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베, 문재인 - 터놓고 풀어낸 한미일 게임 체인저의 속내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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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치적 찬양, 비판보다는 세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세 리더들의 살아온 인생이 어떠했으며, 그에 따른 인생관을 통해 앞으로의 정치 외교적 판을 예상하는 도구로 삼고자 이 글을 쓴다. 

 학창 시절 담임선생님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1년이 좋고, 나쁘고 한다. 성질 고약한 선생을 만나면 1년 죽었다 싶을 것이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1년이 편한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팀장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회사생활이 꼬이고, 풀리고 하는 판국에 한 나라의 수장을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서 그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정해진다고 무방하다. 

 신경질 내는 상사, 히스테리 심한 선생님, 이 사람들도 그런 성격을 형성하기까지 그들만의 인생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사건을 보고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지는 지는 오로지 그 사람의 인생이 만들어 온 성격에 달려있다. 국가 수장들의 성격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일단 책 제목에 처음에 있는 트럼프부터 살펴보자.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아버지의 건축회사를 물려받아 더 크게 성장시켰다. 일단 자신이 옳다고 싶으면, 원하는 결과 값이 나올 때 까지 집요하게 파고들고 괴롭혀서 결국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스타일이다. 불도저 같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 같지만, "협상의 기술"이란 책을 쓸 정도로 이해관계 판을 길게 보고 투자와 성공에 익숙해져 있는 성격이다. 미 대선 당시 트럼프는 인지도가 바닥이었다. 그러나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고 힐러리와의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고 당선이 된다. 

 또 하나의 성격적 특징 중 하나는 쇼맨십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본인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방송이라는 매체를 잘 쓰며, 빌 게이츠, 엘론 머스크 수준의 부자도 아니면서 백만장자 짓을 한다. 나 홀로 집에 영화에 출연하며, 부자의 이미지를 갖고 가기도 하며, 성공한 바람둥이 짓을 하기도 하며,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고든 램지처럼 You're fired (넌 해고야)를 유행어로 만들며, 빌런 이미지를 높인다. (후에 허경영이 지난 대선에서 0.7%를 가져가고, 막말 정치 유행을 창시하는 일에 큰 몫을 했다.) 트럼프 타워를 세우고 (심지어 여의도에도) 전용기에 본인의 이름을 크게 적고 돌아다닌다. 평생 리더로서 살아왔고 그 성격으로 세계 최고의 권력 자리인 미 대통령까지 올라간다. 그 성격은 더욱 강화가 될 수밖에 없으며, 그의 재임기간 동안 칼자루를 쥐고 갑질을 하는 행동은 계속될 것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은 과거 중국이 했던 황제국으로의 지위를 가져가고 싶은 것이다. 


 두 번째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다. 가장 재미있는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생이다. 일본 특유의 직업 세습과 같은 폐쇄적인 환경에서 유명 정치인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를 살펴보자. 정한론을 주장한 요시다 쇼인의 제자로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전범 중 한 명이다. 신기한 것은 그의 할아버지인 아베 간 이란 인물을 존경한다는 말은 전혀 없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아베 신조의 할아버지인 "아베 간"은 평화주의자였다. 일제의 무자비한 침략을 사죄할 정도로 동양평화에 대한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동시대에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는 A급 전범 도조 히데키와 정치적으로 맞섰다는 이유로 전범이 되는 것을 피했다. 하지만 만주국 상공 대신, 종전 후 일본 수상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아베의 특이한 행보 중 하나는 명문 사립학교를 다녔을지언정, 도쿄대나 와세다 대학과 같은 명문대를 졸업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그 열등 감 때문인지 그는 대학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딱히 정치인으로 살고 싶었던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기시 요코)는 달랐다. 평화주의자였던 아베 신조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의 우유부단함을 신뢰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선거에서 기시 노부스케의 자식임을 강조하며, 아베 신타로를 총리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아베 신타로는 총리가 되지 못했고, 그 한을 기시 요코는 아들인 아베 신조에게 쏟아붓기 시작한다. 결국 외조부의 후광으로 어린 나이에 지역구에서 정치인으로 입문했으며, 총리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전임 총리였던 아소 다로가 재무상으로 앉아있고, 고이즈미의 전 총리 아들 또한 망언 제조기지만 측근에 있고... 복잡한 셈법을 갖고 있는 동네다)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를 통해 정치에서 안정적 자리를 잡고,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성격을 보았을 때, 평화주의자였던 친가보다는 전쟁 가능한 헌법 개정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당연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 문재인의 인생을 보면, 위 두 사람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왔다. 대학 때 학생운동을 하고, 사법고시를 짧게 공부하고도 합격하고, 그리고 인권 변호사로 가고,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퇴임 후 부산에서 인권 변호사로 살고, 정치와 가능한 거리를 두려는 그의 노력이 엿보이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떠밀리듯 정치판에 입성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엄청난 지지율을 등에 업고 대통력으로 당선되었다. 그의 인생에서 볼 수 있듯, 인권 변호사 특유의 서민을 위하고, 노동운동을 지지하는 행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의 인생의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사람은 누가 뭐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일 것이고, 그가 추진했던 검찰개혁, 권력의 분산이란 개념은 숙원 사업으로 계속 추진될 것이다.  

 세 사람의 인생을 보며 느낀 점은 셋다 스스로의 방식의 민족주의를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없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그러하고, 강한 나라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 강한나 라라는 개념이 서로 다를 뿐이고, 처한 현실이 다르기에 목표도 다를 뿐이다. 코로나 19 사태만 보더라도, 한 사람은 숨기기 급급했고, 한 사람은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이 옳았다 판단했다. 결과가 어떠했는지 국제적 위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정치적 판단이므로 독자에게 맡기겠다. 일본은 강대국의 지위를 한국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한국의 가능성을 막기 위한 수를 계속 둘 것이고, 한국은 그러한 일본에 묘수로 응수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적절한 대응을 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것이고, 미국은 둘의 싸움을 지켜보다 이기는 놈 우리 편의 전략을 쓸 것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꿈꾸는 민족주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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