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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 - 구조에서 미학까지, 교양으로 읽는 건축물
양용기 지음 / 크레파스북 / 2023년 1월
평점 :
언제부턴가 예쁜 건축물을 보면 그 건물과 그 안에 어느 회사가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건축물에 관심이 없었는데 청담신설된 송은의 건물을 보고나서 조금씩 건물의 외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단순히 거주공간, 업무공간에서 벗어나 건물 자체에 의미를 담고, 그 의미를 지향성으로 삼는 모습을 몇 년 동안 꾸준히 보아왔는데 그 모습이 유독 낭만적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송은에서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꼭 찾곤 했었다.
그 후로 길을 가다가, 메스컴에서, 아니면 또 다른 매체에서 건축물에 관해 정보를 접하면 기록을 해두곤 했다.
그 다음 마음이 가는 건축물은 가회동에 위치한 '노무현 재단 시민센터'이다. 맨 윗층은 북카페가 있고 모두가 3,4층 아무 곳에서나 책을
읽을 수 있다. 다른 층에는 세미나실 등의 열린 공간으로 운영된다. 나중에 기회가 생겨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게되면 송은과 노무현 문화재단을 조화롭게 섞어 둔 컨셉으로 만들어야겠다. 공연도 하고, 전시도 보고, 영화도 감상하고, 책도 읽으며 커피는 늘 함께한다. 어쩌면 나를 위한 공간일 수 있겠지만 다른 누구든 그곳에 와서 편히 쉬다 갔으면 좋겠다.
사실 건축에 큰 관심이 없고 비전공자들은 관련 서적을 읽을 기회가 없다.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는 말이 정확하겠다. 아는 거라곤 명동 성당이 고딕양식이 전부인 나에게는 그저 예쁜 건축물은 피사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오히려 이 책은 타이틀 말 그대로 교양서적처럼 읽을 수 있어서 더욱 가볍게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건축물도 나오고, 매일 같이 지나다니는 건물도 나오니 신기하기도 했다. 그 건물에 대해, 건물의 스토리에 대해 알게 되어 당장 내일 그 건물을 보게 되면 좀 다른 시선으로 볼 것 같다.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과거의 유명한 건축가들의 이름들이 세계 곳곳에 남겨져있다. 우리는 어느 나라의, 어느 도시의 여행지를 가면 꼭 그곳의 유명 건축물을 본다. 그런데 이제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적 거리가 많이 줄어든듯 하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100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도 보지만 1년 전에 지어진 건물도 찾아가서 본다는 말이다. 이 책은 그 줄어든 시간적 거리에서 아주 좋은 이정표가 되어줄 것 같다.
단순히 예쁘게만 지어진 건물은 의미까지 아름다운 건물보다 상대적으로 그 가치가 오래 가지 못한다. 건물의 역사, 남들은 알지 못하는 스토리가 있다면 그것이 곧 그 건물의 정체성이 되어 나이테의 한 부분을 장식한다. 그 다음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이 건물을 자연과 하나되게 지었든, 그 곳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지었든, 종교적 이유로 지었든, 정치적 이유로 있든 이 것을 만들기 위해 첫 삽을 푸는 그 순간부터 하나의 문화적 가치가 된 것이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는 이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으면 된다.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다음 세대들에게 줄 수 있는 유산이다.
*책키라웃과 크레파스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설항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