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한번은 쿵스레덴 Hej, Hej
박정서 지음 / 이분의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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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호주에서 한 달 살이를 했었다. 10여 만에 찾은 호주는 변한 것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많이 다른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였지만 그것에 금방 깃들어 살 수 있었다. 20대 때 찾은 호주와 30대 때 찾은 호주는 나의 위치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그때는 볼 수 없었던, 느낄 수 없었던 것을 이제는 볼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다. 그때와 많이 달랐던 것을 찾자면 그날의 일정이 관광보다는 언제부턴가 걷기 위한 코스를 찾아보고 있었다. 호주에 있던 중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때가 있었는데 예전에 지인 분께서 당신은 스트레스가 많을 때면 멍때리기를 했고 특히 고3 때는 유독 많이 걸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하지 않았는데 한국도 아닌 호주에서 왜 그 이야기가 떠올랐는지. 아무튼 그날 처음 아무 생각 하지도 않고 무작정 5km는 족히 걸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가만히 Opera House와 Harbour Bridge를 바라보며 한참을 멍때리며 Royal Botanic Garden에 앉아있었다. 한참을 상기되어 있었고 지끈했던 머리가 한결 갈아 앉았다. 처음 느껴봤던 기분이었고 이런게 정말 가능하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가 그 후로부터 시드니에 있는 워킹코스는 최대한 많이 찾아다녔다. Bush Walking은 물론이고 Costal Walking도 주 3회 이상은 다녔다. 물론 한국보다 편리성이 떨어지는 교통시스템으로 인해 많이 걸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지만 걷기를 통해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많았다. 평소에는 땀 흘리는 것은 정말 싫었지만 한창 걷고 나서는 흠뻑 땀에 젖어도 상쾌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걷기에 푹 빠져 살면서 솔직히 인생이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조금씩 일상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것에 한창 몰두해 살면서 스스로를 많이 괴롭혔는데, 이제는 스트레스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하면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라며 생각을 하곤 한다. 아마, 10년 만에 돌고 돌아 호주에 왔는데 스트레스로 인해 에너지 낭비를 하기 싫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한 번 생각을 하고나니 이제는 더디지만 나를 스트레스에서부터 보호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도전이 평소보다 쉽게 이루어지는 듯하다.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상기됨이 과감함을 만들어내고, 평소 하지 않았던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일상과는 다름에서 오는 불편함도 있지만 그런 불편함도 결국 돌이켜보면 추억으로 곱씹어본게 된다. 지금 살고 있는 일상에서는 할 수 없을 법한 것들을 '지금이 아니면 못 할 것 같아.'라는 마음이 드는 강도는 일상에서 떨어져 있는 거리와 비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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