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의 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2
하야미 가즈마사 지음, 박승후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또 하나의 가련한 여성 수난사가 기다린다. 하야미 가즈마사의 <무죄의 죄>!

저자의 이름을 검색해 보면 국내에는 동명의 영화로도 알려진 <이별까지 7일>이 유일하게 번역돼 있다. 모든 작품이 소개된 것은 아니지만, <이별까지 7일>을 염두에 둔다면 이 작가가 추미스가 전공이 아니란 사실이 드러난다. 오히려 <무죄의 죄>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그가 사회파 미스터리의 틀을 빌어온 이단아 성격의 작품으로 보인다.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에는 분명 '내가 좋아하는 걸 남에게 추천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포함되리라. 서점 직원들이 이 작품의 진가를 알아보고 자체적인 홍보를 해서 차트 역주행을 이뤄내 누적 판매고 50만 부에 이르는 상업적인 성공은 물론, 일본추리작가협회상까지 수상한 게 바로 <무죄의 죄>다.


여주인공의 이름은 '다나카 유키노'다. 유키노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사형수로 복역 중이다.

불우한 가정 환경, 어린 시절에 저지른 범죄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잔혹한 사건을 일으키고도 남을 만큼 비참했던'(P 207) 빗나간 인생처럼 보인다.

"혐오스런 유키노의 인생"

세상 사람들은 드러난 결과만 가지고 쉽게 유키노를 단죄한다.

"그러니까 뭐랄까···. 그래 보이잖아. 딱 봐도." 지들이 무슨 용한 점쟁이라도 되는 듯이.

법정 판결문에 사용된 문구들로 소설은 구성되어 있는데, 왜 이런 구성을 취했는가는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알게 된다.

1장 "책임감을 갖추지 못한 열일곱 살 어머니 밑에서..."

5장 "계획성 짙은 살의를 봤을 때..."

1부 '사건 전야'에는 유키노 탄생의 과정을 아는 산부인과 의사, 이복 언니, 절친, 남자친구의 절친, 유키노 본인의 입을 통해 다나카 유키노가 어떤 사람인지 입체적으로 드러나고, 사건의 전모가 그려진다.

"누군가 슬퍼하면 다 같이 돕기. 이건 언덕 탐험대의 약속이야." - 쇼

"응, 그러자. 내가 모두 지켜줄게." - 유키노

"나도, 나도 모두를 지킬 거야." - 신이치, P 64

2부에서는 어린 시절 언덕 탐험대의 일원이었던 쇼와 신이치의 눈물겨운 우정의 연대가 그려진다.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생이 있을까? 하찮은 인생이란 없다.

진심으로 자기를 생각해 주는 쇼와 신이치 같은 1~2명의 친구만 있어도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 그리고 역시 친구는 어릴 때 찾아야 한다.

"인간은 아무도 자기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 죽는대." - P 168

묵직하다.

페이지는 술술 넘어가지만 여운이 짙다. 아마도 유키노를 쉽게 보내지 못할 거 같다.

신자는 아니지만 부정한 여인을 눈앞에 두고 하신 예수님 어록이 떠오른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