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준열 외 8인 창비청소년문학 85
이은용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다둥이가족을 보기가 쉽지 않아요.
많은 집은 넷, 다섯 아이까지 출산한 집을 보기는 했지만 대부분 외동이거나 두명의 자녀를 두는 집이 대부분이니까요.
그 때문인지 자녀들과 친구처럼 허물없이 대해주는 부모님들도 있지만 오히려 더 엄하게 키우는 부모님들도 만나게 되요. 외동이라서 자기밖에 모른다는 말을 듣게 하지 않으려고요.
아이가 많건 적건 자녀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엄마들의 고민은 해소되지 않는 것 같아요.

<맹준열외8인>은 요즘 보기드문 일곱남매의 다둥이 가정을 소재로 진행됩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처음 들어왔을 때 막내였던, 지금은 셋째가 된 준열이가 당시 가장 눈길을 끌어 '준열이네'로 불리웠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내막을 갖고 있죠.
다둥이 아이들을 키우고 먹이기 위해 부모님들은 바쁘게 일하지만 구두장인이었던 아버지의 실직과 365마트 캐셔였던 엄마마저 대형마트가 근처에 들어서면서 직장을 잃게 됩니다.
그 기회에 가족들은 여행을 꿈꾸게 되고 마침 아버지의 이름을 사칭해 신차 시승체험단에 응모한 넷째 덕분에 12인승 자동차를 6개월간 타볼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됩니다. 

모든 것이 다 잘 되는 듯 했지만 여행 당일날 군에서 제대해 이리저리 아르바이트를 다니던 큰형이 러시아 여성인 여자친구를 데리고 오는 쇼킹한 사건을 시작으로 호기롭게 나섰던 여행길은 줄줄이 문제가 터지게 됩니다.

 

 

준열이는 이번 여행길에서 '맹준열외8인'이 아니라 오롯이 '맹준열'로서 여행해 보고 싶어합니다. 준열이는 형이 읽던 <데미안>을 끼고 여러번 읽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사색하는 고등학생이니까요. 매번 '외8인'의 선두가 되어야했던 가족의 분위기에 휩쓸리는 게 불만이었던 거죠. 거기에 제집 드나들듯 하는 친구 동이와 '형수'라고 또박또박 자신을 소개하는 러시아 여성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주워온 강아지까지 '맹준열외 10인과 1견'으로 가족관계가 발전하기까지 하니까요.
가운데 끼어 가족의 대표격을 얼떨결에 맡고 그렇다고 존중도 못 받는 상황에서 자아도 강한 고등학생 남자아이가 견디기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었을 거에요.
행운인 줄 알았던 12인용 신차 '지니'와 함께 떠났던 여행은 생각보다 많은 사건 사고를 유발합니다. 평소에는 자신이 우선이지만 위기에서는 가족이 뭉치듯이 티격태격하고 엉망진창이었던 여행길은 결국 서로에 대한 믿음과 끈끈한 가족애를 확인하며 끝을 맺게 되죠.

- 여기서 나가면...나는 막 뛰어갈거야. 숨이 차서 더는 못 뛸때까지.p. 165

현재의 상황은 자신을 옥죄는 것처럼 답답하고 길이 안 보이는 절망감을 안겨주지만 그래서 탈출을 꿈꾸지만 언젠가는 각자의 인생을 찾아가야 하는 가족들의 단란한 한때라면 약간 답답해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준열이가 혼자만의 방법으로 여행을 끝맺음 했던 것처럼 결국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될 날이 머지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작가가 밝혔듯 그저 맹준열 가족의 좌충우돌 여행기로도 재밌지만 구두장인인 아버지의 실직과 일하느라 자녀에게 관심없는 부모와 다둥이자녀들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 등에 대해서도 생각거리를 던져주었어요. 각자의 방법으로 험난한 위기를 헤쳐나가지만 결국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도 있었거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 최소한 내가 만난 프랑스인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성공했다'느니 '실패했다'느니 하는 정의를 내리도록 허용하지 않는, 나는 나라는 극도의 이기주의자였다. 그야말로 시크했다. p.007

