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팅 하이 getting high - 영원을 노래하는 밴드, 오아시스
파올로 휴이트 지음, 백지선 옮김 / 컴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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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는 90년대 브릿팝을 대표하는 맨체스터 출신 영국 밴드다. 데뷔 당시 영국 언론이 '제2의 섹스 피스톨즈'로 수식했던 오아시스는 결국 '제2의 비틀스'로 판명되었다. 그 어떤 밴드도 감히 비틀스와 비교되진 않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생각해 본다면, 오아시스의 위상을 간략히 정리하는 수식이라 하겠다.

오아시스는 94년도에 데뷔했고 2009년도에 공식적으로 해체했다. 악명 높은 갤러거 형제의 불화에 비하면 15년이란 예상을 뛰어넘는 활동 기간과 8장의 공식 앨범을 남겼다. 그들은 할 만큼 했다.

* 브릿팝 ☞ 1990년대에 등장한 밝고 경쾌한 복고풍의 영국 로큰롤 음악 (P 175)

대중음악 평론가로 노엘 갤러거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온 파올로 휴이트가 쓴 <게팅 하이>는 오아시스 연대기가 아니다. 94년 데뷔 앨범 <Definitely Maybe>로 출발, 그들 최고의 명반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95)를 발표하고 다음 앨범 작업을 준비하는 1994~1996년 3년간의 '가장 결정적인' 시기를 집중 다룬다. 이 시기는 오아시스의 탄생인 동시에 전성기였기에 오히려 집중도가 높은 효과적인 집필 방식이다.

"2집의 제목은 미국에 있을 때 어떤 여자가 노엘에게 전화를 걸어 맨 처음 한 인사말이었다. 사실 이 말은 미국 고교생들이 매년 무대에 올리는 <바이 바이 버디 Bye Bye Birdie>라는 뮤지컬의 주요 곡인 <The Telephone Hour>에 나오는 가사로 미국의 학생들이 즐겨 쓰는 표현이었다." - P 480

"노엘은 자신의 1~2집 앨범이 팝 역사상 가장 뛰어나다는 말까지 한다. 사랑해 마지않는 비틀스조차도 1~2집은 자신보다 못하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노엘은 작지만 중요한 문제 하나를 고려하지 않았다. 노엘은 참고할 25년 역사의 팝 음악이 있었지만 비틀스는 없었다." - P 565

데뷔와 동시에 영국 음악계는 물론 세계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공룡 밴드 오아시스의 하루도 조용하게 지나가지 않는 '술과 마약의 나날들' 평지풍파가 숙취와 약 기운까지 느껴질 정도로 묘사되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오아시스는 5인조 록밴드다. 하지만 [오아시스 = 갤러거 형제]로 정의되어 왔고 이는 이 책을 통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아시스 음악의 핵심은 노엘 갤러거가 쥐고 있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의 독설가 노엘은 명곡 자판기일 뿐 아니라 보컬 욕심까지 숨기지 않는 오아시스의 브레인이고, 존 레논의 영혼이 자기 몸으로 들어왔다고 믿는 괴팍한 싸가지, '세상에 하나뿐인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 리암은 보컬을 담당하는 오아시스의 프런트맨, 얼굴마담이요 섹스 심벌이고, 타고난 록스타가 갖춰야 할 덕목인 종잡을 수 없는 천방지축 기행, 예민한 감수성으로 과대포장되곤 하는 지랄맞은 성격을 갖췄다.(활자 읽기를 극도로 싫어하고, 뭔가 꾸준히 배우길 질겁하는 그가 그래서 선택한 게 보컬이었다고)

나머지 멤버들은? 아쉽지만 '갤러거 형제와 아이들'이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위치에 불만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이 먼저 '레인'이란 비틀스 곡에서 이름을 딴 밴드를 결성해 있었고, 거기에 리암이 합류하면서 오아시스란 이름을 제안했고, 마지막으로 노엘이 합류하면서 클럽 밴드에서 국민밴드로 용이 된다.

비틀스(폴 매카트니), 폴 웰러, 버트 바카락 등 노엘에게 영향을 준 영웅들, 맨체스터 시티를 향한 무한 애정, 쇠락해가는 맨체스터 노동자 계급을 대변하는 출신 성분, 창립 멤버지만 실력 향상을 위한 노력이나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퇴출된 드러머 토니 맥캐롤과의 악연, 당대의 라이벌 '중산층 대학생으로 구성된 밴드' 블러와의 혈전, 폭력을 휘두르고 가정에 소홀했던 아버지 갤러거와 늘 형제를 지키고 오랫동안 리암과 함께 살았던 어머니 페기(록스타가 엄마랑 살다니...), 나머지 잔여 멤버들(!), 술과 마약(노골적으로 묘사되어 있진 않으나 그루피들과의 섹스)으로 위태위태했고 실제 크고 작은 사건으로 점철된 공연과 방송 인터뷰 등등. 그리고 이 모든 걸 뒤덮는 상위 변수, 주먹다짐은 물론 팀 이탈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갤러거 형제의 기 싸움.


