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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 더 힘들어하고 더 많이 포기하고 더 안 하려고 하는
김현수 지음 / 해냄 / 2019년 4월
평점 :
<요즘 아이들 마음 고생>을 읽고.
세월호에 대한 기억을 묻는 질문에,
"그 땐 초2라 사실 세월호 사건 때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 나요. 그 일로 체험학습 못 간던 건 기억나요." 라고 말하는.. ! 나는 세월호 사건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아이들과 일상을 산다. 세월호를 모르는, 그 슬픔을 짐작하기엔 많이 어렸던.
그런 아이들에게 어쩌다 내 유년시절 이야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클럽에쵸티 시절이라도 튀어나올 때면,아이들은 말한다. "우와 쌤 도대체 어느 시대에서 온 사람이에요?", "완전 옛날 사람이네요." 라고.
옛.날.사.람. ㅜㅜ
나는 아이들에게 옛날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나의 이야기가 옛날 이야기로만 전해지지 않길 바란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아이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현실을 더 알고 싶고, 내 삶과 아이들의 삶이 함께할 수 있길 원하는 나의 필요를 위해.
이 책에서 말하는 아이들의 삶은 이러했다. 요즘 아이들은 아주 특별한 혁신이나 창안을 하지 않고는 사람들의 생각이 이미 다 실현된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 변화에 대한 희망의 증거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나의 최선과 다른 어른들의 최선을 끝없이 요구 받고 있다는 것, 애쓰고 있음을 알아주고 지지해주는 어른이 없다는 것, 이미 갖추어진 풍요로움 속에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채워가야 할 빈 자리가 없다는 것.
(사실 자신이 원하는 삶인지 타인이 원하는 삶인지조차도 의심하고 성찰해본 경험이 드문 세대보다는 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아이들 마음 고생을 읽고 접하니, 희망적이면서도 측은했다.
학교 수업 안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집 안에서 키우는 각각의 화분처럼 저마다의 필요가 다르다.
이 책은 그 필요를 공을 들여 살피는 노력은 쉽지 않지만 참으로 필요하다고 말하는 듯한 그런 책이었다.
또 이 책은 끝없는 아이들 마음 공부에 어른들이 되새겨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절실하게 당부한다.
"아이들 저마다의 노력이 각자의 최선일 수 있음을 알아주는 것,그 최선의 기준도 다르다는 것,아이들의 필요에 적합한 환경으로서의 어른이 되어주고 있는가를 끊임 없이 성찰하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스스로 닮고 싶은 삶은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어느 TV프로그램에 출연하신 교장 선생님이 <가난한 머루송이에게>라는 작품이 자신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육 철학임을 이야기하시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이 책의 글쓴이 역시 그 교장선생님의 말씀처럼 아이들의 애쓰는 마음들을 어루만져주고 다그치지 않아야 함을 책의 곳곳에서 이야기한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내게,
이해하고 싶은 마음 너머 뿌리 깊게 자리잡아야 할 "요즘 아이들의 존재 자체에 대한 긍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요즘 아이들 버전으로 업데이트 되어야 할 새로운 희망을 말하고 있는 책이었다.