한동안 정체성에 혼란이 있었다.
여러가지 상황과 맞닿아 있다보니 라이프스타일이 부딪힌 건데 자아가 강한 나 스스로에 대한 인정보다 사회적으로 짐 지워진 포지션에 따라가는 일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조승연의 <시크:하다>를 읽으며 내가 어떤 일에 마음 쓰고 혼란스러워 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삶이라는 게 원래 '예측불가능하다' 라고 이십대때 정의내린 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내일 일을 어찌 알고 한치 앞을 어찌 내다보냐는 게 내 생각이다. 한국사회가 변화가 빠르다보니 더 그런 측면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조승연 작가는  '예측 가능한 삶'이라는 소제목을 쓰고 챕터를 써내려갔다. 다소 꽉 막히고 불친절한 듯한 문화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할지 알기 때문에 방어가 쉽고 대처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입장이다 보니 아이들이 뭐든 잘 먹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프랑스에서는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대접받지 못한다고 한다. 무난하다는 건 우리나라에서 살아갈 때 가장 큰 장점이지만 개인주의를 넘어서 이기주의가 극대화된 사회에서는 입맛도 취향이 뚜렷해야 제대로 배운 사람으로 인식하는 거라고 한다.
 입맛에 대해서도 취향을 강조하는 건 어찌보면 좀 차가워 보이는 일면인데 조승연 작가는 오히려 그 점이 좋다고 한다.

 

 

 

또 프랑스 친구들의 거리감이 있는 우정에 대해서도 시크하기 때문에 더 부담이 없었다고 한다.
개인적인 아픔이 있어 힘들어할 때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의 소파나 공간 한켠을 내어주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같이 살게 해주는 것. 그러면서도 그의 자존심이 다치지 않게 생활비 일부를 부담하는 일에 개의치 않는 점이 더 담백하고 깔끔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잔정이 많고 밤을 세워 속깊은 얘기를 나누는 문화가 있지만 나중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이리 보면 다소 건조해 보여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녀를 키우는 입장이라 육아관에 대해서도 눈여겨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당연하고 간단한 방법이었다. 가족은 아이가 태어나게 한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이와 외출을 할 때 아이의 입맛이나 행동을 고려해 놀이방이 있는 곳을 선택하거나 유아용 의자, 접시 등이 비치된 곳으로 가게 마련인데 프랑스는 그런 곳이 없다고 한다. 어딜 가든 예의를 갖추고 방해하지 않도록 가르치고 아이가 어른들과 같은 방식으로 사회에 적응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 프랑스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 괴로운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는 여정이 아니라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기대되는 일이 되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가 어떤 방식으로 어른이 되고 싶은지 묻는다면, 어릴 때 자유를 실컷 누리고 크면서 점차 하향곡선을 긋기보다는 어릴 때 조금 통제를 받더라도 어른이 되는 것이 기대되고 기다리게 되는 편이라고 할 것 같다. p.152

 

 

 책을 읽으면서 육아관 다음으로 관심을 가졌던 것은 프랑스인의 자유로움이었다.
어디서든 지적인 토론을 나누고 와인을 즐기며 개성 강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문화도 예민한 자신의 입맛과 성격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부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오감을 만족하는 교육을 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프랑스 사람들은 돈을 벌어 어디에 써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이 빠른만큼 돈에 대한 사고나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지만 프랑스는 계층이동도 거의 일어나지 않고 대출을 받는 것도 굉장히 어려워서 형편껏 맞춰 살도록 되어있다고 한다. 그때문에 가장 확실한 취향에만 돈을 쓰고 과시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갑자기 직장을 잃거나 문제가 생겨도 타격이 크지 않다고 한다.

돈에 대해 엄격하고 현실적인 태도가 그들의 자유로움의 원천이었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부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어린 아이들에게 가혹한 사회성 교육과 불편하고 낡은 집을 '고풍스럽다'라고 할 자신은 아직 없지만 그들의 경제관념과 확실한 취향을 유지할 수 있는 자유로움은 정말 배우고 싶은 부분이었다.

