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 사유 없음 - 세력의 주가급등 패턴을 찾는 공시 매뉴얼
장지웅 지음 / (주)이상미디랩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식 시장에 상장이 된 종목은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에 '공시'라는 제도를 운용한다.

"이렇게 상장기업에는 주주를 비롯해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경영 관련 의사결정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해야 합니다. 이것을 기업공시(公示)라고 합니다. 매 분기 그리고 연간 단위로 회사의 사업 내용과 결산재무제표를 담은 보고서는 물론이고, 대주주나 주요 주주의 지분 변동, 합병이나 분할, 주식이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증자나 차입), 주식 소각(감자), 다른 회사 인수, 주요 사업의 매각, 다른 회사와의 주요 거래계약 같은 것을 공시해야 합니다. 이런 공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인 '다트(DART : http://dart.fss.or.kr/)'에서 검색할 수 있습니다." - 중앙SUNDAY, 2021년 1월 30일 「쌍용양회 우선주 이상 급등, 작전세력 헛정보에 '쪽박'」, 김수헌

M&A 전문가로 기업 인수합병 전 과정을 총괄한 풍부한 경험을 지닌 장지웅이 쓴 <주가급등 사유 없음>은 이러한 전자공시를 통해 주가 변동의 개연성을 찾고 투자자 스스로 향후 흐름에 대한 면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취지가 책의 목적이다.

결론은 공시에 암호처럼 표시된 '숨은 그림 찾기'가 가능하다면 눈 뜨고 코 베어 가는 주식 시장에서 세력의 작전에 휘말리지 않을 가능성이 다소나마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봄직하다.


여기서 저자가 논하는 대상은 정상적인 과정을 밟아 성장하는 양질의 기업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작전' 세력이 개입되어 단기간에 주가 부양을 해서 치고 빠지는 선수들의 세계다. 남들이 모르는 호재가 나에게만 전달됐다고, 뜬소문에 혹해서 배팅하다가는 세력의 로드맵대로 움직이는 총알받이가 되기 십상이다.

세력은 양질의 성장, 기업보국 이런 형이상학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목표한 대로 주가를 띄우고 한 탕하고 빠지는 게 목적이다. 여기에 개미 투자자가 곡 소리가 나든, 기업 관계자가 피눈물을 흘리든 누군가의 피해는 관심 밖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다수의 행복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위기 속에서 구조조정의 명분은 극대화되고,

시장의 거대 주체가 만든 방향성에 부합한

기업과 개인 일부가 살아남는다." - P 328


자본주의의 최첨단에 서 있는 작전 세력은 혼자서는 모든 일을 하기 어려워 팀으로 움직이고 결과를 만들어낸다.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큰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기에 대상 기업이 선정되면 최우선으로 전주 혹은 사채업자를 찾아가 사업 설명(!)을 하고 총알을 모은다. 반대로 물주가 전적이 좋은 선수들로 팀을 꾸리기도 한다. 너무 덩치가 큰 기업은 영향을 행사하는 데 제한이 따르므로, 대략 시가총액 2천억 미만 기업에서 대상을 고른다.

세력들은 사전 작업을 위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계획을 세워 입장하고, 결과 또한 일정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그 기간 동안 투여된 자금에 대한 이자 지급은 물론, 과정별로 수수료와 인건비, 언론 홍보비, 필요시 펄(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하여 우회상장을 시도하는 비상장기업)로 붙일 비상장사 인수 비용 등 각종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들어간다. 이러한 항목을 고려하면 주가가 두 배 이상으로 뛰어야 손익분기점에 이르고, 세 배 이상은 돼야 모든 비용을 공제하고 수익이 남는 구조가 된다. 이런 계산법에 따르면 작전의 목표주가는 작업 초기 단계 주가의 3배 가격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속성상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어 성공 확률은 15% 정도라고 한다. 한참 작업 중에 코로나 변수를 만난다면? 관리종목에서도 남는 장사를 하고, 불성실공시는 물론 상장폐지마저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금감원 앞에서도 당당하고, 검찰 조사는 물론 최악의 경우 학교(교도소)까지 갈 상황까지 피하기 힘든 게 그들 작전 세력이다.

앞서 말한 전주나 사채업자도 뭔가 범죄와 연관된 음습한 분위기를 고려하면 안 된다. 이미 제도권 안으로 불법을 피하면서 진화했고, 작전의 과정 역시 합법과 불법의 영역이 교묘하게 걸쳐 있어 나중에라도 범법 행위를 따지기가 쉽지 않다. 경제사범이 그래서 잡기도 힘들고, 잡아도 중징계가 어렵다.

"정상적이고 우량한 회사는 전환사채 CB, 신주인수권부사채 BW, 교환사채 EB와 같은 메자닌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이나 주식분할, 병합 등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반면 세력이 개입되는 종목은 자금조달이나 최대주주변경과 같은 이벤트를 위해 메자닌 채권 발행 계획이 단계별로 정교하게 짜여있다." - P 24


투자자 입장에서 유일한 무기는 바로 '공시 바로보기'인 셈이고, 이 책의 부제는 '세력의 주가 급등 패턴을 찾는 공시 매뉴얼'이다. 다행히 한국은 공시 제도가 발전되어 있어서 워런 버핏은 "세계 어느 나라도 기업에 대한 정보를 한국처럼 인터넷으로 바로 확인할 수는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 가능한 메시지는 공시에서 먼저 확인해야 한다. 세력 입장에서 차트란 자신들이 의도한 대로 주가가 움직인 발자국에 가깝다." - P 29

저자는 다양한 현장 경험을 지녔다. 주총에서 조폭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갈비뼈가 부러진 적도 있지만, 현실에선 종종 있는 일이라고...

저자가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모든 노하우는 주로 본문 DART 3편 '주가가 움직이기 전 공시에 나타나는 신호'에 실렸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주식 중수 이상 고수가 읽는다면 얻는 것이 많을 책이다. 주식투자에 관한 무수히 많은 책이 있지만 공시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밝혀 내는 이 책의 존재가치는 독보적이다. 다만 선수들이 움직이는 '게임의 법칙'이 그다지 허술하게 공시에 '나 여기 있어!'하고 떠먹여 줄 리가 만무하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그 의미를 저자처럼 파악하기란 매우 요원한 일일 것이란 느낌적 느낌은 들지만, 기업에 대한 정보를 다 안다는 자만이나 호재에 대한 지나친 과신은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란 진리는 느껴진다. 모르면 당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