"리암은 이런 건방진 태도를 아주 좋아했다. 마음에 안 들면 대놓고 욕하는 태도 말이다. 오아시스는 이런 태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밴드였다." - P 110

"그리고 이 긴장감의 중심에는 리암이 있다. 관객은 리암의 충동적인 성격과 종잡을 수 없는 행동에 익숙했다. 리암과 노엘의 관계가 얼마나 격동적인지도 잘 안다. 노엘과 리암이 무대 위에서 부딪칠수록 둘의 불꽃 튀는 시너지는 배가됐다." - P 156

"놀랍게도 그의 아버지 토마스는 리암을 애지중지했다. 노엘이나 폴과 다르게 리암은 아버지에게 맞은 기억이 한 번밖에 없다.(중략)

아버지의 편애는 노엘에게 상처가 됐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유명인 중에서도 노엘과 리암의 관계가 유독 복잡했던 건 그 때문이었다." - P 237~238

"노엘은 무엇보다도 음악이 중요했다. 음악 없이는 오아시스는 물론이고 그 어떤 밴드도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머지는 다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었다.

그러나 리암에게는 반항적인 태도가 담기지 않은 음악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핵심은 반항 정신이었다. 반항 정신이 없이 음악을 하면 앤드루 로이드 웨버처럼 될 거라고 했다." - P 369~370

"이 사진들에서 드러나듯, 오아시스는 축구 경기장에서 성장한 밴드이자 축구를 음악만큼 중시한 1990년대 최초의 밴드였다.

최다 관객 기록을 갱신하고 대중의 기억에 영원히 남을 곡을 쓰며 백만장자가 될 노엘 갤러거에게 인생 최고의 날을 고르라면, 아마 주저하지 않고 1989년 엑스터시에 취한 맨시티의 팬들과 함께 키팍스 스탠드에서 맨시티가 맨유를 5-1로 이기는 모습을 지켜본 날을 고를 것이다." - P 378~379

"그즈음 세상은 오아시스 편과 블러 편 둘로 양분된 듯 보였다. 축구에서는 칸토나(오아시스)와 시어러(블러)로, 스누커에서는 로니 오설리번(오아시스)과 스티븐 헨드리(블러)로 편이 갈라졌다.

가장 알맞은 예시로는 당시 엄청난 속도로 팔린 어빈 웰시의 소설 <트레인스포팅>이었다. 영국의 노동 계급 출신의 작가가 자신의 뿌리와 1990년대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콧대 높은 문단을 박살낸 건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어빈의 세계관이 오아시스와 같다면, <피버 피치>와 <하이 피델리티>로 출판계에 파란을 일으킨 또 다른 작가인 닉 혼비는 블러와 같았다." - P 539

"1990년대는 1960년대와 비슷했다.(중략)

쾌락주의와 마약, 모드족, 스쿠터, 비틀스 등 1960년대를 대표하는 요소들은 1990년대 팝 문화의 근간이 됐다. 유일한 차이점이 있다면 경제였다. 1960년대의 십 대들은 대부분 가난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영국 사회는 이미 커진 빈부 격차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 P 540~541

"어릴 때 리암과 두 형은 어머니를 아버지에게서 떼어놓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매번 종교가 어머니의 발목을 잡았다. 그 때문에 세 형제는 더 오랫동안 폭력과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리암은 공격성으로 분노를 표출했고 노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으로 아버지에게 맞섰다. 그 수단은 바로 음악이었다.(중략)

오아시스의 성공은 곧 아버지를 향한 노엘의 복수였고, 복수심은 노엘이 끊임없이 곡을 쓰게 한 원동력이었다. 갤러거 형제의 구세주는 종교가 아니라 음악이었다. 음악은 훨씬 더 나은 세계로 형제를 안내했다. 형제는 다른 무엇도 아닌 음악에서 천국과 구원을 찾았다." - P 544

하지만 어쨌거나 무대 위에 오르면 그들의 마법은 시작되었고 누구도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And so Sally can wait

She knows it's too late

As we're walking on by

Her soul slides away

But don't look back in anger

I heard you say

세상에! 누가 여기서 떼창을 안 할 수가 있나?

90년대에 가장 높이 비상했던 밴드, 오아시스!

천재는 단 하나의 마스터피스로 말한다면, 오아시스는 'Don't Look Back In Anger', 'Wonderwall', 'Champagne Supernova', 'Some Might Say'가 한 장에 담긴, 영국 역대 판매 레코드 순위 3위에 등재되어 영국 4가구당 1가구가 집에 있다는 90년대 브릿팝을 소환할 때 가장 먼저 언급돼야 할 명반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를 남겼다.

갤러거 형제는 각자 그들의 구원인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앨범으로 그들은 영원불멸이다.

스톤 로지스만큼 성공하면 소원이 없겠다던 그들의 성공 신화는 거의 비틀스에 근접했다.

그저 그런 환경에서 기타를 치고 밴드를 결성한 맨체스터의 아이들이 어디 한둘이었겠냐마는 신은 신의 존재를 전혀 믿지 않는 갤러거 형제에게 '빌어먹게 좋은' 운 이상의 재능을 선사했다. <게팅 하이>는 그 찬란한 기록이다.


"바로 옆에는 끝까지 함께 할 앨런 화이트와 귁시, 본헤드가 있다. 모두 노엘이 또 다른 곡을 연주하길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노엘과 영원히 묶여 있을 동생 리암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리암만 있었다면 오아시스는 영영 데뷔하지 못하고 자멸했을 것이다. 노엘만 있었다면 오아시스는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오아시스가 내린 결론이자, 갤러거 형제가 지금까지도 오아시스의 영혼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이유다. 애증과 신뢰와 존경으로 얽힌 두 사람은 앞으로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 Epilogue, P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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