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탐정 마환 - 평생도의 비밀
양수련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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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도는 높은 벼슬을 지낸 양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생사의 기념이 될 만한 장면들을 엮어 그린 그림이란 뜻이오. 고관대작은 돼야 자신의 평생도를 남길 수 있소. 요새로 치면 업적이 출중한 공직자의 자서전 같은 거니까. 노비에게 남길 업적이란 게 있을 턱이 없잖소." - P 32

부제 "평생도의 비밀"에 드러나듯, 양수련의 <바리스타 탐정 마환>은 고관대작들의 호사, 그림으로 만든 자서전 '평생도'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다루는 평생도는 흔한 양반의 그것이 아닌 노비의 평생도다. 양반들의 전유물이고, 감히 노비들은 넘보아서는 안 될 평생도를 누가, 왜, 무슨 까닭으로 남겼을까?

1892년 조선 후기에서 시작하여 현대를 넘나들며, 백년의 시공간을 초월해서 이야기는 유장하게 전개되며, '평생도의 비밀'에는 주인공 바리스타 탐정 마환과 그의 짝패인 유령 할도 단지 사건 해결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홀로서기를 한 마환은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더욱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평생도에 얽힌 애끓는 부성애와 평생도를 향한 시대를 불문한 인간의 탐욕이 대꾸를 이루면서 비극적인 서사시를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지만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탐정으로서 마환의 활약은 미비하고, 살인은 대단원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기능한다.

신선하다!

앞서 말했듯, <바리스타 탐정 마환>은 '탐정'이라는 표제어, 전작 바리스타 탐정 마환 연작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과의 연관성, 국내 장르소설의 명가로 자리 잡은 몽실북스 발행으로 편의상 추미스로 분류하지만, 그 내용은 굳이 장르물의 좁은 테두리에 가두지 않아도 좋다. 추리 요소보다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평생도의 이야기가 신박한 상상력에 힘입어 독자들을 즐겁고 색다른 세계로 안내한다. 오히려 장르물이 아닌 일반 소설을 즐기는 독자들에게도 소구할 수 있는 매력 있는 작품이라 본다. '나는 피비린내 나는 장르물은 안 보거든' 하고 넘어갈까 봐 조바심이 난다.

고만고만한 추미스에 질린 장르물의 외연을 조선 후기 민화 평생도로 소재를 확장했다는 점과 이를 빼어난 스토리텔링으로 완성한 안정적인 필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다. 미스터리하면서 흥미로운 감동의 서사! 새로운 시도는 박수받아야 마땅하고, 계속되어야만 한다.

"바리스타 탐정 마환" 시리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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