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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 ㅣ 자이언트 스텝 2
김서해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7월
평점 :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처음으로 돌아가 첫 문장을 다시 읽는 경험은 추리소설에나 있을 줄 알았다. 그저 평범한 두 사람, 해인과 영원의 대화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그것을 가능케 했다. 제목처럼 영원은 해인의 목소리를 빼다 박은 듯 닮았다. 그러나 때로는 대담하고, 뻔뻔하고, 자유롭다. 반 고흐의 그림처럼 용기가 넘치기도, 바비 티몬스의 선율처럼 유려하게 흐르기도 한다. 해인은 자신에게 없는 모습을 가진 영원의 삶을 탐낸다. 늘 내가 아닌 타인이 되고 싶었던 해인에게 영원은 기꺼이 마지막 지표가 되어 준다. 두 사람의 대화로 시작된 이야기가 한 사람의 여행으로 마무리될 때, 독자는 홀린 듯 첫 페이지를 찾게 된다. 해인과 영원의 시작으로 향하는 몸짓은 여지없다.
신선한 표현과 거침없는 문장은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강하지 않은 주인공, 마구 슬퍼하거나 자주 좌절하는 주인공의 독백은 읽는 이의 마음을 세게 두드린다. 해인이 영원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책의 메시지를 내 것으로 흡수할 때 이 소설은 목적을 다한다. 어떤 이야기는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위로가 된다. 종종 해인과 영원의 대화를 떠올리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