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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
장아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실재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혹은 실재할 수 없기에 그 아름다움이 배가되는 존재가 있다. 모든 픽션은 이름에서부터 그러하듯 허구를 자처하지만 판타지는 그중 가장 단호한 거짓말이다. 판타지 이야기는 그 배경부터 사건까지 현실에서 일어날 모든 가능성을 배제한다. 말 그대로 환상인 셈이다.
『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는 네 명의 청소년을 둘러싼 미지의 사건을 한국 전통 신앙과 함께 풀어낸 한국형 판타지 소설이다. 성주나 업과 같은 가택신부터 신도시의 신까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초자연적 존재는 독자를 단숨에 매료시킨다. 판타지스러운 설정은 치기 어리고 사랑스러운 네 주인공을 만나 성장 소설로 자연스럽게 융화된다.
판타지가 현실의 높이로 끌어올려질 때 그것은 새로운 역할을 한다. 바로 환상에 근거를 부여하는 것이다. 현실감을 덧입을 때 황당한 이야기는 소위 말하는 ‘그럴 법한 일’이 된다. 『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는 바로 이 지점에서 그만의 힘을 갖는다. 판타지를 현실로 길어 올리는 힘 말이다. 준후가 자신을 좋아하게 해 달라고 신목에 소원을 비는 희미. 소원의 오작동으로 인해 새로 변한 준후를 세심히 보살피는 민진. 신비한 넋의 기운을 품은 새별. 셋의 공통점은 그 누구도 그들 앞에 벌어진 황당무계한 일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한탄할 시간에 그들은 준후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다는 하나의 목표로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한꺼풀씩 벗겨지는 신비로운 베일은 그들 간에 소중한 비밀의 위치로 자리한다.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고, 공고히 하거나 먼 훗날 추억을 되짚기 위한 용도로서의 비밀, 단지 그뿐이다.
그렇게 거짓말 같은 일화는 한 소년을 둘러싼 세 소녀의 이야기가 된다. 실재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설정은 실재하는 내러티브를 만나 현실의 독자에게 자연스레 다가간다. 환상의 옷을 입은 현실이 마음을 두드릴 때, 꿈꾸듯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찌 문을 열지 않을 수 있을까.
* 본 게시물은 자이언트북스 서포터즈 1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