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 - 독일인에게 배운 까칠 퉁명 삶의 기술
구보타 유키 지음, 강수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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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편집자로 근무하다 번아웃 상태가 되어 2002년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구보타 유키가 쓴 독일 라이프스타일 에세이다. 우리와 정서적으로 많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일본인이 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일하기 / 쉬기 / 살기 / 먹기 / 입기의 5개의 장으로 구분해서 베를리너들의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생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책의 곳곳에 그들의 무채색 취향과 자연 친화적인 생활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사진들이 배치되어 있어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잡지스러운 느낌도 난다. 읽는 행위 자체가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

이 책에서 묘사된 독일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정리해 보자.

1년에 최소 30일은 무조건 쉰다니 12달 중 한 달은 휴가고, 의식주 중에서는 희한하게도 '주'가 가장 중요하고(거기서 독일판 '휘게'인 '게뮈트리히'라는 개념이 나온다), 편의점은 아예 없고, 저녁 식사는 화력을 사용하지 않는 원재료 그대로의 간소한 식사를 하고, 패피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실용적인 옷차림으로 다닐 뿐이고, 여자들은 최소한의 화장만 하고 다니며, 어딜 가도 팬시한 상품이나 한정판 같은 화려한 상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당연히 이런 제품을 취급하는 휘황찬란한 가게도 얼마 없고, 걸어서 갈 수 있는 크고 작은 공원들이 도처에 있어서 자연과 하나 되는 녹색의 삶이 가능하고, 점심시간은 30분만 사용하더라도 그만큼 일찍 퇴근하려 하고, 저녁 이후에는 가족들이 둘러앉아 보드게임을 하고, 어릴 때부터 청소와 정리정돈이 몸에 배어 있다.

물론 이들이라고 모든 게 다 부럽지만은 않다. 예컨대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간이라도 빼줄 듯 과잉 친절에 익숙한 일본인 저자를 당혹스럽게 한다. 하지만 거기서도 저자는 일침을 가한다.

"수준 높은 일을 제공하면 거기에 맞는 금액을 지불해야 일하는 사람도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임금으로 부당하게 과도한 노동을 시킨다는 뉴스를 일본이나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도 듣곤 해요. 제대로 일한들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고, 클레임이 있을 때마다 질책을 받고, 임금마저 낮다면 과연 누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P 36) 


"기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살지 않는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떤지 미지의 세계를 아는 것이 도움이 돼요.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믿어온 상식에서 벗어나면 시야가 넓어지기 때문이죠. 사실 독일인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P 62)

우리가 선진국의 이런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가진 시스템 중에서 좋은 건 계속 유지하고, 그들에게 타산지석으로 배울 건 배우면 된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쉽게 편하게 읽히면서도 독일인들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무릎 담요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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