책을 읽고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시크:하다>를 읽고 차가운 우정과 취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 음식, 음악, 여행 그리고 독서
이승희 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회사생활을 시작할 때 자기계발 관련서적들을 많이 읽었어요.
뭔가 회사에 보탬이 되고자 했고 나라는 사람이 사회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나 고민도 되던 시기였거든요.

제가 읽던 자기계발서는 대부분 처세와 인맥에 관한 이야기였고 희한하게 '마케팅' 담당자들의 사례가 많았어요. 그래서 '마케팅'이 뭔가 한참 호기심이 생겼던 적도 있었지요.

 

 

이번에 읽게된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의 사례자들은 자기계발서에 나오던 인맥관리나 자기PR이 아니라 진짜 현장에서 뛰고 있는 실무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것도 대기업이 아니라 대표적인 스타트업 기업들이죠.
배달의 민족이나 에어비앤비는 워낙 유명하고 소비자로서 각인된지 좀 되었지만 스페이스오디티나 트레바리는 정말 생소한 스타트업이었어요.

배달의 민족의 경우에는 그냥 배달 앱인데 마케팅이 굳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배민'에 대해 떠오르는 게 많더라구요. 이를테면 '치킨은 살 안쪄요. 살은 내가 쪄요.' 같은 거요. 그런 창작물이 마케팅을 위한 이벤트의 결과물이었다고 하니 그 담당자 참 물건일세, 싶었어요.

 

 

마케터에겐 다른 직군보다 경험이 훨씬 더 중요해요. 경험이 많아야 사람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다른 마케터들에 비해 경험이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대전에서 서울로 막 올라왔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서울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좋은지, 대학생들이 자주 가는 곳은 어딘지, 뮤직 페스티벌이 뭔지, 브랜드 제품 파법 스토어가 뭔지, 이런 지식이 전무했으니까요. 일단 미친 듯이 경험 자산에 투자했습니다. 새로 생긴 카페, 서점, 식당과 같은 공간에 그 누구보다 빨리 가보려 했고, 사람도 많이 만났고, 영화, 드라마, 예능은 물론 책도 장르 불문하고 많이 읽으려고 했습니다. 여행도 많이 갔습니다. p. 55(이승희)

배민의 마케터인 이승희씨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였는데요. 이승희 마케터의 첫 직장이 치과였다고 해요. 다니던 치과의 블로그 홍보를 도맡아 하고 입지를 굳힌 후 좋아하는 브랜드인 배민으로 옮겼는데요. 노력에 노력을 더했던 심정을 읽고나니 마케터들의 일상이 어떤지 대충 감을 잡겠더라구요.

 

 

한번도 이용해본 적 없는 에어비앤비에 관심이 생겨 그곳의 자료를 탐독하고 홈페이지를 들라거리며 입사를 준비했던 손하빈씨의 면접때 내용을 보며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은 저렇게 표현하는구나 하고 깨닫기도 했어요. 그동안 내가 썼던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되돌아보니 먹히는 자기소개서는 관심을 얼마나 표현했는가에 달려있었던 것처럼 마케터의 기본 자질도 결국 관심이었던 거죠. 또한 일관되게 자신을 주장하는 것도 포함이 되겠지요. 

 

다른 플랫폼과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을 진행하지만 마케팅에서는 결국 단 한가지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일관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요. 사람이 얼마나 진국인지 알려면 그사람이 내게 해왔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잖아요. 우리나라 속담에 열가지 중 아홉가지를 잘해도 한가지를 못하면 다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끝까지 일관성 있다가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해버리면 의도를 헷갈리는 것처럼요. 그래서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는 일관성인 듯 해요.

 

 

그 때문에 평범한 몇 가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특화된 상품을 개발하기도 하는 거겠지요. 내 입맛은 보편적이나 커피만큼은 취향 확고한 다방커피! 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넓고 얕게 일을 하지만 저같은 사람을 위해 마케터는 다방커피의 모든 종류를 섭렵할 수 있는 깊은 조예를 가지려고 애쓰기도 할 테고요.

