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의 연인들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이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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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들은 사랑의 신체와 같다

9p


도시에는 수많은 물리적 공간이 있지만, 연인과 함께 그 공간에서의 고유한 시간이 경험 되었을 때 그것은 연인들의 장소가 될 수 있다. 

16p


비장소는 머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통과하는 것이 목적인 장소들이다.

17p 


미셸 푸코의 헤테로피아는 사회 안에 존재하면서 유토피아적 기능을 수행하는 실제로 현실화도된 유토피아적인 장소를 지칭한다.



예를 들면 부모의 침대는 사회안에서 몸을 누일 수 있는 기능을 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그것이 아이에게는 뒹굴고 놀 수 있는 바다같은 넓은 공간으로 확장 되기도 하고, 뛰어 오를 땐 하늘이 되기도 하면서 공간이 의식에서 확장되고 변화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대인들 에게도 규격화된 비장소만이 아니라 이러한 부유하는 장소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대에는 도시의 공간을 최대한 빈틈없이 구획해서 구축하고 설계해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공간이 많이 만들어질수록 공간과 공간 사이의 공간, 즉 공유할 수 있는 공간과 사적인 공간 혹은 비밀스러운 공간은 사라지게 되었고 틈새공간은 극히 제한적이게 되었다. 특히 도심에서는 더욱 그렇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소멸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시대에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운용해야 할까? 또한 헤테로피아적인 공간은 어느 곳이 될 수 있을까?



어느 때보다 의식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연인들끼리의 행위가 대중교통이나 대중시설의 공간을 장소로 전환하는 힘이 있다고 하듯이, 우리가 공간을 장소로 만드는 의식과도 같은 행위가 있을 때 비로소 현대의 공간에서 소외된 익명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장소를 품었다가 사라지는 개별성을 가진 존재가 되는 것이다.




채석장 시리즈는 에세이보다는 조금 더 진중한 주제를 다루고 논문보다는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깊은 사고를 도출해내는 적절한 선을 찾은 책인 것 같다. 앞으로의 시리즈들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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