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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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히는 고속도로. 앞차의 뒷좌석에서 딸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이지는 분명 집에 있어야 하는데...

걱정스러운 마음에 집으로 전화를 하니 경찰이 받고 부인과 딸에게 사고가 생겼음을 알린다.

딸은 죽었다는데, 그럼 내가 본 건 이지가 아니었나? 비슷한 여자아이였나? 세상에 자기 딸도 못 알아보는 아빠가 있을까?

디 아더 피플 FAQ

Q : 명칭을 디 아더 피플이라고 지은 이유가 뭔가요?

A : 인간은 누구나 비극은 다른 사람들에게만 벌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벌어지기 전까지는요. 우리도 당신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용서하거나 잊어버리는 데서 위안을 느끼지 않습니다. 정의를 구현하도록 서로 돕는 데서 느끼죠.

Q : 정의라니 어떤 것 말인가요?

A : 그건 개인별로 다릅니다. 하지만 범죄에 걸맞은 처벌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Q : 대가를 지불해야 하나요?

A : 돈이 오가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라도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우리는 기브 앤 테이크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요청하고 신세를 갚는 시스템으로요.

Q : 사람을 살해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나요?

A : 수락할 만한 요청이고 이례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모든 요청이 실행됩니다.



영국 작가 C. J. 튜더의 세 번째 소설 <디 아더 피플>은 법의 단죄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사람들이 만든, 다크 웹으로만 접속이 가능한 사적 복수를 추구하는 비밀조직 '디 아더 피플'이 존재한다는 신박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이를테면 이런 경우다.

누군가 당신의 딸을 성폭행했는데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한다면.

운전자가 당신의 가족을 치고 지나갔는데 면허가 취소되고 그만이라면.

의사가 과실로 당신의 아이가 죽었는데 경고만 받고 끝난다면.

'디 아더 피플'은 품앗이로 이어진다. 누군가가 내 억울함을 어떤 방식으로든 풀어주었다면, 나 역시 언젠가는 나중에 행동으로 갚아야 하는 것. 도움만 받고 약속을 안 지키면 '디 아더 피플'은 당신을 처벌한다.

다수의 추리소설에서 다루었던 교환 살인보다, 익명성이 담보된 디 아더 피플은 훨씬 진일보한 언택트 점조직이다.

빼어난 스릴러를 읽는 즐거움은 점으로 연결된 인물들이 나중에 선으로 이어지면서, 작가의 큰 그림을 파악할 때다. <디 아더 피플>도 그런 예에 포함될 수 있겠으나, 기본 설정에서 큰 점수를 주기 힘들다.

'아내와 딸이 죽었는데 남편이 시체 확인을 하지 않고 장인이 대신한다고? 딸이라고 했다 하더라도 의학적인 확인 절차는 없는지?' 이 지점에서 좀처럼 납득이 안 된다.

딸이 바뀌었다는 기본 전제를 지키기 위해 고안된 몇 가지 지나친 우연은 작품의 개연성을 심각히 떨어뜨린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는 '복수'다.

<디 아더 피플>은 '연쇄 복수 스릴러'를 표방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복수의 쾌감보다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한없이 이어지는 복수의 부질없음을 말한다. 개운하지 않고 찜찜하다.

억울한 희생자는 차고 넘친다. 그래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사적인 복수 스릴러를 알고 있다.

범죄에 희생된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합당한 법의 처벌이 있을 수 있을까? 피해자 가족들은 이를 간다.

천애 고아라도 누군가는 애정을 가진 사람이 있을 거고, 결국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

디 아더 피플의 컨셉은 한 번만 쓰고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후속작 개발이 시급하다.

우린 타인의 도움을 받으며 사는 존재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들(_디 아더 피플)이 필요한 순간이 당신에게도 생길지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애당초 접속할 생각조차 하지 마라! TOO DANGER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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