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 인생 절반을 지나며 깨달은 인생 문장 65
오평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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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하고 무슨 일이 그렇게도 많았는지 퇴사 후 보름이 넘도록 책 한 번을 잡지 못하고 연말에 처음 접한 책이었다. 갑자기 차이나 타운을 가게되어 1시간이 넘는 여정 동안 읽은 책으로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3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 하고, 분주했던 크리스마스 시즌을 지나 숨고르기가 필요했던 시기에 이보다 더 한 책이 없다는 생각은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직감했다.
갑작스러운 공백을 채우기에는 나는 너무 불안정했으며, 앞으로 어떤 길이 내게 놓여질 것을 몰랐기에 두려움도 가득했다. 여러 번의 퇴사를 경험했던 나가 아니어서 첫 퇴사였고, 첫 공백이었기에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도 잘 몰라서 더욱 방황하기 좋은 때였다. 정해진 바가 없이 가는 것을 싫어하는 나였기에 사실 이러한 상황은 최악이라고 일컫기에도 충분했다.

-모든 생명체는 겨울이라 해서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속을 채우며 더 단단해지려 애쓰고 있을 것이고 그 힘이 넘쳐날 때 잎으로 꽃으로 몽우리를 터트릴 것이다.
어찌보면 봄이 시작이 아니라 겨울이 생명의 시작일 수 있다.(p.88)

겨울에 퇴사를 한 내게, 공백을 어떻게 보낼지 정하지도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내게 '지금 이래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건네주는 첫 글이었다. 겨울이라고, 공백기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는 이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날 것이라 생각하는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주었다. 그렇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설사 비생산적인 일일지라도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내게 큰 밑거름이 될지, 또 다른 기회에서 경험으로 일컫어 질지. 그래서 매 순간에 제목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흘러가는 시간대로 하루 종일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유투브를 본다고 해도 그것이 내게는 쉼으로 다가와 다음 날에 다른 때에 좀 더 역동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 그렇기에 우리의 매 순간은 동일하다. 동일하게 '로사'라는 삶의 퍼즐을 이루고 있다.

-대나무는 하늘을 향해 뻗어나기 위해 열심히 살을 만든다. 어느 순간 마디를 만들며 숨 고르기를 한다. 그렇듯 인간도 마디를 만드는 시기가 찾아온다. 마디 없이 곧게 자란 인간은 없으니 말이다.(p.95)

쉬어가는 순간에도 조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지금 마디를 만들어가고 있다. 20대를 지나 30대가 되어 이제는 30대임을 조금씩 느끼는 때에 스스로 쉬어감을 택했고, 어쩌면 불안만 가득할지도 모르는 때에 불안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무언가라도 해야겠다는 조급함이 생길 즈음에 이 책으로 인해 내 마디를 만들어가는 때라는 중요한 시기임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많이는 아니고 아주 조금의 신경을 쓰기로 했다. 무언가를 하려면 꼭 '잘'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어야만 하는 나이기에, 또 그걸로 인해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공격을 하기도 하기에 과감히는 아니지만 조심스레 '잘'이라는 타이틀과 멀어지는 그런 일상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산다는 것은 단순히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행복하게 의미 있게 아프지 않게 잘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물이든 적절한 장소에 놓여 있을 때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대도 그렇다.
내 인생은 그대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눈물겹다.(p.120-121)

힘든 순간에 고마운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있고, 같이의 가치를 알 수 있었던 경험이었으며 아마 이 값진 경험은 평생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큰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많이 부족한 나임에도 불구하고 늘 선함을 베풀어주신 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것은 부끄럽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알고,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으며 잘나지는 못하더라도 올바른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 것. 그것이야 말로 내 주위의 '선한 사마리아인'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동네 하나가 필요하다는 외국의 속담을 오늘도 새삼 깨닫는다.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어차피 삶은 불안의 연속이다. 차라리 지금을 웃게 하고 지금을 살아가자. 행복을 생길 때마다 곧바로 다 써버려야 한다.
행복은 저축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내일의 행복마저 당겨 써도 좋다. 내일의 행복은 내일이 밝으면 그때 다시 만들면 그만이다.(p.167-168)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 이것이 행복이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을 통해 잃는 것도 있지만 얻는 것 또한 있다.
잃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얻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 속에서 행복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발발거리며 뛰어 다니는 일상조차 내게는 행복으로 느껴지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남의 만족을 위해 소중한 지금 이 순간을 희생시키는 바보 같은 삶은 이제 그만두자.
타자의 욕망에 충족하기 위해서 내 행복을 저당 잡히지 말고 당분간은 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살자.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내가 전부이고 즉흘적일지 모르지만 지금이 전부이다.(p.208-209)

뒤로 가면 갈수록 자꾸 머릿속에 마음속에 도장을 찍어대더니 마지막 페이지가 결국 크게 발자국을 남긴다. 책 표지에 적혀있는 글처럼 마음의 주름을 다림질할 시간이었다.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아까워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나서 지금까지 읽어오면서 표시해둔 페이지를 다시 되돌아 보았다. 우연히 마주하게 된 책에서 공백의 허전함을 채웠고, 불안하고 조급했던 마음은 안정을 찾기 위한 시작이 되었으면 그렇게 2022년의 마지막을 잘 보낼 수 있었다. 잊지못할 책이자 잊지못할 연말이 될 것 같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흔들리면 다시금 꺼내볼 수 있는 그런 책으로 남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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