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뉴욕이다
이여행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30여 개국 이상을 여행했으니 아마도 도시 숫자로 보자면 40~50개 도시는 다녔으리라.

뉴욕에 체류한 적은 없어도 미국 동부에 몇 달 머문 적이 있어 뉴욕은 자주 들렀었다. 방문한 많은 도시 중에서도 뉴욕의 이미지는 특별하게 남아있다. 도시 자체가 그 어떤 것이라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용광로 같았고,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 활력이 넘쳤다. 브로드웨이에서 4대 뮤지컬이라는 작품들을 감상한 경험이 아마도 가장 강렬한 기억을 남겼을 수도 있겠지만, 이해도 못 하면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 뒷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Hearts of Darkness>(1991)를 보고, 큰 화면으로 포르노를 틀어주는 음습한 성인 극장을 호기심에 찾기도 하고, kg으로 파는 한인이 운영하는 간이 뷔페식 가게에서 허기를 다스리기도 했다.

필명으로 짐작되는 이여행이 쓴 <뉴욕은 뉴욕이다>는 뉴욕의 현재 모습을 일별할 수 있는 간략한 책이다.

좌측 페이지에는 사진이, 우측 페이지에는 사진에 소개된 핫스폿을 설명하는 기본 구성을 취한다.

오랜 세월 뉴욕을 상징했던 브로드웨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센트럴 파크, 월스트리트(의 황소), 매디슨 스퀘어 가든, 뉴욕타임스, 타임스퀘어, 할렘, 코니 아일랜드, JFK 공항, 리틀 이태리, 뉴욕 증권거래소, 브루클린 다리...

도시는 멈추지 않는다.

뉴욕 역시 9.11 테러의 아픈 기억을 딛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대체한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비롯해서 과거 열차노선으로 쓰였던 곳을 공중공원으로 만들어 우리나라 도시 계획에도 귀감이 된 '하이라인', 허드슨 야드에 새로 들어선 거대한 조형물 '베슬'(Vessel), 월가의 명물 황소 앞에 생긴 동상 '겁 없는 소녀'(Fearless Girl), 9.11 테러 이후 평화를 기원하는 '그라운드 제로' 등이 늘 새로운 "New" York의 이미지를 만든다.

몇 년 전 LA는 다시 갈 일이 있었으나, 뉴욕은 안 간 지 오래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눈으로나마 뉴욕에 대한 팬심을 되살려본다.

이민자들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도착하던 관문이었던 뉴욕은 이제는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이 되었다. 배트맨의 고담 시 모델은 뉴욕이었고, 뉴욕을 너무나도 사랑한 마틴 스코세이지나 우디 알렌은 경력 대부분의 작품을 뉴욕을 배경으로 찍었고, 폴 오스터는 뉴욕 3부작을 바쳤다. 뮤지컬의 본산 브로드웨이는 여전히 클래식과 신작이 각축전을 벌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꿈꾸며, 운동권의 구호였던 '양키 고 홈'의 양키를 팀 이름으로 한 '뉴욕 양키스'는 MLB 최강의 프로야구팀이다.

뉴욕은 여전히 24시간 지하철이 다니고, 기마경찰이 순찰을 도는 도시다.

뉴욕은 뉴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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