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비움 공부 -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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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알지만 아무도 안 읽는 책이 고전이라고 한다.

장자 역시 본인 이름으로 된 책이 있지만, 정작 그 책을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학창 시절 노장사상을 배울 때 노자, 장자에 대한 언급 정도로 넘어갔고, 이후 그 유명한 호접몽(胡蝶夢) 고사 정도 떠올리겠다.

인문학자 조희가 쓴 <장자의 비움 공부>는 장자의 철학에 심취한 저자가 현대인이 쉽게 장자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도록 그 핵심 사상을 전달하는 책이다.

책 제목에도 나오지만, 장자의 핵심 철학은 '비움'이다. 그래서 책의 부제 역시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이다.

욕망의 사다리에서 위로만 위로만 올라가려는 현대인에게 장자의 이러한 내려놓음 철학은 자칫 한가한 유유자적 음풍농월 세계관으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저자 조희에 따르면 장자의 사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고, 오히려 깊이에 있어서는 '공자왈 맹자왈'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한다.

"저자는 공자의 논어를 보면서 그것을 실천하려면 정말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장자의 사상이 공자의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자의 도는 공자의 사상을 보완하고, 모든 것을 초월해야 하는 큰 도를 주장하기 때문에 더 실천하기 어렵다고 느껴졌다." - P 95

"공자의 말보다도 더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장자의 사상이다." - P 154

무위자연을 최고의 선으로 두고,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장자 철학의 원문을 100개의 단락으로 정리하고, 개별 문장에 대한 주석을 현대적으로 저자가 해설해 주는 구성이다.

있는 것을 그대로 두는 장자 철학의 핵심을 가슴 깊이 이해한다면, 책에서 반복되는 내용들이 어느 정도 눈이 아닌 마음에 와닿는다. 자연친화적이고, 억지로 뭔가를 이루려 하지 않고, 큰 욕심을 부리며 아웅다웅하지 않고 물 흘러가는듯한 인생관!

인생을 고(苦)로 파악하고, 공(空)의 가치를 강조한 불교 철학과도 장자는 닮은 데가 많다.

 

"즉, 진정 도를 깨닫는 사람은

삶을 기뻐하거나 죽음을 싫어하지 않으며,

작은 것을 탓하거나 성공을 과시하지도 않고,

억지로 일을 꾸미지도 않는다." - P 254

 

<장자>를 읽어보진 않았지만, <장자의 비움 공부>에서는 공자와 그 제자에 대한 이야기가 빈번하게 나온다. 자연스레 공자와 장자의 세계관을 비교하게 되는데, 입신양명에 큰 비중을 두었던 공자에 비해 장자의 품은 넓어 포용력이 있다. 이를 저자는 '배움을 강조하는 공자가 당신을 압박한다면, 비움을 중시하는 장자는 당신에게 휴식을 줄 것이다.'라고 정곡을 찌른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끼친 공자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장자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장자의 비움 공부>를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

 

지나친 경쟁과 남과의 비교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고, 만족이란 단어를 뇌세포에서 지운다.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니라고,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미니멀한 심플 라이프를 추구하고자 하는 현대인이라면 장자와의 궁합은 좋다. 우리는 누구나 미생이지만, 각자의 쓰임새가 있다.

코로나 역시 성장 일변도의 자본주의가 맞이한 반대 급부 아니겠는가! 시대적으로 장자가 부활할 여건은 조성되었다. 뭔가를 무조건 더하고자만 하는 삶에서 비움의 가치는 소중하고, 장자의 내려놓음 철학은 시대의 해독제로 기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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