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아침에게
윤성용 지음 / 멜라이트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애하는 아침에게> _윤성용 지음

p. 20
아침은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준비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과 두려움 앞에서 일정하게 반복되는 아침은 안정적인 삶의 기반이 된다. 나는 반복적인 아침 의식을 통해, 처음 맞이하는 오늘도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몸에 되새긴다. 그렇기에 매일 동일한 아침을 보내는 일은 오늘도 어제와 같이 평온하고, 어제와 같이 행복하고, 어제와 같이 용기 낼 수 있기를 바라는 기도가 된다. 오늘도 무사하기를. 무사히 지나가기를.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지도 받지도 않기를. 그런 염원을 새기는 일은 다분히 일상적이고 반복적인다.

p. 48-49
걷고 있을 때만큼은, 비록 그것이 일시적이라도, 평온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산책에는 두렷한 목표가 없고, 평온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산책에는 뚜렷한 목표가 없고, 발걸음이 같은 방향을 향해 있으며, 걷는 중에는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이나 상대방에게 좀 더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본질적으로 산책이란, 나라는 이질적은 존재 혹은 함께 걷는 이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일에 분명한 도움이 된다.
나의 산책에는 목적의식이 없다. 그래서 즐겁다. 그 점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존경하는 니체는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라고 말했다지만, 나는 위대해지기보다는 좀 더 가볍게 살고 싶어서 걷는다. 나는 전봇대 전선처럼 복잡하게 엉켜 있는 의미들을 걷어내고 삶에 여백을 만들기 위해 걷는다. 산책을 한 날이면 '오늘은 적어도 산책을 했으니 모든 것이 엉망인 날은 아니었다'라고 안심하게 된다. 그것이 요즘 내가 산책하는 이유다.

p. 77-78
요즘은 어느 때보다 마음이 좋다. 모든 면에서 나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언젠가 내 인생은 추운 봄을 지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겨울은 한 차례 지나갔으나 한기가 남아 여전히 움츠려 있는 상태였다. 어쩌면 내 삶은 이제 막 어지럽고 혹독한 겨울을 지나 완연한 봄을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매일 매일을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가끔은 감당하기 어렵고 벅차기도 하지만, 그 또한 봄이기에 겪는 일이라 여긴다.

p. 94-95
이런 날은 내게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언제인가 스쳐 지나왔던 순간들의 모음이다. 나는 파편적으로마나마 이런 날들이 나에게 찾아왔고, 그것을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어쩌면 내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너무도 당연하다. 멀리서 바라보면, 각각의 기억들이 칵테일처럼 서로 흔들리고 뒤섰여서 아름다운 색깔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그저 앞으로 내가 해나갈 일은 더 나은 최고의 하루를 상상 할 수 있도록, 나를 붙잡는 순간들을 천천히 모아가는 것뿐이다.


안녕하신가영의 '겨울에서 봄'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겨울은 지나온 삶 같은데 그렇다고 따스한 봄이 오지 않은듯해서. 그러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봄을 맞이한 것 같기도 하고. 그토록 애매한 3월의 날씨가 사람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그럴 때 들으면 같이 마음이 설레다가, 위로 받기도 하다가 그렇게 봄을 맞이한다. 계절의 봄은 일 년에 한 번 오는데 일상 속에서의 봄과 겨울은 수도 없이 오고 간다. 그래서 어느 때는 아침이 힘들기도 하다가, 기다려지기도 하다가, 이 반복됨에 힘겨워하다가 또 좋은 일이 생기면 그 기쁨을 만끽하다가 그렇게 오며가며 널을 뛰면서 지낸다. 그게 삶이고 일상의 모음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생각보다 녹록치가 않다. 보통의 하루를 그토록 바래왔건만 생각보다 그런 일상을 많지 않았고,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보통의 하루들이다.
책 속에서의 메세지들은 마치 내가 끄적여놓은 메모들 마냥 나와 닮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래서 좀 더 집중해서 읽고 싶었고, 조금이라도 오래 읽고 싶었다. 그럼에도 술술 읽혀지는 문장들이 아까운 마음과 함께 기쁨을 가져다 주었다. 내가 꼭 하고 싶은 글들이 쓰여있기도 하고, 미처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것에 대한 글이 있기도 했으며, 일상 다반사의 세상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그렇게 순간의 조각이 또 하나 채워졌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단단히 메워져 일상을 만들어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