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리사 리드센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파머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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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리사 리드젠 지음

이 책은 삶이 얼마나 잔혹하면서도 동시에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리사 리드젠은 우리에게 상실과 성장, 그리고 회복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준다. 서정적인 문장 속에 담긴 고통과 희망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여러 번 멈춰 서야 했다. 작중 인물들의 상처가 마치 내 것처럼 아프게 다가왔고, 그들이 겪는 변화가 내 삶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리드젠은 누구나 가진 내면의 상처를 들춰내지만,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 또한 빼놓지 않는다. 상처가 없었던 것처럼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꺼내어 햇빛 아래 말리고, 비를 맞추며 강인한 삶으로 다듬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길을 따라간다. 그 길 위에서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 그녀가 이룬 깨달음은 우리 모두가 품고 있지만 잊고 지내는 인간의 본질을 일깨운다. 사랑과 상실, 떠남과 머무름이 교차하는 순간들 속에서 나는 한 번도 완전하지 않았던 나 자신과 화해할 용기를 얻었다.

책 제목처럼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은 주어진 계절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새들이 떠나는 그 자리가 텅 비어버린 듯 느껴지지만, 계절이 바뀌면 또 다른 날갯짓으로 채워질 것을 우리는 안다. 이 책은 그런 자연스러운 순환과 내면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리드젠의 문장은 섬세하고 깊다. 때로는 차갑고 날카롭게, 때로는 따뜻하고 포근하게 다가오며, 읽는 이를 고요히 이끈다. 그녀는 독자가 스스로를 바라보게 하고, 스스로를 마주하게 하며, 더 나아가 삶을 이해하게 만든다.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은 쉽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읽고 나면, 우리는 어쩌면 조금 더 단단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떠난 새들이 언젠가 돌아올 것임을 믿게 될 것이다.

“떠남과 머무름의 경계에서 우리는 무너지고 다시 일어선다. 그렇게 우리도 언젠가 남쪽으로 향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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