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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 - 코로나19로 남극해 고립된 알바트로스 호 탈출기
김태훈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행기를 읽으면서 눈물 흘려본 적 있으세요? 조마조마해서 두 손을 꼭 쥐며 읽었던 적은요? 감동과 긴장, 그리고 남극의 풍경과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여행 에세이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입니다. 이 책은 여행에세이라고 소개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아요. 코로나19로 알바크로스 호에 고립되어 한국으로 탈출하기 위한 과정이 담겨있기 때문이에요. 세계여행을 하며 남극을 가보면 좋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읽기 시작해서, 김태훈 작가 부부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읽게 되는 책이에요. 대한민국 영사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생기기도 해요. 여행 에세이 한 권을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코로나19로 세계가 봉쇄되고 있을 즈음, 크르즈 선박에 고립되었던 사람들의 소식을 뉴스에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었을지 느껴졌어요.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는 한국의 정반대편에 고립되어 있던 알바트로스 호의 상황을 알려줍니다. 항로와 육로가 점점 막혀가는 상황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마침내 탈출한 작가 부부의 이야기는 정말 감동스럽습니다.
이 책은 두 가지 감상 포인트가 있어요. 전반부는 남극여행기, 후반부는 코로나 탈출기로 읽을 수가 있어요. 남극여행이 가능하다는 걸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이 책을 통해서 아메리카 대륙의 최남단 땅끝 마을인 우수아이아(Ushuaia)에서 크루즈를 타고 남극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시간 여유가 있다면, Last Minute Ticket으로 할인된 표를 구할 수 있다는 것도. 대부분의 남극 크루즈는 약 10-14일간 남극반도 근처에 머무르며 탐험하는 코스라는 것도. 드물긴 하지만 3주 이상의 일정으로 남극반도와 주변 섬들을 여행하고, 남극 야생동물의천국으로 유명한 사우스조지아 섬과 포클랜드 섬까지 여행하고 온다는 것도. 남극대륙에 랜딩할때는 한 번에 100명까지만 허용되는 규정이 있어서, 탑승객이 적은 작은 크루즈가 나을 수도 있다는 것과 남극바다에 몸을 풍덩 점프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기내에서 비빕밥과 미역국을 먹는 장면을 읽으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책의 후반부를 읽으면서 긴장되고 아슬아슬하고 걱정되던 마음이 한 순간에 녹아버린 것 같았어요. 김태훈 작가 역시 수저를 쥔 채 소리없이 울었다고 회상합니다. 18일 동안 알바트로스 호에 고립되면서, 다른 승객들이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며, 한국땅이 아닌 아프리카 땅에서 다시 고립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을지!
이제는 조금씩 코로나19 상황에 적응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여전히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조금씩 견디어 내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때, 그래서 격리 외에는 방법을 찾지 못했을 때, 그 긴박한 순간에 한국의 정반대편 선박에서 한국으로 오기 위한 각고의 노력. <남극에서 대한민국까지>는 그 과정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값진 여행 에세입니다.
"우리가 남극에 있는 동안 우리가 떠나온 세상에는 충격적인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비교적 안전지대라고 여겨졌던 남미 대륙에도 확진자들이 발생했으며, 심지어 며칠 전에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이미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들이 국경을 봉쇄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의 나라들도 국경 봉쇄를 심각하게 고려중입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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