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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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에 표시된 홍보 문구 "202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영화 원작 소설"이 눈길을 확 끈다. 영화 <365일>의 원작 소설이라...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이토록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았을까?

여주인공 라우라의 시선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호텔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다 남자 친구 마틴과 함께 이태리로 여행을 떠난 라우라는 신비한 마성의 섹시남 마시모에게 납치당한다. 그가 라우라에 꽂힌 이유는 매우 특별하지만, 당사자인 라우나에게 마시모는 정체 모를 유괴범일 뿐이다. 이 남자는 돈을 그야말로 물 쓰듯 써대고 주변 모든 인물들 위에 군림하는 젊은 폭군이지만 치명적으로 섹시하고, 침대에선 여성에게 평생 잊히지 않는 섹스를 선사하는 짐승남이다. 영화 <대부>를 비롯한 다수의 갱스터 장르물에서 이탈리아 마피아의 총 본산으로 묘사되는 코사 노스트라(시칠리아 마피아)의 카포파미글리아(capofamiglia_마피아 가주)가 바로 '돈' 마시모다. 결국 365일의 이야기 구조는 "말하자면 포르노 장면이 곁들여진 마피아 영화 같은 삶이 될 것이다."(P 341)」

 

솔직히 라우라에 대해선 그다지 할 말이 없다. 운명의 변화구를 만난 미모의 젊은 여성이란 점 외에는. 이 운명이 행운이냐 불운이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 독자들은 행운이라고 그녀를 질투하지 않을까. 섹스에 적극적이란 점 외에 그녀는 별다른 특장점이 안 보이고, 선택지도 거의 없다.

반면 '포식자' 마시모는 언급할 부분이 많다. 시칠리아에 거점을 두고 있긴 하지만, 그의 패밀리는 사업을 안 하는 지역을 말하는 게 더 쉬울 정도인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부유한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이고, 5개 국어에 능통한 젊은 수장인 마시모는 고위직(!)임에도 불구하고 서슴없이 살인을 저지르며, 제트기나 초호화 요트, 슈퍼카를 소유하고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고 미국 드라마 「다이너스티」의 세트장과 비슷한 대저택에서 살지만 늘 생명의 위험을 느낀다. 그는 원하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얻어내고, 타인을 지배하는 명령에 익숙하며, 본인의 말을 거역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365일>의 배경은 마피아 패밀리가 제공하는 상상을 뛰어넘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이제는 합법화된 패밀리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마시모 월드'지만, 주된 향신료는 끝까지 밀어붙이는 거친 섹스다.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마피아의 세계, 럭셔리 명품도 매력적인 배합 요소이긴 하지만 그거로는 부족하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이 정도 강도의 섹스를 일상생활에서 영위하지 말란 법은 없겠으나, 그 수위는 사뭇 19금을 초월한다. 비교 대상으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언급할 정도니, 29금 이상의 자극을 원하는 독자들은 이 대목에선 환호할 만하다. 유기농도 좋지만, 언제나 불량식품은 필요하다.

"허리의 반동이 어찌나 심하던지 온갖 종류의 오르가슴이 홍수처럼 차례대로 나를 덮쳤다. 눈사태처럼 몰아치는 절정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난 하릴없이 이를 갈고 말았다. 엉덩이에 부딪치는 남자의 허벅지 소리가 귓가에 박수소리처럼 들려왔다." - P 333

럭셔리가 기본값인 마피아 월드와 거칠고 격한 섹스의 향연이 배합된 <365일>이 거둔 소설과 영화의 글로벌한 성공은 이런 자극과 판타지로 대리만족을 얻는 다수 대중의 존재를 입증한다. 여기서 남성이 철저히 밤낮으로 지배하는 세계에 던져진 무개념 인형처럼 묘사된 여성에 대한 페미니즘 차원의 비판은 논하지 말자. 그런 분들은 안 보고 안 읽으면 된다.

이 소설은 전체 3부작 중 첫 편에 해당되기에 독자적인 마무리를 맺지 않는다. 감질나는 이야기는 다음 편 <또 다른 365일>로 이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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