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티튜트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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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더운 장마철, '킹 오브 킹' 스티븐 킹의 따끈따끈한 신작 <인스티튜트>다.

10대를 다룬 킹의 작품들은 대부분 걸작들이었다. <그것>, <스탠 바이 미>, <옥수수밭의 아이들>...

게다가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TP(텔레파시)와 TK(염력)의 능력자들이다. 그렇다면 이건 바로 킹의 데뷔작 <캐리>를 연상하게 하는 설정이다. 그간의 학습 효과로 볼 때 이번 작품은 다소 실망스러웠던 전작 <잠자는 미녀들>과 달리 기대를 해봄직하다. 10대 소년의 TK라!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12살 천재 소년 루크 앨리스는 MIT와 에머슨 대학 2군데서 모두 입학을 바랄 정도의 영재다. 어느 날 갑자기 괴한들이 침입하여 부모를 살해하고 루크는 비밀시설 '인스티튜트'로 납치된다. 그곳에는 비슷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데 과연 인스티튜트의 목적은 무엇인가?」

"가장 좋은 걸 빼앗기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여기서 무기로 개조되고 거기로 가서 남는 게 없을 때까지 쓰임을 당했다. 그런 다음 뒤 건물의 뒤편으로 넘어가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는 대열에 합류하는데... 그것의 정체는 뭔지 알 수 없었다." - P 358

처음엔 인스티튜트는 불법 기관인지 알았다. 자녀를 차출하겠다는 정식 요청 없이 무자비하게 부모를 죽였으니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이 시설이 오랫동안 운영되어왔고, 적지 않은 기부금으로 운영이 된다는 점에서 국가 공인기관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그렇지 않고선 이토록 오랜 기간 이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탈 없이 지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다소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떡잎부터 다른 TP와 TK 능력을 지닌 아이들을 납치해서 결국 초능력 공격대로 만들어 장기판의 졸처럼 쓰고 버리는 게 시설의 미션인데 도대체 왜? 자세한 이야기는 2편에서 밝혀지겠다.

루크를 비롯한 아이들은 시설에서 여러 테스트를 받고 TP냐 TK냐 분류 작업을 거치고, 각자 지닌 능력의 레벨을 평가받는다. 오래된 아이들은 테스트가 끝나면 다른 건물로 사라지고 그 이후 복귀는 없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인권은 개뿔도 보호받지 못하고 그냥 임상실험 대상일 뿐이다. 결국 루크는 어느새 최고참이 되고 시설을 탈출하면서 1편은 끝난다. 탈출 과정은 의외로 간단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삽을 준비한다 → 삽 손잡이가 부러질 정도로 철책 아래 열심히 삽질을 한다. → 소년의 몸이 빠져 나갈만큼 파진 공간으로 철책을 통과한다.

작가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넣은 부분이겠으나, 시설에 함께 수용된 아이들을 알아가고 일련의 시험을 거치는 과정이 다소 지루했다. 기억하자. 우린 분량 대마왕 킹의 작품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도 이번 책은 2권으로 끝나지 않나.

문체에도 시나브로 필자의 나이가 묻어날 수밖에 없으나, 다행히 킹은 아직 킹 '옹'(翁)의 낌새는 없다.

늘 킹의 작품에서 인생의 교훈을 얻는다. 이번 소설에서도 몇 개의 경구가 보인다.

"이런 식으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누구라도 알다시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영양가가 없기 마련이다." - P 44

"누가 내 말 믿으라고 하면 대개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 P 199

"그의 뒤에서 칼리샤와 아이리스가 똑같이 남자들은 죽을 때까지 애라더니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P 206

2편에서 부모 잃은 루크의 천재성이 복수심으로 전환되어 시설 관계자들에게 빅 엿을 먹이고 친구들을 구하는 서사가 그려진다. 더불어 시설의 정체와 그간의 악행 또한 만천하에 드러날 거고, 그 와중에 소설의 도입부에 등장한 야경꾼 팀 제이미슨은 역할을 부여받을 것이다. 12살 천재의 가족과 존엄을 파괴한 대가는 처절한 응징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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