래 한 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쿠팡은 뉴욕 증시 상장으로 만루홈런을 쳤다.

 

(디지털 뉴노멀 시대를 지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든 것>!(원제 THE BUSINESS OF PLATFORMS : Strategy in the Age of Digital Competition, Innovation, and Power)

보통 제목에 '~의 모든 것' 이렇게 들어가면 이름값을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다르다.

플랫폼 기업에 대해 30여 년간 연구해온 3인의 '전문가' 교수들이 그간의 결과물을 고농축으로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다소 학문적인 이론도 일부 나오지만, 대부분은 우리가 익히 들어본 기업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업계의 흥망성쇠를 역동적으로 소개하는지라 지루하지 않게 페이지는 넘어간다. '플랫폼'의 이름을 달고 나온 무수히 많은 도서 중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책이다.

본문 내용을 살펴보자.

플랫폼, 플랫폼 하는데 과연 '플랫폼 사고'는 어떤 것인가(1장), 플랫폼의 위력을 설명할 때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네트워크 효과와 위협 요소인 멀티호밍(2장),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위한 4단계 기본 전략(3장), '실패에서 배운다' 알려진 플랫폼 기업들의 실패 사례(4장), 전통 기업이 플랫폼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법(5장), 영향력이 커진 만큼 비례해서 커지는 사회적 책임 '플랫폼 거버넌스'(6장), 향후 10년을 지배할 플랫폼의 미래(7장)로 플랫폼 비즈니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분석, 예측한다. 불필요한 내용, 군더더기가 일절 없고 내용은 알차고 충실하며 현실감이 넘친다. 현장에서 수많은 기업 컨설팅을 수행한 저자들은 이론뿐 아니라 실무적인 접근에도 능하다. 여기다 2장부터는 장의 말미에 핵심을 정리한 '플랫폼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방점을 찍는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든 것>이란 제목에 부끄럽지 않은 명쾌한 책이다. 고수의 숨결이 느껴진다.

 

기업의 생존 경쟁은 전쟁이나 다름없다. 살인을 하면 기껏해야 한 명을 죽이는 결과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기업 간 경쟁에서 패하면 근로자와 그 가족들은 사지에 몰릴 수도 있다.

누구나 플랫폼, 플랫폼 하지만 이 또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고, 모든 기업이 승리자가 될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그러나 시장을 디지털 기술로 플랫폼화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업의 근간이 바뀌거나 업계 관련 상식과 지식이 낡은 것이 되지는 않는다." - 102쪽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면 이는 곧 죽음이다. 그래서 전통 기업들도 플랫폼 시대에 어떻게든 적응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늙은 개 Old Dogs'를 위한 전략으로 3가지를 밝혀 놓았다.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기존의 플랫폼을 사들이거나, 플랫폼에 속하는 것이다." - 63~64쪽

MS는 자사 윈도우를 설치하면서 자동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기본으로 깔았다. 그러니 초창기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이던 넷스케이프는 경쟁이 될 수 없었고, 얼마 되지 않아 익스플로러의 시장 점유율은 95%에 달했다. 그랬던 MS는 적수가 없다고 자만하다가 구글을 등에 업은 크롬을 만나,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익스플로러는 지는 해, 크롬은 뜨는 해'가 된다.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MS도 윈도폰이란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시장에 참전한 적이 있었으나 결국 완패하고 만다. 여기서 우린 '플랫폼 시장의 승자는 대체로 최상의 상품이 아니라 최상의 플랫폼'이라는 플랫폼 경쟁의 핵심 원리를 알 수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이미 생태계를 만든 상태였고, '애플빠'로 표현되는 충성스러운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부가 가치 전략을 구사하는 애플은 스마트폰으로 얻는 세계 전체 이윤 중 90%를 가져간다.

이런 흥미로운 사례가 수두룩하다. 거기다 최근 페이스북 사례에서 보듯 플랫폼 기업의 힘이 커지면서, 공정성 문제에 민감해지는 트렌디한 내용도 6장에서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관련 기업에 종사하거나, 사업 차원에서 플랫폼 활용을 고민하는 개인은 물론, 플랫폼 기업을 통하지 않고서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도 이 책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순 없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지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