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내일이 올거야
이시다 이라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나 역시도 20대지만, 또래, 혹은 우리보다 먼저 사회에 나간 젊은 세대를 보면 스스로를 비하하는 말들이 참 많다. 흙수저, N포 세대, 헬조선 등의 말은 대부분이 알고 있는 말이다. 자학적인 말들로 냉소를 보내는 젊은층의 모습에서 가장 씁쓸한 것은 그런 말들에 당당하게 반박하지 못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다.

 

괜찮은 내일이 올 거야는 이런 젊은 세대의 모습을 짧지만 확실하게 담아냈다. 물론 저자는 일본인이고, 소설의 배경 역시 일본이지만 소설 속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우리나라와 참 비슷하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소설 속에서마저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그것을 느낀 것은 소설의 시작이다.

 

소설의 시작은 네 명의 파견사원이 회사에서 쫓겨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파견사원은 흔히 말하는 비정규직인데, 이들은 한날한시에 회사에서 계약해지통보를 받는다. 좋은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대학교에 가지 못해 파견사원이 된 구로세 신야,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신졸 취업자가 되지 못해 파견사원이 된 하루하라 요스케, 중국 잔류고아 3세이자 미용사가 꿈인 린호센(이즈미), 과묵하고 알려진 것이 없는 미쓰노 슈고.

 

모두 도쿄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임은 다를 것이 없지만, 슈고는 다른 이들과 달랐다. 다들 전철을 타고 돌아가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는 도보여행을 하겠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세 사람은 도쿄로 돌아가도 어차피 대기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뜻 슈고의 도보여행에 동참하는 것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네 사람을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를 그 자리에 대입해 보려 해도, 도저히 도보여행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인물들이다. 나와 별다를 것 없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나와는 다르게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들이 감추고 있던, 혹은 가벼운 교류로는 알 수 없는 깊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그들은 함께 일할 때보다 훨씬 짙은 유대감을 가지게 된다. 인터넷과 SNS가 취미인 신야 덕에 인터넷스타가 된 네 사람은 여러 가지 일에 휘말린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해 도무지 알려주지 않으려 하던 슈고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네 사람은 가까워졌다.

 

네 청년은 결국 600km를 걸어 교토에 도착했을 때,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처음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중국과 관련된 모든 것을 극도로 혐오하던 신야는 중국 잔류고아인 린호센과 어느 정도 가까워졌고, 여러 면접에서 떨어진 경험으로 자신감이 떨어졌던 요스케는 자신의 장점을 알게 되었다. 네 사람 중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리더인 슈고였다. 그는 회피하기만 하던 문제를 제대로 마주보고 좋은 방향으로 변화했다.

 

그런 그들의 여정을 지켜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그들에게조차 말할 수 없는 고민거리 하나쯤은 안고 사는 것이 사람이 아니겠는가. 나 역시 주변사람들에게 터놓을 수 없는 고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때 내가 가장 많이 택하는 방법은 외면하는 것이다. 책 속의 슈고와 비슷한 방법 말이다.

 

하지만 슈고는 자신의 문제를 마주보는 용기를 냈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통상적으로 보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르면 내가 가진 문제는 슈고에 비해 훨씬 가볍지만, 자신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볼 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할지 정도는 짐작할 수 있어서 슈고가 너무 부러웠다.

 

나와 비슷한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꼈다면, 나와는 다른 모습은 존경심을 갖게 만들었다. 슈고는 묵묵히 다른 이들을 챙기고,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었다. 나 같으면 이야기 속의 세 사람과 함께 다니면 거하게 짜증을 내고 헤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들은 다사다난한 여행길을 보냈다. 하지만 슈고는 화를 낸다거나, 짜증을 낸 적이 없었다. 그런 어른스러운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슈고였지만, 다른 이들도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모습에 나를 대입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도보여행이라는, 나에게는 생소한 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매끄럽게 읽혀서 더욱 좋았다. 네 청년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도보여행을 떠날 용기는 없지만, 언젠가 나도 도보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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