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순례자 - 길 위의 사람 김기석 목사의 묵상
김기석 지음, 이요셉 사진 / 두란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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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사색이 묻어나는 김기석 목사님의 명저, <일상 순례자>

평소에도 청파교회 홈페이지에 간간히 올리시는 목사님의 묵상글에 큰 은혜를 받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떠올리는 묵상글이라함은 성경구절을 정해놓고 깊이 파고들며 그에관한 사고의 흐름을 적어내려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성경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해준다는 이점은 있으나, 간혹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유진피터슨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의 일상과 신앙 사이에는 일종의 문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과 신앙이라는 두 장의 천을 바느질로 붙여 놓으면, 매끄럽게 한 장의 천으로 재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오돌토돌한 바느질 돌기가 생기듯이, 우리네 삶과 신앙에는 분명한 괴리가 있습니다.


김기석 목사님의 <일상 순례자>는 성경구절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교회생활로 시작하지도 않고, 그럴듯한 신학용어로 시작되지도 않습니다.

그저 일상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평범한 순간에서 시작합니다.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갑자기 드는 생각들..

감자를 먹다가, 영화를 보다가, 친구를 만나다가,

문득문득 스쳐가는 생각들에서 묵상을 시작합니다.


흔히 흘려보낼 수 있는 평범한 순간에서 시작된 묵상은, 곧 깊은 사색으로 이어집니다.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되묻고, 생각하며 조금씩 결론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생각의 흐름은 예수에게로 향한다.

이런 일상에서 예수님은 어떻게 하셨는가?

이런 일상에서 예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셨는가?

예수님은 어떤 분이신가?


예수님은 하나님의 본체이시지만, 동시에 완전한 인간이셨다.

예수님이 초인적인 삶을 사시지 않았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예수님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철저하게 '인간'으로 살아내셨고, 공생애를 위해 30년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셨다.


예수님이 사셨던 그 '일상'을 오늘 내가 살고 있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 오늘 선택할 수 있다.

'일상'을 '일상'처럼 흘려보낼 수도 있고, '일상'을 '예수님의 나라'로 살아낼 수도 있다.


일상이 우리에게 교회요 훈련장이요 시험장이요, 곧 전부이다.

일상을 그냥 흘려보낸다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내야 할 삶은, 기적의 부흥회가 아니라, 지금 이 곳. 일상이다.





주님은 우리에게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요구하신다. 원수를 좋아하라고 하지 않으시고 사랑하라 하신 것이 참 다행이다. 좋고 싫음은 거의 본능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이지만 사랑은 의지적인 노력을 포함한다. (112p)


믿는다는 것은 예수님의 몸이 되는 것이거늘 너무나 많은 이들이 예수님을 믿음의 대상으로 객관화시켜 놓았다. 주님은 지금 우리와 더불어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실 꿈을 꾸고 계신데, 우리는 주님을 '저곳'에 모셔 놓고 자꾸 경배만 하고 있다. (130p)


소통이란 나의 생각과 견해를 타자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아니다. 소통의 바탕은 신뢰고, 신뢰의 밑절미는 곁에 있어 줌이다. (140p)


기다림은 부재하는 것의 현존이다. (116p)





도널드 밀러는 그의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솔직히 정말 하나님이 알고 싶다. 그런데 그보다 더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


그동안 수많은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한 번도 '나의 생각'에 대해 정리하지 않았고, '나의 생각'을 무시했던 것 같다.

<일상 순례자>를 읽으며 나도 이런 묵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스쳐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내가 나에게 던지는 물음들을 무시하지 않고, 친절하고 차분하게 하나씩 답해주고 싶다.

관계의 외로움 속에서 질식하고 있는 나는, 무엇보다 '나'라는 친구가 필요하다.


이 책이 나에게 던져준 도전,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 묻고 되물으며 <일상 순례자>의 길을 걸어보자.


마음이 따뜻해지는 밤이다.

누구나 일상 순례자가 될 수 있고,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단한 부흥사도 아니고, 영적 거인도 아니지만,

오늘 주님을 생각하며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영적 순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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