 

 

이렇게 취향은 일상의 작은 이벤트가 됩니다.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죠. 취향이 생기면 다른 사람에겐 평범한 순간이 나에겐 반갑고 즐거운 순간이 됩니다-p.3989(정혜윤)

마케터로서 가장 중요하게 갖춰야 할 덕목이 취향이라고 해요.
요즘은 자기 취향 확고한 사람들이 많아서 끼리끼리 뭉치기도 하고 독자적인 취미를 SNS에 공유하기도 하는데요. 뚜렷한 취향이 마케팅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갈지 어떤 결과물을 기대하는지를 결정하는 것 같아요.

 

 


이 책 서두에 책을 내게 된 동기가 나와 있어요.
-  영 프로페셔널, 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져야 한다.

그동안 전문가라고 소개된 교수님, 연구원, 박사님들이 아니라 실무진으로 뛰고 있는 젊은 일꾼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의미인데요. 데이터가 오래되고 너무 거시적인 전망이 아니라 실무진으로 현장에서 뛰고 있는 담당자들의 마케팅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안녕달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년 전부터 그림책을 보기 시작했어요.
줄글을 읽을 때 삽화가 들어가거나 아이들용으로 그림은 크게 넣고 글밥은 적게 넣은 동화책 전집만 보다가 그림책 자체가 한편의 시를 읽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그동안 그림책을 읽어주며 육아하시는 분도 만났고 그림책이 인생의 항로를 변경했다고 고백하는 작가님들도 있다보니 그림책의 위력은 실감하기도 했어요.  

그림책 작가 중에 요즘 단연 돋보이는 안녕달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어요.
<수박수영장>, <할머니의 여름휴가>, <메리> 등 안녕달 작가님의 책은 모조리 섭렵했는데 역시 이번에 나온 그림책도 무척 좋았어요.

 

 

 

 

 

안녕달 작가님의 그림책 특징은 귀엽고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적나라하고 가슴아픈 순간들까지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점이에요.

 

 

 

어린 소세지군이 바깥 구경을 나갔다가 상처입고 돌아와 엄마 품에서 눈물 흘리는 그림, 그로 인해 엄마 곁에서 같이 늙어가는 그림은 지금껏 봐왔던 교육용 그림책과는 다르죠.

그림책 독해법을 최근에서야 배우게 됐는데 그림 안에 숨겨진 코드를 찾아가다보면 차별을 반대한다던지 상대방에 대한 이해부족을 짚어내거나 서로 다른 시선을 교차하는 부분 등을 적어놓은 글과 다르게 캐치할 수 있었어요.

소세지군이 결국 나가지 못하고 엄마 무릎에 누워 같이 늙어가다가 결국 엄마를 잃고 커다란 곰돌이를 엄마의 자리에 앉히고 똑같은 위로를 받으려 했던 것, 안마의자의 손부분이 온몸을 주물러 주던 것을 보면 누군가의 손길이 얼마나 그리웠을지 짐작이 가요. 그도 외로웠던 거죠.

 

 

 

애견샵에서 끝까지 팔리지 못하고 결국 바깥에 묶어놓은 강아지를 몰래 데려가는 소세지 할아버지의 전동차에서 강아지가 먹을 사료가 점점이 쏟아지고 있어요.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거기까지 신경을 못 쓰셨을 거에요. 이젠 외롭지 않을 테니까. 자신이 돌볼 대상이 생겨서 뭔가를 흘리고 온다는 생각도 못 했을 거에요.

 

 

 

 

 

 

같이 살기로 마음 먹은 강아지여도 곧바로 마음을 열기는 참 어렵습니다. 마음은 서로가 성의를 보일 때 열 수 있는 거니까요. 강아지는 영특하게도 소세지 할아버지의 염려를 한방에 날려버릴 행동을 하고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죠.

 

 

 

 

소세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강아지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데려왔던 것처럼 서로 마음을 열어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들을 찾아 집으로 데려옵니다.
폭탄 아이와 화염군은 부조화스럽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이 있기에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 수 있었지요.

 

 

 

 

다른 세상으로 떠난 이들이 자신들이 떠나온 별에 두고온 이들을 볼 수 있는 천체관측관에서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려 애쓰는 아이의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래요.

 

 

 

 

 

이곳에서 소시지 할아버지도 두고 온 강아지를 보고 싶어 합니다.
그곳에서 폭탄 아이와 화염군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걱정하지만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편안한 표정을 짓게 됩니다.

