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 최소한 내가 만난 프랑스인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성공했다'느니 '실패했다'느니 하는 정의를 내리도록 허용하지 않는, 나는 나라는 극도의 이기주의자였다. 그야말로 시크했다. p.007

한동안 정체성에 혼란이 있었다.
여러가지 상황과 맞닿아 있다보니 라이프스타일이 부딪힌 건데 자아가 강한 나 스스로에 대한 인정보다 사회적으로 짐 지워진 포지션에 따라가는 일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조승연의 <시크:하다>를 읽으며 내가 어떤 일에 마음 쓰고 혼란스러워 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삶이라는 게 원래 '예측불가능하다' 라고 이십대때 정의내린 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내일 일을 어찌 알고 한치 앞을 어찌 내다보냐는 게 내 생각이다. 한국사회가 변화가 빠르다보니 더 그런 측면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조승연 작가는  '예측 가능한 삶'이라는 소제목을 쓰고 챕터를 써내려갔다. 다소 꽉 막히고 불친절한 듯한 문화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할지 알기 때문에 방어가 쉽고 대처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입장이다 보니 아이들이 뭐든 잘 먹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프랑스에서는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대접받지 못한다고 한다. 무난하다는 건 우리나라에서 살아갈 때 가장 큰 장점이지만 개인주의를 넘어서 이기주의가 극대화된 사회에서는 입맛도 취향이 뚜렷해야 제대로 배운 사람으로 인식하는 거라고 한다.
 입맛에 대해서도 취향을 강조하는 건 어찌보면 좀 차가워 보이는 일면인데 조승연 작가는 오히려 그 점이 좋다고 한다.

 

 

 

또 프랑스 친구들의 거리감이 있는 우정에 대해서도 시크하기 때문에 더 부담이 없었다고 한다.
개인적인 아픔이 있어 힘들어할 때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의 소파나 공간 한켠을 내어주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같이 살게 해주는 것. 그러면서도 그의 자존심이 다치지 않게 생활비 일부를 부담하는 일에 개의치 않는 점이 더 담백하고 깔끔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잔정이 많고 밤을 세워 속깊은 얘기를 나누는 문화가 있지만 나중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이리 보면 다소 건조해 보여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녀를 키우는 입장이라 육아관에 대해서도 눈여겨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당연하고 간단한 방법이었다. 가족은 아이가 태어나게 한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이와 외출을 할 때 아이의 입맛이나 행동을 고려해 놀이방이 있는 곳을 선택하거나 유아용 의자, 접시 등이 비치된 곳으로 가게 마련인데 프랑스는 그런 곳이 없다고 한다. 어딜 가든 예의를 갖추고 방해하지 않도록 가르치고 아이가 어른들과 같은 방식으로 사회에 적응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 프랑스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 괴로운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는 여정이 아니라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기대되는 일이 되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가 어떤 방식으로 어른이 되고 싶은지 묻는다면, 어릴 때 자유를 실컷 누리고 크면서 점차 하향곡선을 긋기보다는 어릴 때 조금 통제를 받더라도 어른이 되는 것이 기대되고 기다리게 되는 편이라고 할 것 같다. p.152

 

 

 책을 읽으면서 육아관 다음으로 관심을 가졌던 것은 프랑스인의 자유로움이었다.
어디서든 지적인 토론을 나누고 와인을 즐기며 개성 강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문화도 예민한 자신의 입맛과 성격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부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오감을 만족하는 교육을 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프랑스 사람들은 돈을 벌어 어디에 써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이 빠른만큼 돈에 대한 사고나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지만 프랑스는 계층이동도 거의 일어나지 않고 대출을 받는 것도 굉장히 어려워서 형편껏 맞춰 살도록 되어있다고 한다. 그때문에 가장 확실한 취향에만 돈을 쓰고 과시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갑자기 직장을 잃거나 문제가 생겨도 타격이 크지 않다고 한다.

돈에 대해 엄격하고 현실적인 태도가 그들의 자유로움의 원천이었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부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어린 아이들에게 가혹한 사회성 교육과 불편하고 낡은 집을 '고풍스럽다'라고 할 자신은 아직 없지만 그들의 경제관념과 확실한 취향을 유지할 수 있는 자유로움은 정말 배우고 싶은 부분이었다.

책을 읽고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시크:하다>를 읽고 차가운 우정과 취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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