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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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소설을 쓸 때는 인생, 시간, 회고 같은 말을 안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써야 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뭘지도 고민해 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앨리스 먼로의 마지막 소설 <디어 라이프>는 읽어 보기도 전에 그가 참 서정적인 소설가가 아닐까 하는 오해를 하기 충분한 제목이었다.

분위기 있어 보이는 백발머리, 글 쓰는 여자 특유의 지적인 늙음. 그 늙음이 초래하는 아름다움이 내가 하는 오해를 한층 더 두텁게 했는데 이 소설집의 첫 작품을 읽으면서 그런 마음은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소설집에 수록된 첫 작품 <일본에 가 닿기를>은 디어 라이프와 참 어울리는 서정적 제목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내가 생각했던 그런 게 아님을 점점 알아가게 되었다.

디어라이프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자기 생각과 주장이 강하지만 유난히 억압된 사회에 살고 있었다. 가족을 위해 저녁마다 극장으로 일을 하러 나가지만 영화는 볼 수 없는 여자, 남편의 편견과 아집에 전전긍긍하며 음악적 취향이나 주변인들과의 만남도 잘 할 수 없는 여인들이다. 그런 여인들이 예고도 없이 일탈을 하며 사건이 일어난다.

특정 종교에 갇혀 지내던 여성이 타운 목사의 아들과 도망쳐 가정을 꾸렸으나 새로 부임한 목사와 바람이 난다던지, 파티에서 만난 남자를 만나기 위해 친구의 빈집을 지키러 가다가 기차에서 만난 남자와 정사를 벌이고, 가족을 위해 바쁘게 사는 남편을 배신하며 자원봉사하던 직장의 뜨내기 배우와 새 살림을 차리기도 한다. 어찌보면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아야 하는 사건들이지만 앨리스 먼로는 그런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냉정하게 쏟아낸다.

이런 스타일은 마지막에 수록된 <디어 라이프>에도 고스란히 반영 되었는데 사춘기 시절 어머니에게 반항 했다가 아버지에게 허리띠로 매를 맞는다든지(그 당시에 전형적으로 있었던 체벌이라고 설명까지 덧붙였다) 동네 미친년으로 찍힌 네이필드 부인을 대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담담히 기술했다(품위만 있다면 아무렇지 않게 대한다는).

사건은 두 번의 유산 끝에 어렵게 얻은 자신이 아기였을 때 유모차에 태워놓고 다른 일을 하던 사이 네이필드 부인이 꽤나 떨어진 자신의 집까지 찾아와 아기 유모차의 담요를 들취보고 집안을 들여다 보면서 시작된다. 혹시라도 아이를 빼앗길까봐, 혹시라도 식료품 배달원에게처럼 손도끼를 들고 해코지를 할까봐 유모차에서 아이를 안아들고 부엌 벽에 서서 네이필드 부인이 돌아가기를 기도하던 어머니. 파킨슨 병으로 혀가 굳어가던 어머니가 그 때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고 훗날 네이필드 부인이 그 집에 거주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집안을 둘러보던 거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다 불현 듯 깨달았다. 네이필드의 딸로 보이는 여성이 쓴 고향 신문에 실린 시를 읽으며 어머니와 이야기하고 싶었던 작가는 어머니와 네이필드 부인이 혹시 닮았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파킨슨 병으로 죽어가는 어머니를 남겨놓고 결혼해서 토론토로 떠나 왔으며 그녀가 나열한 사정을 빌미로 어머니의 임종도 장례식에도 일부러 가지 않았던 건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를 알았다.

디어 라이프는 번역하면 삶을 위하여 혹은 삶에게, 라고 읽을 수 있지만 앞에 for-를 붙이면 죽기살기로(for dear life)’라는 의미로 번역된다는 것을. 그러니까 작가는 서정적인 소설을 쓴 게 아니라 삶의 과격하고 위악스런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리고 장례식에도 나는 집에 가지 않았다. 내게는 어린 자식이 둘 있었는데 밴쿠버에는 아이를 맡길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거기까지 갈 경비가 없었고 내 남편은 의례적인 행동을 경멸했다. 하지만 그것이 왜 그의 탓이겠는가. 내 생각도 같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떤 일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혹은 우리 자신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독립적이건 그렇지 않건 나이를 먹으니 서정시대를 살기는 힘들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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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빚 걱정 없이 살고 싶다 - 죽도록 일해도 빚만 늘어가는 3040을 위한 부채 탈출 프로젝트
심효섭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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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회사를 나오면서 삼십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라 이젠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리어를 쌓기에는 이제 다시 들어갈 곳도 없을 거라는 막연한 불안감. 그러면서도 내일부터는 하루종일 괴롭히던 자괴감과 하기 싫은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생활에서 벗어나겠구나 싶어 안도감이 들었다.