 

 

 

 

천체관측관 책임자는 소세지 할아버지의 모습이 인상깊었는지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할아버지와 한잔 하기도 합니다.  

 

 

 

 

 

할아버지는 떨어지는 별에 대고 소원을 빌죠.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다른 이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는 역할을 같이 하고 싶다고 했을 것 같아요. 그는 천체관에 남게 되었거든요.

누군가를 만날 때, 혹은 헤어질 때 흔히 하는 말 '안녕'.
할아버지는 말하고 싶었을 거에요. '안녕'해달라고.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서로 '안녕'이라고 인사해 달라고.

안녕달의 그림책을 보며 저도 한 손을 들어 저에게 인사합니다 '안녕? 안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 병자호란 - 하 - 격변하는 동아시아, 길 잃은 조선 만화 병자호란
정재홍 지음, 한명기 원작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동북아 정세가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요. 이럴 때일수록 역사를 되짚어보며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한 사건들을 떠올려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저 교과서에서 년도와 전쟁양상, 삼전도 치욕 등 핵심 단어만 달달 외웠던 것 말고 실제로 그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만화 병자호란>을 통해 볼 수 있었어요.

 

 

 

 

 

병자호란의 시발점은 원을 물리치고 나라를 세운 후금의 홍타이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요. 원나라에 오랫동안 시달리고 명나라와 군신관계를 맺었던 조선은 홍타이지가 황제로 등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홍타이지가 처음에는 조선을 '형제의 나라'라 칭하고 자신의 황제 즉위에 대해 논의하려는 성의를 보이는데도 아예 귀를 막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여러번 후금에서 사신이 오고 서한이 오는데도 계속 무시하고 박대하던 조선에 후금도 결국 전쟁을 선언하고 진격해 옵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인조는 그저 척화파와 주화파의 싸움을 관망만 하다 사건을 점점 키우기만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명쾌한 결단을 내리는 법이 없었어요.

 

 

 

 

사방이 막힌 남한산성에서 적군에 둘러 쌓여있을 때에도 어떻게 하면 같이 고행하고 있는 신하들과 군사들과 함께 난국을 타계할까 생각하는 모습은 보이지않고 척화파와 주화파의 싸움에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해요.
지도자의 이런 우유부단함이 결국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자신마저 치욕을 당하는 사태로 치닫게 되었던 것 같아요.

 

 

 

패주의 운명은 부당하고 치욕스러운 세월의 연속이었을 거에요. 그 울분과 화풀이를 엉뚱하게 자기 자식에게 쏟아붓는 비극을 저지르기도 할 만큼요. 볼모로 잡혀가 오히려 신문물을 접하고 조선에 새바람을 불러올 재목이었던 소현세자 부부를 시기하고 죽음에 이르도록 조장한 인조의 행보가 그의 상처를 드러내고 있어요.

 

 

 

 

 

또 조선의 왕임에도 자국민을 구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도 빠지게 되요. 폐허가 된 나라를 세우느라 정신없을 와중에도 당파 싸움은 계속되고 일할 사람은 부족한데 외세는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를 해대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자기보다 약한 이들에게 분노하는 일 뿐이었을 거에요.

 

 

 

 

 

 

 

자기 자신의 안위만 걱정하고 책임지기 싫어하고 결단력도 없는 결정장애를 가진 지도자는 그래서 백성들 혹은 국민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런 지도자를 책에서는 정확하게 '무능하다'라고 꼬집습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이루어진 후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완화된 상태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정말 전쟁이 일어날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강한 미국과 핵 미사일을 연달아 쏘아올리는 북한 때문이었죠. 그때 소설가 한강이 뉴욕타임즈에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었죠. 전쟁의 황폐함을 알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였을 거에요.

명분과 의리만 따지고 전쟁을 쉽게 언급했던 조선 사대부의 고지식함이 유래없는 피해를 입혔던 병자호란을 불러왔던 걸 생각해보면 결단력 있고 행동하는 군주가 얼마나 필요했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오래 생각한다고 해서 좋은 결론을 내리는 것도 아니라는 걸 말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