다만, 맞벌이푸어에 하우스푸어 신분이라 맞벌이를 안 하면 집이 넘어가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

원래 다니던 회사보다 규모가 큰 회사로 이직에 성공한 남편은 그럴 일 없다며 자신만만했다.

퇴사한 뒤 몇달만에 외벌이가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를 깨닫고는 다음해 세시간짜리 파트타임을 구해 지금껏 일하고 있는데 항상 벌어들이는 소득은 그야말로 통장을 스캔만 하고 지나가는 듯 했다.

찬찬히 뜯어보니, 집도 집이지만 아이 침대며, 새로 산 노트북 등 카드할부로 산 금액을 메우는 데 얼마 안 되는 월급이 죄다 들어가고 있었다.

<마흔, 빚 걱정없이 살고 싶다>는 서민금융을 잘 운영한다는 미래에셋증권의 컨설턴트 출신이 사례별로 나열한 뒤 컨설팅했던 내용이 나온다.

사회 초년생시절 생각없이 쓰고 다녔던 카드결제나 품위유지를 위해 구입했던 명품백, 옷들을 할부로 장만했던 것 등은 미래가치를 끌어다 쓰는 일이며 당장의 현실이 위기인데 미래의 위기를 대비한 보험을 계속 지키고 있을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무엇보다 내 최대 고민인 집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집에 대한 부담감으로 계속 고액의 이자를 내고 있을 게 아니라 처분한 뒤 서울 인근지역의 집을 전세로 구한 후 큰 빚을 해소하라는 내용이었다.

- 이 부분은 인천에 거주하며 집이 남아돌아 거래도 없는 지금의 특성상 나에겐 별로 도움되지 않는 듯..

또한 개인회생이나 파산 등은 무조건 법무사나 변호사사무실에 찾아가서 신청할 게 아니라 신용회복위원회나 법률구조공단 등에 직접 의뢰해서 상담을 받아보길 권하고 있다.

넉넉하지 않게 가정을 만들고 시작한 부부는 한동안 빚 때문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는 걸 어느날 깨달았다. 그런데 최대한 아끼고 안 써서 빚을 빨리 갚는 부부가 경제적 독립도 빨리 이룬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할부기간이 딱 한달 남은 시점에 바꾼 스마트폰이 마음에 걸리고, 생활비를 카드론을 받아 메우던 얼마전의 일이 후회스러웠다.

무엇보다 재테크의 시작은 빚을 '0'로 만드는 데부터 시작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달까?

나와 비슷한 사례들을 읽고 있자면 답답한 마음이 안 들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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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
토미 바이어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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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복권이 당첨된다면 어떻게 할지, 계산을 뽑아본 적이 있다.

그러다 그만뒀다.

나는 되고 안되고의 확률을 떠나서..복권 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될만한 걸 해야지 하는 마음도 있고 돈을 그냥 갖다 버리는 것 같다는 마음도 커서다.

누구는 복권 한장으로 일주일을 행복하게 산다던데..나는 일주일간 행복하고 역시나..하는 마음이 드는 게 더 싫다..

그 상실감..아무리 쥔 적 없는 돈이지만 마음에 안 들긴 마찬가지다.


토미 바이어의 <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에는 복권당첨자가 나온다. 620만유로에 당첨된 남자.

복권 당첨을 통보해준 상담원 페리데스는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 것을 권한다.

 

하지만 알만은 가장 먼저 아내를 떠올린다. 환자를 진료하고 병원을 꾸려가느라 지친 아내 레기나.

복권 당첨사실을 알리고자 궁리하던 알만은 어처구니 없게도 저녁식사 자리에서 계획했던 크루즈여행을 취소했다는 말로 레기나와 다투게 된다.

 

늘 생각하는 바지만, 사람 말은 항상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아무리 상대방에게 지치고 짜증나더라도.

레기나는 남편 알만에 대한 신뢰가 깨진지 오래다 보니 크루즈여행을 취소한 진짜 이유를 듣지 못했다.

당장 그 한순간 때문에 그렇게 벗어나고 싶어하는 병원일과 부채에서 놓여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알만 또한 제때에 적절하게 아내에게 복권 당첨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복권에 당첨된 며칠간 알만은 별로 유쾌하게 보낼 수 없었다.

 

친구들을 시험하고, 다툰 후 집을 나와 연락이 끊긴 아내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하루종일 돈을 어디다 쓸 것인가 고민했지만 실제 한 일은 집시들과 거리의 악사들에게 적선을 하고, 모르는 여자에게 돈을 꿔주고, 결국 아내에게 선물하지 못한 아이팟을 샀다.

두 누이들에게는 말도 하지 못한 채 돈을 부치고 BMW를 사서 끌고 다녔지만 아내의 부재를 더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자신에게 사기를 치고 떠나갔으며 공동 당첨자이기도 한 에키에게 찾아갔을 때는 그나마 옛사랑인 클라우디아에게 사실을 알려주고 잠깐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아내에 대한 신뢰로 클라우디아의 유혹을 뿌리쳤지만 그의 아내는 이미 그를 버린지 오래였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을 때는 어떤 표정이었을지 상상이 갔다.

 

다시 돌아가보자.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날. 하필 날을 잘못 잡은 판다 크루즈의 마케팅실장이 특실이 취소됐다고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 이 때문에 두 부부는 저녁상이 평화로웠을지 모른다.

선물로 사둔 아이팟을 레기나(처음에는 베스페라고 칭했다)에게 선물하고 알만은 이렇게 말하는 거다.

 

'베스페, 이제 고생끝 행복 시작이야~'

 

그랬다면 레기나는 클라우스 베어(나중에 잠깐 등장한다)와의 외도를 끝내고 알만과 꿈에 그리던 여행을 하고 책을 쓰고, 공부하며 살았을까? 아니면 오히려 더 쿨~하게 '그래? 그럼 내가 곁에 더 없어도 되겠네. 우리 헤어지자' 라고 했을까..

 

전체적인 맥락과 그녀의 성격을 볼 때, 돈 때문에 얽매이지는 않으니 분면 후자였을 것 같다.

 

책에서는 알만이 레기나에게 복권 당첨사실을 말하면 돌아올지, 그런 그녀를 신뢰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말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작가가 어쩔수 없는 남자라는 생각이 든 건 그 부분이었다.

 

여자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단 말이쥐..

 

더군다나 예술가적 기질이 있는 한량으로 바빠 죽겠는 마누라가 새벽에 일어나 달그락거리며 출근준비하는대도 퍼자고 있고, 피곤에 절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기절한 듯 침대에 누워있는데 밤새 TV를 보며 낄낄대는 남편의 기척을 들어야 한다면 오히려 복권 당첨되서 돈은 있으니 나는 없어져도 잘 살겠다는 생각 같은 게 더 들었을 것 같다.

 

물론 사람이니 권리주장은 하겠지.

 

재산분할 신청을 했더라도 남편 몫의 빚이 집대출금에 걸려있는 이상 '최소한도의 금액'은 요구하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해본 추측이지만 실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잊어버리도록 하자.

 

좀 냉정하게 보자면 주인공 알만은 복권이 당첨되면서 그의말대로 '유리한 편'에 서 있는 입장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진창으로 밀어넣은 동업자 에키 덕에 큰 돈을 손에 넣었고 멋지게 복수도 했다.

 

다만, 얻은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으니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고 아버지를 잃었으며 스카트 게임을 하던 친구들을 잃었다.

 

좀더 거대하게 한방 세게 맞을 거라던 내 예상과는 빗나갔지만 에키 덕에 이야기가 완성될 정도의 린치는 당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누나와 동생에게 유산을 나눠준 뒤 집에서 피자를 기다리던 그를 찾아온 두 명의 괴한.

그들 덕에 알게 된 클라우스 베어의 정체..

 

어이없는 폭행을 당하고 입원한 병원에서 알만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도 레기나에게 작별을 고하고 그를 치료해준 의사가 클라우스 베어인줄도 모른 채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는 그의 물음에담담히 대답한다.

 

'살던 대로 사는 거죠.'

 

그렇지만 이 말을 하기 전후에 그가 했던 생각은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새로운 계획이었다.

 

이미 처음부터 책에서는 얘기하고 있었다. 복권 당첨되기 전과 후의 삶이 달랐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살던 대로 사는' 삶이 아니라 이제는 다른 삶을 살 거라는 것을 말이다.

 

본문만 276쪽에 달하는 책 한권을 다 읽을 때까지 그는 '행복했었다', '앞으로는 행복하게 살아야지' 식의 얘기만 늘어놨었다면 앞으로는 '거만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며 오래오래 사랑해 줄 거라던 다짐대로 자의에 의한 행복을 만들어가며 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돈이 주는 행복이 한순간에 의지하던 누군가를 잃으며 날아간 듯 보였지만 그는 극복할 것이다.

 

당첨금을 사기 당해서 몽창 잃었다는 뻔한 스토리를 기대했으나 작가가 복권 당첨 사실을 알리기도 전에 바람난 아내와 인색한 아버지를 아웃시켜 버린 것 처럼.

 

이렇게 보니, 오히려 이 남자. 복권뿐만 아니라 꼬일 뻔한 인생까지 잡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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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베이비 Best Baby 2011.6
Best Baby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잡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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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키우면서 도움 많이 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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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트리 Lemon Tree 2011.6
레몬트리 편집부 엮음 / jcontentree M&B(월간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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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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